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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행복기숙사는 어쩌다 '혐오시설'이 됐나..주민 반대 이유는?

배문규 기자 입력 2016. 11. 07. 14:49 수정 2016. 11. 0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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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동소문동 행복기숙사 조감도.| 한국사학진흥재단 제공

“가장 두려운 것은 초등학생을 상대로 한 성범죄입니다 딸아이를 가진 엄마로서 행복기숙사 소식에 가장 먼저 들었던 것이 성범죄입니다.” “주거지역에 상업성을 가진 기숙사 시설이 타당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젊은층 대거유입으로 주거환경이 열악해지며 성폭력 사건이 다발적으로 일어날 확률이 큽니다.” “대학생의 행복은 지켜주어야하고 5천 주민과 1천4백명의 초등학생들은 행복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입니까? 저희는 지금 너무 불행합니다.”

주거난을 겪는 대학생들을 위한 기숙사는 어쩌다 ‘혐오시설’이 됐을까. 한국사학진흥재단이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에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대학생 연합기숙사인 ‘행복기숙사’가 주민들의 반대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앞서 경희대 행복기숙사는 학교 주변 원룸업자들이 임대료 하락을 이유로 반대한 일도 있다.

7일 사학진흥재단에 따르면 대학이 밀집된 서울 동북권 대학생 거주여건 개선을 위해 재단 측은 동소문동 국유지(5164.4㎡)에 여러 대학 학생들이 입주할 수 있는 750명 규모의 행복기숙사를 2018년 1학기 개관을 목표로 건립 추진하고 있다. 재단은 지난 4월 설계를 마치고 성북구청에 건축허가를 신청했다. 행복기숙사는 월 20만원 정도 기숙사비로 대학생 거주비 부담을 낮추는 사업이다. 현재 동소문동 행복기숙사에는 국민대, 성균관대, 한국외대 등 12개 대학, 1950여명이 입사를 희망하고 있다.

동소문동 행복기숙사 위치도. 위로는 한신한진아파트단지, 아래로는 돈암초등학교 후문이 있다. |한국사학진흥재단 제공

주민들은 생활여건 침해를 이유로 기숙사 건립을 반대하고 있다. 기숙사 부지 아래로는 2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돈암초등학교가 위치하고 있으며, 위쪽으로는 주차장을 사이에 두고 한신한진아파트단지가 있다. 주민들은 공사기간 동안 소음, 분진, 진동 등 생활 피해와 공사차량으로 인한 초등학생 안전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재단 측은 방음벽 설치, 암반파쇄시 전력충격쎌을 이용한 소음 및 진동 최소화, 공사차량 출입시 안전유도요원 상시 배치 등의 대책을 내놨다. 조망권·일조권 침해를 줄이기 위해 최고 11층인 기숙사 층수를 아파트 단지를 고려해 조정하고, 건물 중간은 비웠다.

그러나 주민들은 지난 9월 두 차례 주민설명회와 성북구청의 중재에도 불안한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지난 9월부터 사학진흥재단과 성북구청 홈페이지에는 주민들의 반대 글이 수십건 올라왔다. 특히 일부 주민들은 대학생들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주장까지 펴고 있다. “기숙사 건립으로 유흥가와 같은 비교육적인 지역으로 변하고 불미스러운 사건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재단 측은 기숙사 생활규칙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경찰 협조를 얻어 순찰을 강화하기로 했다. 범죄예방설계(CPTED)를 적용하고, 가로등과 CCTV도 확충하기로 했다.

하지만 대학생들이 주민들의 조카나 주변 친지와 비슷한 또래라는 점을 생각하면, 대학생을 ‘잠재적 범죄자’로 모는 막연한 혐오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달팽이유니온 임경지 대표는 “청년들을 무절제하고, 미성숙하다는 시선으로 보다보니 그로부터 남녀가 섞이는 모텔촌, 성범죄와 같은 부정적 편견이 파생됐다고 볼 수 있다”면서 “여기에 외부인에 대한 불안과 반감이 섞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주자들이 진짜 범죄자라서 이러한 공포가 오는 지부터 따져봐야 한다”면서 “커뮤니티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면 불안이 해소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기숙사 1호인 서대문구 홍제동 행복기숙사의 경우 지역 초·중·고등학생을 위한 대학생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해 모범적인 주민 협력사례로 꼽힌다. 사학진흥재단 기숙사사업팀 관계자는 “멘토링 사업과 기숙사 편의시설 주민 개방, 지역주민 직원 우선 채용 등 주민친화 운영을 하겠다”면서 “열악한 대학생들의 주거 여건 개선을 위해 빠른 시일내 건축허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성북구청에서도 조만간 주민대표와 건축·법률전문가, 경찰, 재단 측이 한데 모여 의견수렴을 하기로 했다. 성북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절차나 법적 요건은 갖췄기 때문에 9월쯤 허가가 나야 했지만, 민원을 듣다보니 늦어졌다”면서 “사업의 공적 성격을 감안해 최대한 주민들과 화합하는 방향으로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전형적으로 임대주택이 들어올 때 반대하는 논리로 볼 수 있다”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선 결국 끝장토론을 통해 뭐가 문제고 아닌지를 따져야 한다. 주민들이 참여하지 않는다고 하면 시민단체를 통해 문제제기를 하는 등 공론의 장에서 해결해야지 덮어두고 가면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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