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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을새김-김준동] 최순실의 '통일대박'이었나

입력 2016. 10. 2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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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출한 배를 채울 겸 지난 주말 가족과 함께 행주산성 인근 식당에 들렀다. 음식도 깔끔하고 분위기도 좋아 종종 찾는 곳이다. 무엇보다 바로 앞에 펼쳐지는 한강과 노을을 바라보고 먹는 음식은 일품이다. ‘평화누리길’ 12코스 중 일부이기도 하다. 평화누리길은 해안 철책, 임진강 등이 접하고 있어 분단의 아픔과 통일의 꿈이 어우러진 코스다. 조선족 출신 아줌마가 환한 웃음으로 우리 가족을 맞이했다. 4년 전 한국에 왔는데 중국에 있는 남편은 사업차 북한을 자주 드나든다고 했다. 자연히 북한의 실상을 잘 알게 됐다면서 이런 말을 토로했다. “한국 언론에 나오는 북한 뉴스를 보면 남편의 얘기와 다른 점이 제법 있어 좀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높으신 분(대통령을 지칭하는 듯)의 북한 정책이 너무 이랬다저랬다 하는 것 같다.” 순간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부끄러운 우리의 남북 자화상을 통렬하게 지적하는 듯해 가슴이 먹먹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북한 주민을 향해 ‘자유로운 대한민국으로 오라’면서 “우리는 여러분이 처한 참혹한 실상을 잘 알고 있다. 인류 보편의 가치인 자유와 민주, 인권과 복지는 여러분도 누릴 수 있는 소중한 권리”라고 역설했다. 북한 정권의 붕괴까지 염두에 둔 초강경 발언이었다. 탈북민은 ‘먼저 온 통일’이며 통일의 시험장이라는 말까지 했다. ‘먼저 온 통일’이라는 탈북민은 현재 3만명에 달하지만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열악한 상황이다. 탈북민 정착 시설을 혐오시설로 받아들이고 그들을 ‘나와 다른 국민’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먼저 온 통일’도 제대로 못하면서 어떻게 ‘앞으로 올 통일’에 대비하겠다는 말인가.

민간단체들의 대북 수해 지원도 정부는 최근 불허했다. 북한과의 민간 교류와 지원마저 모두 막아버린 것이다. 이는 당국과 민간, 정치적 문제와 인도적 문제를 분리하는 ‘투트랙’의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미국 정부와 대조를 이룬다. 박 대통령의 이런 대북 정책이 어디까지나 여러 의견을 참고해 내린 결정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잇단 강공 드라이브 과정에서 정부 당국과 손발이 맞지 않은 경우가 잦자 “특정 인사의 자문을 받는 것이 아니냐”는 등의 의혹이 일었다. 이런 의혹들은 사실이었다. ‘민간인’ 최순실씨가 ‘통일 대박’의 기틀인 드레스덴 선언 연설문을 비롯해 각종 외교안보 관련 자료를 보고받았을 뿐만 아니라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도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씨는 2년 안에 북한이 붕괴한다는 말을 하고 다닌 것으로 알려져 사교(邪敎) 논란까지 일고 있다. 고도의 판단력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대북정책을 ‘주술적 예언가’라는 말까지 나오는 ‘민간인’ 최씨에게 의존했다는 사실에 경악할 따름이다. 그간 박 대통령의 ‘갈지자’ 대북 정책이 불신의 도매급으로 취급받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리하르트 폰 바이츠제커 전 독일 대통령은 1990년 10월 3일 독일 통일 기념식에서 이렇게 역설했다. “하나가 되려면, 나눔을 배워야 한다. 서로 나눌 준비가 되어 있을 때 비로소 진정 하나가 되는 것이다.” 그는 일관된 정책으로 동독인의 마음을 움직였고, 동서독 주민들의 화합까지 이끌어 결국 독일 통일을 완성해냈다. 이런 지혜와 철학을 가진 지도자가 우리에겐 왜 없는 것일까. 참담할 뿐이다.

김준동 사회2부장 jd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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