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로 감시해도 OK" 취업난에 베이비시터로 몰리는 2030 여성들

권선미 기자 입력 2016. 11. 12.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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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목고 출신으로 서울의 4년제 대학 재학 중인 A(22·여)씨는 최근 한 구직사이트에 베이비시터(babysitter·보모)로 일하고 싶다는 글을 올렸다. A씨는 “집안에 CCTV가 설치돼 있어도 상관없다. 바쁜 ‘워킹맘’을 성심껏 돕겠다”고 적었다.

주부 김모(30)씨도 “오전 시간에 파트타임 형식으로 아이 돌보는 일을 구하고 있다”며 “베이비시터는 물론 가사도우미 역할까지 할 수 있다”고 했다. 보육교사2급 자격증에 예전에 특수학교 근무 경력이 있는 김씨는 “집주인이 원한다면 제 가족들과 전에 일했던 곳의 연락처를 알려줄 수 있다”고 했다.

최근 가사도우미·베이비시터 등의 일자리를 찾는 젊은 여성들이 부쩍 늘었다. 20~30대 취업난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과거 ‘파출부’, ‘보모’라는 이름으로 50대 이상 중장년 여성들이 주로 하던 영역으로까지 구직 대상을 확대한 것이다. 구직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보육 관련 자격증 등 ‘스펙’을 강조하거나 ‘CCTV 촬영’ 같은 근무조건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지원자들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20~30대 여성들이 베이비시터를 하려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보수가 세기 때문이다. 이들이 받는 평균 시급은 1만원~2만원 선이다. 취업준비생 B씨는 “편의점이나 카페 등에서 아르바이트하면 시급 7000원 받기가 어려운데, 베이비시터는 상대적으로 몸도 편하고 시급도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일자리를 찾는 과정에서 나이가 어리고 출산·육아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경우도 있다. 베이비시터 아르바이트를 구하려다 결국 포기했다는 최모(24·여)씨는 “대학생이라는 이유로 구직사이트에서 본 것보다 시급을 낮추고, 아이가 두 명이라고 해서 갔는데 사실은 세 명을 돌봐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계약 조건에 없는 가사 노동이나 학습 과외 등을 요구기도 한다. 유치원생 아이와 놀아주는 ‘놀이시터’ 아르바이트를 한 손모(27)씨는 “시급이 세다는 장점 때문에 일을 했는데, 아이 부모가 자꾸 유치원 등·하원이나 숙제를 봐달라고 부탁해 시작한 지 2주 만에 그만뒀다”고 말했다. 아동보육학 전공의 한 여대생은 “여름방학 때 베이비시터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하루는 아이 할머니께서 오시더니 ‘애는 내가 볼 테니 설거지랑 청소, 빨래를 하라’고 시키더라”라고 말했다.

하지만 20~30대 베이비시터 구직자가 늘어난 것은 그만큼 일자리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단순한 육아 도우미가 아닌 학습 보조 선생님 역할로 젊은 베이비시터를 찾는 가정은 꾸준히 늘고 있다.

20~30대 여성에게 아이를 맡기는 부모들은 아이에게 단순한 육아보다는 교육 보조 역할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베이비시터 구인·구직사이트 ‘시터넷’ 대표 황연주씨는 “20~30대 육아 도우미는 독서시터, 영어시터, 놀이시터 등 세분화되는 추세”라며 “특히 6~7세 이상의 아이가 있는 주부는 젊은 감각으로 선생님처럼 아이를 돌봐줄 수 있는 젊은 여성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베이비시터를 구할 때 ‘유아교육 전공’이라는 조건이 붙기도 한다. 한 주부는 “집 근처 대학교 유아교육과 사무실에 전화를 넣으면 조교가 신청을 받아 아르바이트생을 연결해 준다”며 “만족도가 높아 주변에 소개해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부는 “50~60대 아주머니한테만 아이를 맡기다가 대학생 베이비시터를 쓰니 말도 편하게 할 수 있고, 의사소통이 더 원활했다”면서 “아이를 돌보는 열정이나 체력도 훨씬 좋아 보여서 앞으로는 젊은 베이비시터만 고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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