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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엄마를 '맘충'이라 부르는 사회

입력 2016. 11. 01. 05:06 수정 2016. 11. 01.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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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인구 역피라미드 시대 ②아이 낳고 싶어도 못낳는 사회
‘모성 혐오’ 단어들 인터넷서 퍼져
독박육아 고통 이해 못하는 세태

“사람들이 나보고 맘충이래.”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데리고 나와 공원에서 15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엄마 김지영씨는 사람들이 자신을 두고 ‘맘충’이라 속닥거리는 것을 듣고 충격을 받는다.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낸 조남주 작가는 실제로 ‘맘충’(엄마+벌레의 합성어)이라는 단어를 접한 뒤 이 소설을 쓰기로 결심했다. 소설은 서른넷 여성 김지영씨의 일대기를 짚어가며 ‘평범한 한국 여성’이 겪는 ‘자연스러운’ 성차별을 다룬다. 직장에 들어간 뒤 결혼하고 임신한 김씨는 육아휴직을 고민하다 어쩔 수 없이 그만두게 되고, ‘독박 육아’를 하면서 짬을 내 마신 커피 한 잔에 ‘맘충’ 소리를 듣고 좌절한다. 조씨는 31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아이가 있는 것만으로 혐오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우울감과 좌절감이 생겼었다”고 말했다.

‘맘충’이라는 단어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식당이나 카페 등에서 어린아이들이 시끄럽게 하거나 주변에 민폐를 끼쳐도 내버려두는 부모를 비하하는 뜻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그러다 일부 카페는 ‘노 키즈 존’을 만들고 어린이를 입장시키지 않겠다고 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또 다른 파생어로는 ‘애유엄브’(애는 유치원에 보내고 엄마는 브런치를 먹는다)라는 말도 나왔다.

최근 사회에서 ‘여성 혐오’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그동안은 혐오 대상에서 철저히 제외돼 있던 ‘모성’조차 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남성의 경제력에 기댄 채 소비하는 젊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된장녀’라는 방식으로 혐오한 프레임이 그대로 엄마들한테 덧씌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혐오의 핵심엔 ‘엄마가 엄마답게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는 비난이 담겨 있다. 여성한테 엄마 역할과 노동자의 역할 모두 잘해낼 것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일본 사회학자 후루이치 노리토시는 “한국과 일본은 엄마한테 유독 차가운 나라”라고 책 <아이는 국가가 키워라>에서 쓰기도 했다.

여성학자 김고연주씨는 ‘맘충’ 현상에 대해 “맞벌이 부부라도 엄마는 아무리 많은 일을 해도 비난을 받고, 아빠들은 육아를 조금 돕는 것만으로 굉장히 자부심을 느끼고 격려를 받는다”며 “엄마가 ‘맘충’ 소리를 들을 정도로 ‘독박 육아’를 할 때 ‘아빠가 없는 것’에 대한 사회적인 이해는 생략돼 있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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