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5공 때나 있을 일이..청와대, CJ 존폐까지 위협

입력 2016.11.04. 10:18

청와대가 ‘VIP(박근혜 대통령)의 뜻’이라며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한 정황이 확인돼 파문이 일고 있다. 더욱이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횡령ㆍ배임 등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던 시기에 K-컬처밸리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함에 따라 CJ그룹이 이 회장 구명을 위해 차은택 씨가 주도한 사업에 적극 참여할 수밖에 없었던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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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뜻’이라며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퇴진 노골적으로 요구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청와대가 ‘VIP(박근혜 대통령)의 뜻’이라며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한 정황이 확인돼 파문이 일고 있다. 청와대가 미르ㆍK스포츠 재단 모금을 하면서 대기업을 압박한 데 이어 대기업 ‘오너 일가’의 경영권까지 간섭한 정황이 포착된 것은 처음으로, ‘5공 시절’에나 있을 법한 일이란 점에서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MBN은 “청와대 전 핵심 수석이 2013년 말 CJ그룹 고위 관계자에게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검찰 수사를 들먹이는 녹음 파일을 확보했다”고 3일 보도했다. 이 핵심 수석은 CJ 고위 관계자가 “청와대 내부의 공통적인 의견이냐”고 묻자 “VIP(대통령)의 뜻이다. 너무 늦으면 진짜 저희 난리 난다”고 재촉했다. 

제44차 WEF(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 연차총회 참석차 다보스에 도착한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1월 21일 오후(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 벨베데레호텔에서 열린 ‘한국의 밤’ 행사에서 참석자들과 건배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싸이, 존 넬슨 로이드 회장, 박 대통령, 야콥 프랜켈 JP모건체이스 인터내셔널 회장.     [사진출처 = 청와대 홈페이지]

특히 그는 “이 부회장이 버틸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며 “좀 빨리 가시는 게 좋겠다. 수사까지 안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인데….”라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검찰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암시했다.

이미경 부회장은 당시 횡령ㆍ배임ㆍ탈세 등 혐의로 구속 수감된 동생 이재현 회장을 대신해 외삼촌인 손경식 CJ그룹 회장과 함께 경영 전면에 나선 상태였다. 왕성한 활동을 벌이던 이 부회장은 2014년 건강상의 문제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치료를 받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재현 회장과 마찬가지로 근육이 위축되는 희귀병인 ‘샤르코마리투스(CMT)’를 앓고 있다.

CJ그룹은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정권에 ‘미운 털’이 박혔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지난 2012년 개봉한 CJ엔터테인먼트의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야당을 노골적으로 지지한다는 보수층의 반발이 있었다. 또 CJ E&M의 tvN 프로그램 ‘SNL 코리아-여의도 텔레토비’에서는 박근혜 당시 대통령 후보를 희화화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같은 일들이 박근혜 정부가 CJ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는데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얘기가 돌고 있다.

특히 이미경 부회장은 2014년 초 ‘스위스 다보스포럼’ 한국의 밤 행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눈 밖에 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행사에서 이 부회장은 가수 싸이와 함께 ‘한류 전파’의 주인공 역할을 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이 들러리를 선 것 아니냐’며 상당히 불쾌한 심경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은 이후 영화 ‘국제시장’ ‘인천상륙작전’ 등 애국주의를 강조하는 영화를 내놓았다. 또 박근혜 정부의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인 ‘K-컬처밸리’에 적극 참여했다. K-컬처밸리는 박근혜 정권 ‘비선 실세’ 최순실(60ㆍ최서원으로 개명)씨의 핵심 측근인 차은택 씨가 주도했던 사업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K-컬처밸리를 ‘문화창조융합벨트’를 완성하는 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고 했다.

CJ E&M은 경기도 고양관광문화단지(한류월드) 내 한류 테마파크 ‘K-컬처밸리’ 조성 사업에 1조4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K컬처밸리가 들어서는 땅은 10년 넘게 사업자를 찾지 못하던 ‘한류월드’ 부지다. 이 부지에 CJ가 과감하게 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더욱이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횡령ㆍ배임 등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던 시기에 K-컬처밸리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함에 따라 CJ그룹이 이 회장 구명을 위해 차은택 씨가 주도한 사업에 적극 참여할 수밖에 없었던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실제로 이재현 회장은 경제인으로는 유일하게 지난 8ㆍ15 특별사면에 포함됐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미경 부회장 퇴진 요구에 이어 이재현 회장까지 구속 기소된 상황에서 CJ그룹이 정권에 협조하는 제스처를 적극 취할 필요가 있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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