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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문체부를 '식민지'로 삼은 최순실·차은택

입력 2016. 10. 28.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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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씨와 최씨 측근들의 국정농단이 끝을 알 수 없는 규모로 커지고 있다. 이번에는 문화체육관광부를 장악해 문화 예산을 멋대로 주무른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의 기틀이 무너져도 이렇게 무너질 수는 없다.

최순실씨와 측근들이 박 대통령의 국정 기조 사업인 ‘문화융성’ 예산안을 직접 만들고 검토했음을 폭로한 <티브이조선>의 27일 보도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2014년 6~9월 사이에 작성된 이 문건들에 적힌 12건의 예산안은 모두 1800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문화창조센터 건립’은 ‘문화창조융합벨트’로 확대돼 7000억원 규모로 전국에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 사업은 최씨의 최측근인 차은택씨가 본부장을 맡은 문화창조융합본부에서 총괄해왔다. 이뿐만이 아니다. 차은택씨의 측근들은 지난해 6월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 포레코에 지분 80%를 매각하라고 압박했으며, 지분을 매각하지 않으면 세무조사를 하고 대표이사를 ‘묻어버리겠다’는 협박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 측근들이 대통령을 등에 업고 날강도질을 한 것이다.

최순실씨와 측근들은 문체부 인사도 좌지우지했다. 최순실 팀이 문화융성 예산안을 만들던 2014년 7월 유진룡 문체부 장관이 청와대 말을 듣지 않는다고 경질된 뒤, 차은택씨의 대학원 스승인 김종덕씨가 문체부 장관에, 차씨 외삼촌 김상률씨가 교육문화수석에 임명됐다. 또 김종덕 장관이 취임한 뒤 문체부 1급 공무원 6명이 줄사표를 내 이 중 3명이 잘렸다. 문체부를 최순실 세력이 접수해 하수인으로 만든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국가의 팔다리가 대통령의 비선 집단에 넘어갔다니 정상적인 국가에서라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박 대통령은 문화창조융합벨트 출범식, 창조벤처단지 개소식 등 ‘문화융성’ 행사 때마다 참석해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대통령이 최순실 세력과 한통속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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