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잘 살 것이다"..고려대 성폭력 피해자의 대자보

2016. 11. 3.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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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캠퍼스에 붙은 대자보 내용이다. 2년 전 같은 학교 남학생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피해 학생이 지난 9월부터 가해자와 함께 학교에 다니는 상황이 벌어지자 피해자 ㄱ씨와 고려대 여학생위원회는 지난 31일 대자보를 통해 이런 상황을 고발하고 학교와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을 비판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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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가해자와 함께 학교 다니게 된 피해 학생 대자보 붙여
“성범죄자임에도 불구하고 잘 살 것이다…”
고대 여학생위원회, 학교 쪽에 징계 재심의 촉구

지난 31일 고려대학교 정경대 후문에 학내 성폭력 사건을 고발하고 학교 쪽의 가벼운 징계를 비판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고려대 여학생위원회 제공

“너는 잘 살 것이다. 성범죄자임에도 불구하고 잘 살 것이다. (중략) 나처럼 소화 불량에 걸리지도 않을 것이고 불면증에 괴로워하지도 않을 것이다. 택시에서 강제추행이 일어났기 때문에 난 그 이후로 택시를 타지 않지만, 너는 별 생각 없이 탈 수 있을 것이다.”

고려대 캠퍼스에 붙은 대자보 내용이다. 2년 전 같은 학교 남학생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피해 학생이 지난 9월부터 가해자와 함께 학교에 다니는 상황이 벌어지자 피해자 ㄱ씨와 고려대 여학생위원회는 지난 31일 대자보를 통해 이런 상황을 고발하고 학교와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을 비판하고 나섰다.

2일 고려대 여학생위원회에 따르면, 2014년 10월 서아무개(24)씨는 학교 축제 뒤풀이가 끝나고 ㄱ씨와 같이 택시로 이동하면서, 당시 만취 상태였던 ㄱ씨의 신체를 만지고 서울 성동구의 한 숙박업소 앞에 택시를 세운 뒤 모텔로 끌고가려 하는 등 강제추행을 저질렀다. 1심 법원인 서울북부지법은 “초범인 데다 어린 대학생이며, 지도교수와 선배들이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서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성폭력 치료강의 80시간 수강과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했다.

올해 1월 서씨의 항소로 형량은 줄어들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은 다소 무거워 부당”하다며 벌금 700만원에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로 감형했다. 재판부는 “가해자가 재학 중에는 피해자와 다시 마주치지 않도록 사실상 격리되기 위해 빠른 시일 내에 의무경찰 복무신청을 한 점을 참작했다”고 감형 사유를 밝혔다. 하지만 서씨는 그 뒤 의무경찰에 입대하지 않았고, 고려대 학생상벌위원회의가 내린 두 학기 정학 처분이 끝나자 지난 9월 복학했다.

피해자 ㄱ씨는 대자보에서 “너는 잘 살 것이다. 네가 주민등록증 앞에 1을 달고 태어난 덕분이고, 나름 좋은 대학을 온 덕에 법원에서 미래가 있다고 본 까닭이고, 술을 먹었다는 사실은 한국에서 감형 사유가 되기 때문이다. 네 선배와 네 교수이지만 동시에 나의 선배와 나의 교수도 되는 사람들이 너의 미래만을 생각해 탄원서를 작성하고 감형을 도왔기 때문이다”며 가해자 남성에게 관대한 사회와 주변 반응을 꼬집었다.

고려대 여학생위원회는 “피해자 ㄱ씨가 학교의 양성평등센터와 변호사를 통해 서씨에게 연락하지 말라는 의사를 강력하게 전달했음에도 서씨가 수차례 연락을 하여 2차 가해를 저질렀고, 양성평등센터가 자숙의 시간을 가지라고 했음에도 동아리 활동을 하며 아무렇지 않게 교내를 돌아다녔다”고 주장했다.

여학생위원회는 ‘성범죄자와 함께 할 수 없다’는 입장문을 내고, 학교 쪽에 서씨에 대한 재심의를 진행해 퇴학 처분하고 재심의 규정을 고칠 것을 요구했다. 또, “2년 동안 무엇이 해결되었는가”라고 반문하며 “학교는 해당 성폭력 사건을 전면 재검토하고, 그간 발생했던 모든 미흡했던 부분들을 직접 찾아내 사과하고 시정하라”고 요구했다. 여학생위원회의 한 운영위원은 “학내에서 번번이 일어나는 성폭력에 함께 대응하기 위해 ‘학내 성폭력 피해자 네트워크’를 준비 중이며, 지난 31일부터 점심시간을 이용해 성폭력 방지를 위한 피케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학생위원회는 학교 쪽에 가해 학생의 징계에 관한 재심의를 문의한 결과 “재심의를 하려면 총장만이 권한을 갖고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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