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日 왕실 보물 '적칠관목주자'는 한반도서 유래"

허윤희 기자 2016. 11. 7.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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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압지 출토 뼈장식 200점 최근 조사] 70년대 출토.. 보존처리 중 확인 뼈장식 기법, 정창원 보물과 유사.. 못 수량 적은 먹글씨 11字도 발견

일본 나라(奈良)의 왕실 보물 창고인 정창원(正倉院)에 소장된 '적칠관목주자(赤漆欟木廚子·불상·경전 등을 모시는 느티나무 궤짝)'가 한반도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증거가 나왔다. 정창원 소장 '적칠관목주자'는 일본 왕실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유물로 여겨질 만큼 주목받는 보물이다.

국립경주박물관(관장 유병하)은 "1970년대 경주 월지(안압지)에서 출토된 화조문(花鳥紋·꽃과 새를 넣은 무늬) 뼈장식 200여점을 보존 처리하는 과정에서 이 뼈장식이 궤짝 테두리를 장식하는 데 쓰였음을 확인했다"며 "모서리에 얇은 테두리를 하나 더 대고 쇠못을 박은 수법이 정창원 소장품인 적칠관목주자의 테두리 장식 기법과 빼닮았다"고 6일 밝혔다. 그동안 국내 학계에서는 정창원에 소장된 금동 가위, 칠기 연꽃 봉오리 장식 등이 월지에서 출토된 유물들과 비슷하고, 정창원 소장 궤짝들의 장식 무늬가 월지에서 출토된 화조문 뼈장식의 무늬와 비슷해 정창원 유물의 상당수가 한반도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박물관은 또 뼈장식 1점의 뒷면에서 '小花釘百八十二(소화정백팔십이) 銉(혹은 鋒)釘六十(율(봉)정육십)'이라는 11자(字)의 먹글씨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전효수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지난달 28일 열린 동원학술대회에서 '월지 출토 화조문 뼈장식 연구'라는 제목으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화조문 뼈장식은 궤짝 테두리 장식용"

월지는 1300여년 전 삼국통일 직후 조성된 경주 월성의 별궁 연못. 1975년부터 2년간 발굴 조사해 3만여점의 유물이 출토됐다. 동물 뼈에 화초와 새 무늬를 새긴 통일신라시대의 '화조문 뼈장식' 200여점도 이때 나왔다. 동물 뼈를 갈라서 얇은 판으로 가공한 다음, 일정 간격으로 원형 구멍을 뚫고 구멍과 구멍 사이에 화초와 새 무늬를 음각했다. 가장 긴 것은 길이 23㎝ 내외, 가장 작은 것은 6㎝ 정도다.

전효수 학예연구사는 "뼈장식 200여점의 전체 길이를 합산해보니 13m가 넘었고, 못 구멍 간격은 5.7㎝ 내외, 6.5㎝ 내외, 7㎝ 내외의 3종류로 확인됐다"며 "그동안 이 뼈장식의 용도를 놓고 길이를 재는 자, 병풍 장식 등 견해가 분분했으나 직육면체 형태의 입체물을 장식하는 용도였음이 확인됐다"고 했다. 뼈장식 1점의 뒷면에서 확인된 먹글씨는 못의 주문서나 납품확인서로 추정된다.

◇"정창원 주자 테두리 장식·기법 닮아"

전 학예사는 논문에서 뼈장식의 화조문과 정창원 소장품의 문양도 비교했다. 그는 "정창원 소장품 중 바둑알, 자, 나무상자, 탁자 등 상당수 유물에서 월지 뼈장식 화조문과 같거나 비슷한 문양이 확인됐다"며 "정창원의 상자류에선 뼈장식의 새무늬와 금동꽃무늬장식의 꽃무늬가 한꺼번에 확인됐고, 월지에서 출토된 금동꽃무늬장식과 같은 무늬가 테두리에서 일정한 간격으로 나타난다"고 했다.

전 학예사가 화조문 뼈장식의 문양과 전체 길이, 못 구멍 간격 등을 토대로 ①크기가 큰 주자류 중 꽃무늬, 새무늬, 또는 장식못이 사용된 것 ②문양이나 못 간격이 2~3종류인 입체물 ③문양이나 못의 간격 총합이 5m, 10m에 이르는 것을 찾아본 결과, 정창원에 소장된 주자류, 그중에서도 적칠관목주자의 테두리 장식과 매우 유사했다. 적칠관목주자는 높이 1m, 폭 85㎝. 테두리 장식에 쓰인 못은 230여개다. 전 학예사는 "월지 뼈장식은 출토 당시 소형 판불(板佛), 수정류와 함께 나왔다. 적칠관목주자에 들어있는 수납물 중 수정류가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고 했다.

흥미로운 점은 일본 내 기록이다. 756년 작성된 정창원 기록인 '국가진보장(國家珍寶帳)'에 따르면, 정창원에는 적칠관목주자가 2점 있는데 하나는 쇼무 일왕의 소장품이고 또 하나는 백제 의자왕이 일본 조정의 실력자였던 후지와라노 가마타리(614~669년)에게 준 것이라는 내용이 있다. 둘 중 한 점은 사라지고 지금 정창원에는 한 점만 남아 있는데 일본 내에선 쇼무 일왕의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일본의 '인간 국보'(국내 중요무형문화재에 해당)인 가구장(家具匠) 구로다 다쓰아키(黑田辰秋·1904~1982)는 이 주자를 살펴본 후 "한반도에서 제작한 물건"이라고 단언한 바 있다.

이병호 국립미륵사지유물전시관장은 "정창원 주자의 테두리 장식이 월지 유물과 같은 기법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은 한반도에서 만들어져 일본으로 넘어갔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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