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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의 억울함은 누가 책임지나'..'삼례 나라 슈퍼' 그 후

전북CBS 임상훈 기자 입력 2016. 10. 28.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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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친 임종 못 지키고 장례식도 못 가..모친 자살로 죄책감 짊어지기도

삼례 나라슈퍼 3인도 강도치사 사건'의 재심 선고가 예정된 28일 비가 내리는 가운데 전주지방법원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무죄 선고를 예상한 듯 '3인조'의 발걸음은 가벼웠지만 얼굴에는 긴장의 빛이 가시지 않았다. 그리고 이들에게 내려진 무죄선고. 17년을 이어 온 억울함의 세월이 가시는 순간이었다. 재판 주요 관계자들의 말로 사건과 재판을 정리했다. [편집자주]

재심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삼례나라슈퍼 사건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에 앞서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임상훈 기자)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사건 재심 선고공판이 진행된 전주지법 제2호법정.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진술내용이 일관되지 않고 객관적으로 합리적이지 않으며 자백 동기나 이유, 자백에 이르게 된 경위, 다른 증거들과 모순되는 점 등에 비춰 신빙성이 없다"고 최대열(38) 등 '삼례3인조'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선고가 나자 환호성과 박수가 쏟아졌고, 만세를 부르는 이들도 있었다.

◇ 재판부의 위로…국가기관 첫 유감 표명

장찬 부장판사는 "17여 년 간 큰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겪은 피고인들과 그 가족들께 깊은 위로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삼례3인조'에 대한 무죄판결과 더불어 나온 국가기관의 첫 유감 표명이었다.

장 부장판사는 이어 "피고인들이 설령 자백을 했다 하더라도 법원은 피고인이 정신지체 등으로 자기 방어력이 취약한 약자라는 점을 감안해 좀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자백 경위와 객관적 합리성, 다른 증거와의 모순점 등을 보다 면밀히 살펴야 함에도 그렇게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법원은 사회적 약자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게 장 부장판사의 고언이었다.

◇ 유족 "3인조에 죄스럽고, 진범에게 고마워"

(사진=전북CBS 임상훈 기자)
"저희는 유가족과 피해자는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강도치사사건의 피해를 겪은 우리 때문에 죄 없는 청년들이 누명을 쓴 건 아닌지, 수없이 자문했습니다."

삼례나라슈퍼사건으로 숨진 유 모(당시76) 할머니의 사위인 박성우(56) 씨는 피해자이면서도 가해자가 된 느낌에 유족 모두 고통 속에 살아왔다고 심경을 밝혔다.

박 씨는 "저희 유가족은 법원에 출석해 자신이 범인임을 자백한 '진범'의 사과를 받아드렸고 늦게라도 진실을 말해줘서 고맙다고 그의 손을 잡았다"며 "이제 경찰과 검찰이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 어떻게 진범보다 국가가 못날 수 있냐"고 질타했다.

◇ 최대열 "두 아이 사랑하는 아빠로 살아갈게요"

(사진=전북CBS 임상훈 기자)
"오늘 선고로 무거운 짐을 내리고 두 아이를 사랑하는 아빠로 살아가겠습니다. 모든 가족들에게 감사합니다."

두 아이의 아빠 최 씨는 더 이상 자녀들이 살인자의 자식이 아니게 된 사실에 가슴이 벅차 오는 듯 했다.

최 씨는 "무거운 마음의 짐을 내리고 새 출발 하겠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감사하고 고맙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최 씨가 진범으로 몰려 검거될 당시 어머니는 하반신 마비 1급 장애인, 아버지는 척추장애 5급 장애인이었다. 그는 부모를 돌봐야 했지만 교도소에 있어야만 했고 출소 얼마 뒤 부모는 숨졌다.

"저희 아빠, 엄마 좋은 나라 편히 가시게 됐습니다."

자녀와 부모에게 쌓아 둔 그의 무거운 마음의 빚이 무죄 선고로 다소나마 덜어지게 됐다.

◇ 임명선 "돌아가신 엄마, 아빠 좋아하실 것"

(사진=전북CBS 임상훈 기자)
"교도소 안에서 많이 힘들었습니다. 교도소에 있을 때 부모님이 돌아가셨지만 오늘 엄마, 아빠가 좋아하실 겁니다."

임명선(37) 씨는 돌아가신 부모 생각이 앞섰다. 그가 경찰에 체포당할 당시 아버지는 교통사고를 당해 중환자실에 있었다.

임 씨는 끝내 아버지의 임종을 보지 못했고 장례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임 씨는 "앞으로 새 출발 하는 의미에서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모든 분들에게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 강인구 "모든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사진=전북CBS 임상훈 기자)
강인구(37) 씨는 판결 직후 세 명 중 가장 많은 웃음을 보였다. 그러나 그의 상처는 다른 두 명 못지않게 컸다.

강 씨가 일곱 살 무렵 어머니는 약을 먹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고, 아버지는 '엄마를 죽인 녀석'이라며 어린 강 씨를 타박하기만 했다.

가난과 지적장애의 굴레 속에서 강 씨는 중학교도 마치지 못했고 범인으로 지목돼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강 씨는 "박준영 변호사를 포함한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웃으며 말했다.

◇ 박준영 "다시는 이런 사건 생기지 않기를"

(사진=전북CBS 임상훈 기자)
재심 변호인 중 한 명이 박준영 변호사는 "재판부의 무죄 선고가 가장 의미있는 건 당사자들의 억울함을 풀어 준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억울함의 해소가 아닌 잘못의 인정과 반성으로 향했다.

박 변호사는 "정의를 얘기하자면 진범이 나타난 사건인데 왜 조작이 이뤄졌는지, 17년간 이 사람들이 왜 억울함을 풀지 못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오늘 재판부의 사과가 있었고 이제 사건 당시 검찰과 경찰, 판사가 반성하고 사과해야 한다"며 "앞으로 손해배상 청구소송 과정에서 사건 관련 공무원 중 책임인 큰 사람들은 피고로 특정해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그래야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같은 또 다른 사건이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박 변호사의 생각이다.

[전북CBS 임상훈 기자] axio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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