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오아시스 'Be Here Now' 브릿팝의 코어 같은 앨범

박찬은 입력 2016. 11. 17.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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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곡 한 곡이 길다. 총 71분의 러닝타임이다. 오아시스가 최정상에 있었던 시기에 발매된 만큼, 그 기분을 오래 유지하고 싶었던 걸까(비록 멤버인 노엘 갤러거는 ‘최악의 로큰롤 앨범이자 실패작’이라 칭했지만). 오아시스가 신인 밴드에서 로큰롤의 거인으로 3년 만에 우뚝 선 1997년, 도합 2000만장을 팔고, 넵워스 공연에서 25만명을 모으면서 정점에 있던 이 시기에 발매된 <Be Here Now>가 리마스터링 앨범으로 나왔다. 리암 갤러거가 ‘모든 곡이 출중한, 오아시스의 앨범 중 가장 좋다’고 말한 앨범이다. 예약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라디오헤드’와 ‘콜드플레이’의 신곡을 제치고 록 앨범 차트 1위를 기록, 당시 이 앨범을 사려 늘어선 긴 줄이 국내 뉴스에 보도되기도 했던 바로 그 앨범이다. ‘난동’에 가까운 사건 사고를 치고, 입만 열면 폭언과 조롱을 일삼던 오아시스는 그러면서도 종종 걸작을 내놓았는데, 이번 앨범이 바로 그렇다. 앨범 커버의 8월21일이라는 날짜는 1997년 당시 앨범 발매일을, 수영장에 빠져 있는 링컨 컨티넨탈은 ‘우리가 이 정도야’하는 일종의 힙합 스웨그 같은 허세를 드러낸다. 앨범은 헬기 소리로 임팩트를 넣은 ‘D’You Know What I Mean’으로 시작된다. 한 인터뷰 기자와의 언쟁 사이에서 태어난 ‘I Hope, I Think, I Know’, 노엘 갤러거가 조니 뎁, 케이트 모스와의 휴가 도중 믹 재거의 별장에 있던 장난감 피아노로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Be Here Now’는 필청트랙. 롤링 스톤즈 스타일의 기타 리프가 작렬하는 ‘It’s Getting Better (Man)’에 이어 오아시스 절정의 사운드를 체험할 수 있는 9분짜리 대곡 ‘All Around The World’로 앨범은 끝이 난다.

▶밴드 오아시스의 정점을 알 수 있는 앨범

전작보다 팝적인 느낌은 더 강해졌고, 약간 흐렸던 리드 기타의 소리는 더 어둡고 더 무겁게, 더욱 선명해졌다. 손질이 덜 돼 몹시 거칠고 시끄러운 기타가 곡 내내 작렬하는 ‘My Big Mouth’나 오아시스의 환상적인 세계관을 볼 수 있는 ‘Magic Pie’ 같은 곡이 그렇다. 지미 헨드릭스 류의 사운드를 목표로 했다는 연주력과 함께 좀 더 무거워지고 박력 넘치는 사운드가 공존한다. 지난 10월14일 판매 시작과 동시에 록 앨범 차트 1위를 기록한 가운데, 오아시스의 다큐멘터리 <슈퍼소닉>(감독: 매트 화이트크로스|출연: 노엘 갤러거, 리암 갤러거)도 24일 개봉한다. 이들의 다큐멘터리 상영은 최초로, 영화는 무려 260만명(당시 영국 인구의 1/20)이 티켓을 구하려 몰려든 영국 넵워스 공연장의 모습과 함께 해체 이후 소원했던 두 형제 모두 인터뷰어로 참여한 모습을 최초로 보여준다. 반주 멜로디까지 떼창을 하고, 이젠 영국에도 없는 10~20대 팬들이 여전히 많은 한국에 대한 오아시스의 관심은 특별해 보인다. <슈퍼소닉> 개봉 날짜까지 한글 해시태그를 단 걸 보면(개봉국가 중 유일하다). 1991년에 결성, 2009년에 해산하기까지 ‘영국산 앵그리 영맨’의 자세로 브릿팝의 절정과 종결을 알린 오아시스는 도심 외곽의 변두리 지하 연습실에서 시작, 3년 만에 전 세계를 뒤흔들며 1990년대 유행처럼 번졌던 허무주의와 버무려져살아있는 전설이 됐다. 앨범 노트에서 불싸조 한상철은 “시정잡배 스타일 승자의 여유, 그리고 향락적인 분위기가 시종일관 앨범 내에 감돌고 있다”며 “세계를 제패하고 우주까지 날아갈 기세로 기고만장했던 기분을 이 앨범은 고스란히 만끽시켜주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밴드에 비해 꼿꼿하게 서서 움직임이 거의 없이 거만한 자태로, 비틀즈에게 물려받은 직계 멜로디로 가득한 노래를 굉음의 기타로 연주하던 오아시스의 모습을 영화와 함께 앨범으로 감상해보자.

[글 박찬은 기자 사진 소니뮤직]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554호 (16.11.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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