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취재수첩] 안봉근 "느그들 VIP한테 다 일러 삘끼다"

입력 2016. 11. 27. 16:06 수정 2016. 11. 27. 18:1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문고리 3인방 이재만, 정호성, 안봉근 전 비서관의 청와대 위세가 비서실장을 넘어섰다는 증언이 속속 나오고 있다. 특히 이재만은 국책은행과 기업 인사, 안봉근은 검? 경 인사까지 수시로 관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취재진이 만난 전직 청와대 관계자 A씨의 폭로는 충격에 가까웠다.

◇ "안봉근 빽이 최고"

정권 초인 2013년 6월, 청와대에서 초유의 '항명' 사건이 벌어진다. 윤창중 전 대변인의 방미 수행 중 '성추행' 의혹 사건 2~3주 뒤쯤이라 한다. 안봉근의 측근으로 꼽히는 B 비서관이 K 수석과 언쟁을 하다 공무원 출입증을 집어던지는 사태가 벌어졌다. B 비서관은 구수한 사투리로 "느그들끼리 다 해 묵으라"며 흥분한 상태로 막말을 쏟아냈다. 상급자인 K 수석은 황당하다는 듯 눈만 끔벅거리며 아무런 대꾸를 못했다고 한다. 이후 허태열 비서실장도 보고받았지만 징계 등 사후 조치는 없었다. 청와대 내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스토리라는 게 A씨의 전언이다.

안봉근이 각별히 챙긴 경찰 고위직 스토리도 있다. 안봉근은 C 경무관을 치안감으로 승진시키는 동시에 사회안전비서관으로 데려오려 했다고 한다. 그런데 제동이 걸렸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C 경무관을 검증한 결과 여러 비위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이에 격분한 안봉근은 조응천 당시 공직기강비서관에 직접 전화를 걸어 "두고 보자.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 경고했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이 사건 2달 뒤 '정윤회 문건 파동'이 터지고, 문건을 작성한 박관천 전 행정관과 상급자인 조응천 비서관은 청와대에서 쫓겨난다. 애초 문건 작성을 지시한 것은 김기춘 비서실장이었다. 이 문건은 대통령한테 2번이나 보고도 됐다고 한다. 그런데 충직하게 명령을 따른 공무원들이 되레 쫓겨나고 말았다.

문고리 3인방 중에서도 맏형 격인 안봉근은 자기 뜻대로 안 될 때 이런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VIP한테 다 일러 삘기다. 느그 도대체 몇 대를 두드리 맞아야 정신 차리는가 보자". 그런데 지금은 그 VIP가 그 분인지, 저 분인지 헷갈리는 상황이다.

◇ 수석급 행동에도 김기춘은 '모르쇠'

전직 청와대 관계자 D씨는 3인방에 대해 깨알 같은 증언을 쏟아냈다. 3인방은 모두 비서관이지만 위세는 비서실장과 맞먹었다고 한다. D씨는 "3인방에게 감히 비서관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었다. 정호성과 안봉근은 '실장님'이라고 불렀다. 특히 이재만 비서관은 호칭 앞에 '총무'를 빼먹으면 들은 척도 안 했다"고 증언했다. 과도한 예우도 있었다. D씨는 "청와대 내 유선전화는 발신자의 직급에 따라 벨소리가 다르다. 수석급 이상이 전화하면 사이렌처럼 요란하게 울리는데, 3인방이 전화하면 수석 벨소리가 울렸다"고 전했다. 이어 "비서관에게는 아반테급 소형 차량이 제공되는데, 이들 3인방은 SM5급 중형 차량을 타고 다녔다"고 말했다. 김기춘 비서실장도 이를 묵인할 뿐 문제 삼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문고리 3인방이 벌벌 떨었던 사람이 있으니 바로 '정윤회와 최순실'이다. 2014년 정윤회 문건 파동 전까지는 정윤회가 비선 실세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2007년 대선 캠프 경호팀에서 일했던 한 관계자는 "VIP와 통화를 하려면 누구든지 안봉근을 통해야만 했다. 그런데 정윤회 전화가 오면 안봉근이 벌떡 일어나 차렷 자세로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위계 구조는 박 대통령이 정계에 입문한 1998년부터 시작됐다는 게 정설이다. 세월호 7시간의 비밀, 3인방 문고리 권력의 등장과 권력 형성 과정 등 보다 자세한 내용은 27일 밤 9시 40분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서 방송된다.

'스포트라이트팀' 봉지욱 기자 bong@jtbc.co.kr

Copyright © JT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