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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정농단]뇌물죄 빠진 최순실 영장..검찰 내부도 '봐주기 수사' 비판

홍재원 기자 입력 2016. 11. 03. 22:32 수정 2016. 11. 0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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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특수본 “대가성 없다”…박 대통령과 관련성 차단
ㆍ“대통령 측근이 기업에 돈 요구…제3자 뇌물수수 명백”
ㆍ형량 낮은 ‘직권남용’ 적용…검찰이 특검 자초 지적도

마스크로 가린 채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후 서울구치소로 가기 위해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최순실씨(60)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7)에게 뇌물 혐의(제3자) 대신 직권남용죄를 적용한 것은 봐주기 수사란 지적이 검찰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의 소극적인 수사 태도는 특검을 자초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사팀 외부의 한 검찰 관계자는 3일 “대통령이나 청와대 수석 등 공무원이 기업들에서 모금하는 건 직무에 해당하지 않아 미르·K스포츠 재단 등의 모금 강요는 안 전 수석의 직권남용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신 “대통령의 측근인 최순실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재단에 기업들이 돈을 낸 것이므로 제3자 뇌물수수에 해당한다”며 “안 전 수석 등이 먼저 돈을 내라고 요구했다면 3자 뇌물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포승에 묶인 채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지난 2일 밤 긴급체포돼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3일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박 대통령은 지난달 대국민사과에서 “최순실씨는 과거 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으로 주로 연설이나 홍보 등의 분야에서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최씨가 박 대통령의 측근임이 이미 확인됐고 최씨가 재단 운영권이란 형태로 일정한 이익을 취한 만큼, 기업들이 대통령의 측근에게 포괄적 뇌물을 공여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박 대통령은 곧바로 뇌물수수 피의자가 된다.

특히 박 대통령이 안 전 수석에게 최씨를 돕기 위해 기금 모금을 지시한 것이 확인된다면 제3자 뇌물죄 가능성은 더 커진다.

반면 직권남용죄를 적용하면 박 대통령을 향하는 수사 칼날이 무뎌질 가능성이 높다. 직권남용 뒤엔 공익 목적인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자체엔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깔고 있다. 그렇다면 이 사업에 관심을 보인 박 대통령의 지시 등도 문제가 없다는 분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중간 모금 과정에서 안 전 수석 등 실무진이 ‘오버(직권남용)’하는 바람에 기업들이 불만 속에서 돈을 낸 것으로 결론날 가능성이 높다. 형량도 직권남용이 뇌물죄보다 현저히 낮다.

이 때문에 검찰의 수사 방향이 박 대통령을 보호하는 쪽으로 설정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수본 관계자는 이날 “법리 검토 결과 뇌물 혐의는 적용 불가능하다고 판단한다”며 “다른 법조인들도 상당수 그렇게 볼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같은 논란은 최씨의 재단 관련 비리가 상당히 이례적인 형태인 데서 비롯된다. 최씨는 공익재단 설립에 관여한 뒤 기업들로부터 800억원가량을 모금했다. 그 후로 사실상 사업을 시작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이번 게이트가 터진 형국이다. 형법 130조는 제3자 뇌물을 ‘공무원이 직무 관련한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한 행위’로 규정한다. 공무원(박 대통령·안 전 수석)의 직무관련성은 포괄적으로 본다 하더라도, 부정한 청탁에 따른 대가와 실제로 제3자(최씨)가 어떤 이익을 제공받았느냐는 부분이 뇌물죄 성립의 관건이 된다. 특수본은 현재까지의 수사로는 기업들이 청와대에 청탁하거나 대가로 받은 게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검찰이 뇌물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계속 나온다. 판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검찰이 뇌물 혐의 적용 가능성을 처음부터 닫아놓지 말고 이 부분의 수사에도 나서야 한다”며 “최씨의 재단 설립·운영 과정과 돈의 흐름, 또 실제 기업들이 기금 출연 과정에서 어떤 대가를 챙기려 했는지는 조사해봐야 알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미르·K스포츠 재단에 거액을 기부한 롯데, CJ, SK 등의 대기업이 검찰 수사를 받거나 총수가 사법처리돼 있던 상태였다는 점이 청탁이 오갈 여지가 있었을 정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홍재원 기자 jwh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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