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80년 그날처럼 뜨거운 광주..시민들 "박근혜 퇴진" 한 목소리

입력 2016.11.12. 20:16 수정 2016.11.12.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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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2일 오후 문화행사 지켜보던 5천여 명 ‘자유발언’ 요구
여고생부터 교수, 문화예술인과 주부 등 “물러나라” 촉구

12일 저녁 광주시민 4천여 명이 금남로 5.18민주광장에서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이제 좀 만족하십니까?”

12일 저녁 6시55분 광주시 동구 금남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앞 5·18민주광장에서 사회를 보던 허달용(한국화가)씨가 문화공연을 중단하고 시민들이 연단에서 자유발언을 하도록 한 뒤 이렇게 물었다. 분수대를 뒤에 두고 80년 5월 그날처럼 한 자리에모인 5천여 명(경찰추산 2천여 명)의 시민들이 “와~”하고 환호했다.

광주민족예술단체총연합(광주민예총)은 이날 오후 6시부터 광주민속예술제를 열어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작성 등의 행태를 비판하는 행사를 열 예정이었다. 이를 위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등 최근의 시국을 비판하는 풍자극과 마당극 등을 준비했다.

12일 오후 6시 광주 금남로 5.18민주광장에서 광주민예총 주최로 시작된 민족예술제는 `박근혜 규탄 시민대회'로 바뀌었다.

하지만 여기 저기서 “문화행사 그만하고 박근혜 퇴진 집회를 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일부 시민들은 충장로 알라딘서점 앞에가서 촛불시위를하자며 자리를 뜨기도 했다가 다시 5·18민주광장으로 되돌아오기도 했다. 광주민예총은 시민들의 뜨거운 요구를 수용해 즉석에서 ‘박근혜 규탄 시민대회’로 진행했다. 한 시민은 “시민들이 문화행사만 보고 있기엔 뭔가 답답했던 것 같다. 광주가 오랜만에 뜨거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선량(47·주부·남구 진월동)씨는 “대통령의 행태가 부끄럽다. 서울 집회에 못가니까 촛불을 들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12일 밤 80년 5.18항쟁의 시민군 거점이었던 옛 전남도청(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 서있는 5.18기념탑앞에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서있다.

이에 광주민예총은 준비했던 풍자극, 마당극을 일시 중단하고 시민들이 자유롭게 발언하는 ‘난장’을 시작했다. 연단에 오른 최영태 전남대 교수(역사교육과)는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하는 것이 나라를 위한 마지막 봉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혁명적 상황’이다. 우리가 더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말하자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고 3 여고생은 “엄마가 나돌아다지니 말라고 하셨다.(웃음) 그런데 대한민국 미래가 걱정돼 나왔다. 누구는 말만 타고도 대학가는 것이 나라냐?”고 되물었다.

12일 밤 광주 금남로 5.18민주광장을 가득 메운 5천 여명의 시민들.

“광주의 함성이 서울까지 들리도록 한번 외쳐 볼까요?”

사회자의 유도에 시민들은 “와”하고 함성을 질렀다. 이날 집회엔 가족단위로 나온 시민들, 고교생들부터 노인들까지 많은 시민들이 ‘박근혜 하야’라고 적힌 팻말이나 촛불을 들었다. 한 50대 중년 남자는 연단에 올라 “개판인 나라를 바꾸자”고 했다. 한 여고 2학년생은 “아무리 1+1이 유행이라지만, 대통령까지 1+1이 말이 됩니까?”라고 풍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시민들은 자유발언 중간 중간 노래를 함께 부르기도 했다. 이날 광주민예총 ‘즉석 노래단’은 시민들에게 ‘하야송’을 가르쳐 주기도 해 큰 인기를 모았다. 80년 5월 전두환 등 신군부의 폭력에 맞서 싸웠던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은 이날 밤 10시30분까지 시민들의 구호와 함성으로 뜨거웠다. 김승일(55·서구 쌍촌동)씨는 “조그만 힘이라도 보태려고 나왔다. 시민들이 행동해야 한다. 이 난국을 푸는 길은 대통령의 하야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광주지역 90여 개 시민·사회단체와 정당 등이 참여하고 있는 ‘박근혜 퇴진 광주시민운동본부’는 서울 민중궐기대회에 광주 시민 1만2천여 명이 상경했다고 밝혔다. 광주에선 다음 주부터 매주 수·토요일 오후 6시30분부터 광주시 동구 충장로 알라딘서점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열기로 했다.

광주/글·사진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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