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문] 마임협의회 시국선언.."거짓된 몸짓은 가라"

김미경 입력 2016.11.26.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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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한국마임협의회 시국선언 '동참'
낮 12시 눈 내리는 광화문 광장 모여
마임으로 '박근혜 하야와 사과' 촉구
"권력 앞 사이비 예술가도 함께 가라"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전국서 최순실 국정농단을 비판하며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제5차 촛불 집회를 앞두고 한국마임계도 그 행렬에 동참했다.

한국마임협의회의 50여명인 회원 일동은 26일 낮 12시 눈 내리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하야’를 촉구하는 ‘이 땅의 모든 천박하고 거짓된 몸짓은 가라!’는 제목의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이날 마임협의회는 시국선언문을 통해 “오늘 우리가 목도하는 것은 탐욕의 시대가 드러낸 밑바닥과 대중의 행진”이라며 “박정희에서 시작되어 박근혜에 이르는 그 모든 거짓된 말들은 힘을 잃었다. 진정한 힘은 대중의 저 말 없는 몸짓 안에 살아있다”고 밝혔다.

이어 “박근혜는 모든 국정에서 손을 떼고 오늘 당장 퇴진하라”면서 “문화융성위도 공범이다. 당장 해체하라. 예술검열을 방조한 문화예술위원회 위원들은 사과하고 물러나라. 모든 문화부역자는 현직을 박탈하고 처벌하라. 농락당한 문화예술예산 처음부터 다시 짜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한국마임협의회 시국선언문 전문이다.

“이 땅의 모든 천박하고 거짓된 몸짓은 가라.” 오늘 우리가 목도하는 것은 탐욕의 시대가 드러낸 밑바닥과 진정한 나눔과 소통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이름 없는 대중의 행진이다. 박정희에서 시작되어 박근혜에 이르는 그 모든 거짓된 말들이 힘을 잃었다. 진정한 힘은 대중의 저 말 없는 몸짓 안에 살아있었다. 거친 분노의 몸짓이나 한풀이가 아니었다. 흥에 겨웠고 신이 나 있었다.

내가 대한민국의 주인이 되는 축제가 시작되었다. 바로 얼마 전만 해도 우리나라는 이래서 안 돼, 헬조선, 혐오를 이야기 하던 사람들이었다. 그것은 우리가 채 끊어내지 못한 친일의 그림자와 분단 그리고 우리의 생존의 불안이 끌어들인 군부독재의 도가니 위에 떠오른 삶의 찌꺼기였다. 이제 그 아래 가라앉았던 맑은 얼굴이 떠오르는 것을 본다. 대한민국의 구성원 하나하나를 존중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받고 서로의 몸짓에 공명한다.

거리에 나선 우리는 모두가 평등하다. 오늘 우리는 거리에서 민주주의를 배운다. 서로 말을 건네지 않아도, 명함을 주고받지 않아도, 학벌과 지연을 말하지 않고도 서로의 몸짓 하나로 촛불 하나로 충분한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우리는 오랜 시간 이 행진을 준비했다. 보이는 거짓된 것들의 갑질에 압도되지 않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저 신명의 몸짓을 준비했다.

이 땅의 예술인들은 대부분 을의 삶을 살았다. 포기할 수밖에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도 그 길을 걸었고, 이 땅을 저주하거나 민중의 아름다움과 힘을 의심하지 않았다. 저 환관들이 만든 블랙리스트라는 것은 우리를 분노케 하기 보다는 실소하게 만든다. 예술의 힘은 진실을 퍼 올리는 힘이며, 역사의 도도한 흐름을 압축해 쏘아내는 힘이다. 국민의 세금을 축낸 그 알량한 돈주머니로 어찌 이 강고한 힘을 막는다는 말인가.

우리 마임연기자들은 맨몸으로 이 천박한 시절을 견디며, 웃음과 풍자와 감추어진 인생의 깊이를 나누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느리게 걸으며 거짓된 것들의 바쁘고 천박한 몸짓을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그러나 우리도 간혹 너무 웃기만 하였고, 하얀 분칠 뒤에 숨어 사회의 어두움을 외면하였고, 심각하고 근엄한 표정으로 민중의 주눅 들어 보이는 몸짓과 소박한 흥을 비웃기도 했다. 어쩌면 작은 출연료에 연연하며 이 시민혁명의 함성이 낯선 소시민의 삶을 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우리는 예술인임과 동시에 대한민국의 국민임을 자각한다. 이 광화문의 수많은 촛불이 우리 마임연기자들의 새로운 예술의 길을 안내하는 표지가 될 것이다. 대중의 몸짓이 예술가의 자양분이며, 하늘의 뜻을 드러내는 화산과 같은 것이라는 사실을 체험하며, 이에크게 반성하고 새로이 눈을 뜬다.

지금은 국민 모두가 주인이 되는 진정한 건국의 시작인 동시에 한국예술 그리고 한국마임의 새 아침을 맞이하는 시간이다. 우리 광대들은 이렇듯 새 역사의 기운을 예감하며 온몸의 기운을 모아 외친다.

이 땅의 모든 천박하고 거짓된 몸짓은 가라! 탐욕에 눈이 먼 온갖 비굴함과 기름 번들거리는 가진 것들, 마침내 재벌의 갑질도 가라! 위선으로 가득한 정치인의 국민대변자 코스프레도 가라! 이참에 권력 앞에서 기생노릇 하던 사이비 예술가들의 구역질나는 몸짓도 함께 가라!

한국의 마임연기자들은 대한민국의 주인인 국민으로서 명령한다.

- 박근혜는 모든 국정에서 손을 떼고 오늘 당장 퇴진하라.

- 정치권은 불순한 개헌논의를 중지하고 탄핵에 몰두하라.

- 문화융성위도 공범이다. 당장 해체하라.

- 예술검열 방조한 문화예술위원회 위원들은 사과하고 물러나라.

- 모든 문화부역자는 현직을 박탈하고, 처벌하라.

- 농락당한 문화예술예산 처음부터 다시 짜라.

2016년 11월 26일

한국마임협의회 회원 일동

강정균, 강지수, 고재경, 고은결, 김봉석, 김성연, 김세진, 김은미, 김용철, 김원범, 김종학, 김지선, 김찬수, 김태문, 김희명, 남긍호, 노영아, 박미선, 박이정화, 박종태, 백승환, 성경철, 손삼명, 신 용, 안동윤, 양길호, 양미숙, 유진규, 유홍영, 윤종연, 윤푸빗, 이경식, 이경열, 이두성, 이명찬, 이성형, 이정훈, 이윤재, 이준혁, 이태건, 임동주, 임도완, 전미로, 조성진, 최경식, 최대성, 최 희, 탁호영, 현대철, 홍창종.

김미경 (midor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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