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천 일베하노?" 일베도 당황한 조응천 드립력

하지율 입력 2016. 11. 5.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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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민주 조응천 의원이 SNS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정국으로 착잡할 누리꾼들에게 깨알 같은 웃음을 줬다. 인터넷 커뮤니티 일베의 비주류 이용층인 '틀딱'이 조 의원에 관한 음모론을 퍼뜨리자 주류 이용층인 '짤게이'의 방언을 구사해 반박한 것이다. 틀딱의 이러한 버릇을 싫어하는 짤게이들은 조응천 의원의 글을 일베에 공유하며 즐거워했다. 조 의원은 이 반응을 SNS에 다시 공유해 "틀딱까고 일베갔다 이기야 순Siri 누님 덕분에 간만에 국론 통일된 거 아이가"라고 말해 누리꾼들에게 깨알 같은 웃음을 줬다. 한 익명의 독자 K는 "그간 일베가 단순히 극우 커뮤니티 정도로 여겨졌지만 내부적으로는 의견 충돌이 계속 있었다. 틀딱은 대선 이후 일베의 여론을 호도하고자 세력을 넓히던 지만원의 시스템 클럽 출신 할배들이다. 이들은 정말 골수 친박이자 일베하면 떠오르는 극우 산송장들로 정치게시판을 테라포밍한 후 조직적으로 세력을 넓혀왔다"고 주장했다. 이 와중에 조응천 의원이 "틀딱들을 제외하고는 짤게이들은 이번 정국에 대해 분노하고 안타까워하는데, 마침 기회가 닿은 김에 그들과 소통하고 아쉬움을 나누고자 부득이 하게 그들의 표현하게 되었다"며 다가갔으니 나름 호응을 받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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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탐구] 일베 '틀딱' 음모론, '짤게이' 패러디해 반박

[오마이뉴스하지율 기자]

더민주 조응천 의원이 SNS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정국으로 착잡할 누리꾼들에게 깨알 같은 웃음을 줬다. 인터넷 커뮤니티 일베의 비주류 이용층인 '틀딱'이 조 의원에 관한 음모론을 퍼뜨리자 주류 이용층인 '짤게이'의 방언을 구사해 반박한 것이다. 틀딱이란, 노년 세대가 젊은 세대에게 섣부른 훈계를 할 때 마치 틀니가 딱딱 부딪히는 소리가 나는 것 같다는 조롱이다.

단순히 나이로 규정되기보다는 넓게는 시대착오적 주장만 반복하는 이들을 짤게이는 '틀딱'이라 부른다. 비슷한 말로 '정게 할배(정치게시판 할배)'도 있다. 한편 짤게이란, '짤방(사진) 게시판 이용자'의 줄임말로 현재 일베의 주류다. 짤게이와 틀딱은 평소에 사이가 좋지 않다. 따라서 틀딱의 음모론을 반박한 조응천 의원의 글에 짤게이들이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짤게이들의 반응을 다시 조 의원이 능청스레 SNS에 공유하면서 누리꾼들에게 웃음을 준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3일 새벽 1시 반경 '자유사이버전사'라는 이름의 정치게시판 이용자가 야음을 틈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태블릿 PC를 유출해 JTBC로 빼돌린 자 조응천일 가능성 100%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시작됐다.

 4일 더민주 조응천 의원 SNS.
ⓒ 페이스북 갈무리
그는 "(태블릿 PC에) 2014년 4월 이후 문서는 없다. 재단 일이나 최순실의 행적을 소상히 알던 자는 누굴까? 문서생성자 ID 'ICCHO'는 행정관 중 조씨성을 가진 자 중 누굴까? (중략) 최근 반감을 갖고 (청와대를) 나간 자, JTBC에 갖다 바칠만한 자. 딱 한 명이다. (바로) 조응천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JTBC가 태블릿 PC 입수 경위를 밝히지 못 하는 건 제공자가 위법 행위를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자기가 상상한 시나리오를 횡설수설했다.

이 게시물은 다른 정치게시판 이용자들, 즉 (짤게이들 표현대로라면) '틀딱'의 지지를 받았다. 이를 파악한 조응천 의원은 4일 SNS에 위와 같이 "정게 프로판가스 할배들"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한마디로 "근거 없는 주작질(조작질)과 어이없는 정신승리"라는 지적이다. 이 글의 댓글 119건 중 조 의원이 일베 방언을 흉내 냈다고 비난하는 지지자는 없었다. 오히려 조 의원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고소를 해 돈을 벌라는(?)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실제로 '자유사이버전사'의 주장은 틀렸다. JTBC 측은 이미 태블릿 PC 입수 경위를 밝혔기 때문이다. 취재진이 독일 현지 최순실씨 주거지 쓰레기통에 버려진 태블릿 PC를 확보했고, 최씨가 이사를 가며 태블릿 PC를 경비원에게 버리라고 줘 소유권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검찰도 태블릿 PC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검증을 거의 끝마쳤다. 백번 양보해 설사 훔쳤더라도 입수자가 수사기관이 아닌 민간인인 만큼 형사소송법상 증거 능력 인정에 무리가 없다.

설사 조응천 의원이 JTBC에 제공했더라도 내부고발자 보호 법률의 보호를 받을 여지도 있지만, 결정적인 것은 이미 박 대통령도 두 차례 대국민 사과로 최순실씨가 국정에 개입했음을 시인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일베의 정치게시판 이용자들은 왜 박 대통령을 못 잃어서 본질을 흐리는 것일까. 자신의 신념과 불일치하는 정보를 접하면 도리어 편견을 강화하는 심리. 즉 인지부조화(조 의원의 표현대로라면 "정신승리")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4일 조응천 의원 SNS. 여기서 '레카'란 '레이디 각하'로 박근혜 대통령을 말한다. 비슷한 말로 'ㄹ혜(근혜)'도 있다.
ⓒ 페이스북 갈무리
틀딱의 이러한 버릇을 싫어하는 짤게이들은 조응천 의원의 글을 일베에 공유하며 즐거워했다. "틀딱 까는 건 무조건 ㅇㅂ야"(사이언스카드캡터) "정게와 일베 구분 굿 ㅋㅋㅋ"(조지 소로스) "민주당도 일베 눈팅 많이 하는 듯 ㅋㅋㅋ"(순살경제)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조 의원은 이 반응을 SNS에 다시 공유해 "틀딱까고 일베갔다 이기야 순Siri 누님 덕분에 간만에 국론 통일된 거 아이가"라고 말해 누리꾼들에게 깨알 같은 웃음을 줬다.

틀딱과 짤게이의 사이가 좋지 않은 데는 다른 이유들도 있다. (1) 짤게이는 종종 틀딱이 고리타분하다고 여긴다. 애초에 일베는 기성 사회의 이미지를 우습게 패러디하고 조롱하는 등 권위를 추락시키는 쾌감에 주화입마된 커뮤니티였다. 그런데 '정게 할배'들의 글은 대체로 길고 진지하고 설교조인 데다가 짤방(사진)도 없어 짤게이들은 재미가 없다고 느낀다.

한 익명의 독자 K는 "그간 일베가 단순히 극우 커뮤니티 정도로 여겨졌지만 내부적으로는 의견 충돌이 계속 있었다. 틀딱은 대선 이후 일베의 여론을 호도하고자 세력을 넓히던 지만원의 시스템 클럽 출신 할배들이다. 이들은 정말 골수 친박이자 일베하면 떠오르는 극우 산송장들로 정치게시판을 테라포밍한 후 조직적으로 세력을 넓혀왔다"고 주장했다.

K의 주장이 실제로 맞는지 확인할 길은 없다. 물증은 없고 심증뿐이기 때문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틀딱'의 말투나 정치성향이 노년 세대의 그것과 닮은 게 사실이라 '정게 할배'로 불린다는 점. (2) 짤게이들에 따르면, 또한 틀딱은 '소속감을 강요한다'. 사실 일베의 보수적 성향은 그들이 어떤 뚜렷한 이념 지향성을 진지하게 공유하고 연대를 이루며 갖게 된 게 결코 아니다.

일베가 유머(?) 커뮤니티임을 감안해도 짤게이들의 메시지에 유난히 'ㅋㅋㅋ'가 많이 포함돼 있는 이유다. 차라리 이들의 지배적인 정서는 강박증적인 대인 불신과 비웃음이라 해야 맞다. 이들은 평소에 야권과 호남을 무척 경계하는데, 왜냐하면 무언가 '꿍꿍이'가 있어서 '분탕'을 일으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좌좀(좌파 좀비)' '분탕 홍어(분란을 조장하는 전라도 사람)'와 같은 색깔론과 지역 차별식 조롱을 일삼는 것이다.

 4일 조응천 의원 SNS. 조 의원이 일게이들에게 다가가는 접근 방식은 다른 야권 지지자들도 참고할만 하다. 일게이들을 무조건 '일베충'으로 낙인찍고 무조건 시민권을 빼앗는다고 결코 상호간의 신뢰 회복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게 아니다.
ⓒ 페이스북 갈무리
젊은 우익인 짤게이들은 넷상에서의 권위는 거부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권위에 순응하는 양가적인 심리 사이에서 동요한다. 따라서 익명성이 보장되는 넷상에서는 각종 패드립(패륜 드립)을 일삼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들이야말로 묵묵히 '노오력'하고 질서를 준수하는 1등 시민이라는 엘리트 의식을 갖는다. 이 '1등 시민'들은 대의와 신념에 따라 저항권을 행사할 수도 있는 것이라는 정치적 상상력을 발휘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따라서 야권과 호남을 2등 시민으로 여기고, 집회에는 수만 명의 사람들이 참가해 수만 가지 선택을 하며 집회의 전반적 경향성을 입증할 수 없다면 각각의 선택은 맥락에 따라 판단돼야 한다는 사실을 무시한 채 '불법 집회' '선동'으로 간단히 정리처분해버리는 확증 편향을 종종 저지른다. 심리학자 콜버그는 인간의 전 생애에 걸친 도덕성 발달을 6단계로 나눠 설명한 바 있는데, 일베는 '사회 시스템 도덕 단계(4단계)' 이하에 머물러 있는 듯 보인다.

이 단계에 머무르는 사람들은 '법과 질서'를 중심으로만 도덕적 판단을 내리는 경향이 다분하다. 반면에 세상에는 다양한 의견, 권리, 가치가 있음을 인정하고 법 자체를 수호하는 것이 최종 목적이 아니므로 법은 정치적 실천을 통해 바꿀 수도 있는 것이라는 점을 깨달은 사람들(개인의 권리 및 사회계약 단계), 혹은 양심에 근거해 보편적인 도덕을 추구하려는 사람들은(보편적 윤리 원칙 단계) 그보다 높은 5~6단계까지 나아간다(단, 여성의 도덕성은 다른 발달 단계를 따른다는 이론도 있다. 일베는 남성성을 드러내는 남초 커뮤니티다).

이번 정국에서 일베가 '박ㄹ혜(박근혜 대통령)'의 실정을 비웃는 것도 결국은 '질서' 수호 때문이다. 독자 K는 "일베는 권위와 헤게모니를 중요시한다. 이토록 똑같이 부들거리는 이유는 일베가 신성시하는 '질서'가 무당이라는 말도 안 되는 세력에게 겁탈 당한 데 있다"고 옳게 지적한다. 반면에 틀딱들은 '박ㄹ혜'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와 지지를 요구한다.

그러니까 짤게이는 틀딱을 조롱하고, 틀딱은 다시 짤게이를 '좌좀' '분탕 홍어'라 낙인찍는 키보드 배틀의 향연이 펼쳐지는 것이다. 짤게이들은 야권과 호남을 낙인찍었던 방식대로 본의 아니게 자신들도 낙인찍히고 있다. 이 와중에 조응천 의원이 "틀딱들을 제외하고는 짤게이들은 이번 정국에 대해 분노하고 안타까워하는데, 마침 기회가 닿은 김에 그들과 소통하고 아쉬움을 나누고자 부득이 하게 그들의 표현하게 되었다"며 다가갔으니 나름 호응을 받은 것.

조 의원의 방식은 야권 지지자들도 참고할만하다. 야권 지지자들이 일베의 '드립 문화'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잘 알지만 야권의 약점은 확장성에 있다. 일베의 시민권을 박탈한다고 상호 간의 신뢰 회복이 이루어질 리 없다. 북한을 대할 때 강경책으로만 일관하면 그 자리에서 협상이고 뭐고 다 끝나기 때문에 야권이 '종북'이라는 오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대북 태도에 신중한 것이듯, 일베의 체제에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이해와 대화는 점차 시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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