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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_출근] 자문자답형 오지라퍼 선배가 내 모습이 될줄이야

김나영 기자 입력 2016. 11. 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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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팀에 막내가 들어왔다.(와우~~!!)

푸릇푸릇 그리고 파릇파릇한, 귀하디 귀하다는 대학교를 갓 졸업한 신입사원 김어리씨.

마상무와의(지난 편 참고) 끔찍했던 유럽출장을 준비하던 그 고난의 나날에 어리씨가 입사했더랬다.

출장준비에···출장에···출장 다녀와서 밀린 보고서 마감에···

눈 코 뜰새 없이 하루 하루를 보내다 보니 어느덧 어리씨가 입사한 지 3주가 훌쩍 지나고 말았다.

그렇게 어리씨가 입사한 지 3주째 되는 월요일 아침.

‘내가 너무 무심했네, 서운하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오늘 점심 같이 먹으면서 힘든 건 없는지 물어봐야겠다. 갓 시작한 사회생활이니 얼떨떨할 테지’

이런 생각이 들자 과거의 내 모습이 겹쳐지며 어리씨가 안쓰럽기까지 했다.

아···지금 돌이켜 생각하니 얼마나 감상에 젖은 오지랖이었던가.

내가 이런 오지라퍼(?)였다니···열 손가락이 다 오그라들어 없어질 것만 같다···.

아...이건 아닌데...

# 좋은 선배이고 싶은 마음에?

신입사원을 보며 (오직 신입사원이었다는 공통점 하나뿐임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나를 겹쳐서 보기 시작한 게 실수의 시작이었다.

나는 신입사원 교육 담당도 아니었을뿐더러 후배들과도 그리 살갑게 지내는 편이 아니다.

그래서 어리씨와의 점심 식사는 내가 선배로서 후배와 갖는 첫 면담(나름 데뷔전이었다)이었던 것이다.

물론 그때는 전혀 인지하지 못했지만···(ㅠㅠ)

보통 팀 단위로 점심식사를 같이 하기 때문에 오그래 팀장님께 먼저 사정을 말씀드렸다.

따로 이야기도 나눠본 적이 없어서 가능하면 오늘 점심 맛있는 거 사주고 싶다고.

오 팀장님은 흔쾌히 승낙하며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오라고 좀 늦게 들어와도 된다고까지 하셨다.

물론 그렇게 말한다고 늦게 들어올 거란 생각은 안 하고 하신 이야기겠지만. ㅋ

일단 상사의 허락을 구했으니 메뉴를 정할 차례다.

같은 여자니까 파스타를 먹어야 하나 고민하다가 자리의 주인공에게 의사를 묻기로 했다.

나 : “어리씨, 오늘 점심 뭐 먹고 싶어요?”

신입사원 김어리 : “아, 대리님. 저는 다 잘 먹습니다. 대리님이 드시고 싶은 거 같이 먹어요 ^^”

나 : “음···. 맛있는 거 사주고 싶은데···. 그럼 회사 앞에 레스토랑 새로 생겼던 데 거기 어때요?”

김어리 : “네! 좋아요!”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 후가 문제지.

여기까지는 아주 좋은 전개다.

세심한 여자 선배.

믿고 따를 수 있는 그런 선배.

후배들에게 특히 여자 후배들에게 좋은 선배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던 걸까?

나의 오지랖은 점심식사와 동시에 그렇게 시작됐다.

# 5년 전 그 선배처럼 나도 묻고 또 물었다 “요즘 어때요?”

나 : “회사 들어와서 3주쯤 됐죠?”

김어리 : “네~그렇습니다”

나 : “어때요? 할만해요? 힘든 건 없고요?”

김어리 : “팀장님도 그렇고 대리님도 그렇고 모두들 잘 해주셔서 힘든 건 없습니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 뿐이에요.”

나 : “여자 후배가 들어와서 좋아요~. 이야기도 잘 통할 것 같고 편하게 지내면서 언제든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봐요~.”

김어리 : “네, 감사합니다. 저도 너무 든든해요 대리님 ^^”

여기까진 참 무난했다.

다시 봐도 좋은 선배 같다.

이렇게 식사자리가 끝나지 않았으니 문제라는 거다. ㅠㅠ

맛있는 거 사줘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나온 지라(3주간 무심했던 것도 물론 한 몫했다) 보통 때 같으면 단품 메뉴를 시켰겠지만 이번엔 코스요리를 선택했다.

샐러드에 파스타에 스테이크까지 여자 둘이 먹기에는 조금 많은 하지만 충분히 먹을 수 있는 바로 그 세트메뉴다.

대학 때 전공은 뭘 했는지, 가족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원래 꿈은 뭐였는지···.

지나치게 사적이지는 않은 신상 질문을 던졌다. (이 정도의 정보는 공유해야 서로 친해진 그런 느낌을 받게 되니까)

남자친구는 있느냐? 이런 질문은 넘어갔다. 나도 이런 질문은 사절이니까.

그런데 생각보다 한 시간은 길고 또 길었다.

실컷 묻고 답했다고 생각했는데 30여분 밖에 지나지 않았다.

더 질문할 거리가 생각나지 않았다.

그래서 물었다.

내 얘기를 시작하며 감수성 포텐이 터지고 말았다. ㅋㅋㅋ...아 부끄럽다...

“요즘 어때요?”

그렇다, 도돌이표 질문이다. (앉자마자 했던 바로 그 질문)

생각해보면 신입사원이었을 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아닐까?

나도 그랬다.

5년 전 선배들이 밥을 사주면서 빼놓지 않고 하던 바로 그 질문.

저 질문을 받으면 이런 생각을 하곤 했다.

‘자기가 혼내고 자기가 날 못살게 굴면서 대체 요즘 어떠냐고 왜 묻는 거야?’

‘대체 나한테 무슨 대답을 원하는 거야?’

이렇게.

선배가 되어보니 이제야 알겠다.

그 선배는 아무 생각(?)이 없었던 거다.

어떤 의도나 저의가 있는 게 아니라 그저 할 말이 없었던 것 뿐이다.(이걸 어쩔~~)

# 자문자답형 오지라퍼, 나도 ‘그런 선배’가 되었구나

시간 때우기용 질문을 던지는 것보다 더 최악은 이것저것 충고를 늘어놓는 오지라퍼 아니던가.

이렇게 잘 알면서 내가 그런 행동을 하다니···.

아직도 왜 그랬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 (ㅠㅠ 이제 발까지 오그라든다)

나 : “그래도 좀 힘든 거 있지 않아요? 요즘 어때요?”

김어리 : “아니에요~ 제가 일을 잘 못해서 그렇죠. 힘든 건 없습니다, 대리님.”

나 : “아, 일이요?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든가요?”(아, 역시 일이구나. 그렇다면 내가 도와줘야지. 이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너무 앞서 나갔다ㅋㅋㅋ)

김어리 : “제가 지금 맡은 프로젝트가 있는데요···선배님들이 하시는 일을 잘 따라가야 하고 도움도 드려야 하는데 그게 안 되서요. 마음만 앞선 것 같아요. 더 노력해야죠!”

나 : “원래 6개월 이상은 옆에서 보면서 눈대중으로 배우고 익히는 거라고 생각하면 돼요. 내가 신입사원일 때는···”

아!!!!! 여기부터 ‘나’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거의 책 한 권으로 펴낼 수 있을 만큼 장대한 ‘이서경의 파란만장 직장생활 적응기’.

‘나’는 어떻게 난관을 돌파했는지.

‘나’는 선배와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했는지.

‘나’는 실력을 키우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

그렇다, 모두 다 내 얘기였던 것이다.

잠이나 자고 싶다...다 잊고...

아·········.

경험을 살려 충고해준답시고 장황하게 말을 늘어놓다 보니 30분이 훌쩍 지났다. (참, 신기하게도 같은 30분인데 앞은 왜 그리 길게 느껴졌을까 ㅋㅋ)

흥분해서 주저리주저리 댔다.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솔직히 5년을 반추하며 ‘나, 참 열심히 살았다’ 하는 생각도 했으니까.

어리씨도 눈을 반짝이며 내 얘기를 경청했다. (수첩이 있으면 메모라도 할 듯한 모양새였다)

신입사원 김어리씨의 표정이 생각나지 않지만 아마 대충 이정도 아니었을까...ㅋㅋㅋ

그러나 이윽고 내 자신이 부끄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자문자답형 오지라퍼.

내가 그토록 코웃음치던 그 선배의 모습이 오늘의 내 모습이었다니.

아아아아아아아ㅏㅏㅏㅏㅏ앙아아아아아아아앙 ㅠㅠㅠㅠㅠㅠㅠ

절대 꼰대가 되지 않겠노라 다짐하고 또 다짐했건만

5년의 풍파가 날 이렇게 만든걸까.

충고하기 좋아하는 내 모습을 보고 어리씨는 과거의 나처럼 코웃음 쳤을까?

떨치려고 해도 떨칠 수 없는 오늘 점심의 내 모습이 자꾸만 떠올라서 아마 나는 며칠간 이불킥을 해대며 쉬이 잠들지 못할 것 같다···.

자기변명이 아니라 상사이자 선배의 고충, 할 말 없어서 헛소리해대는 그 고충을 이제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참회합니다.

ㅠㅠ...

그때 비웃어서 미안해요~~ 선배님들···.

/김나영기자 iluvny23@sedaily.com

※ ‘#오늘도_출근’은 가상인물인 32살 싱글녀 이서경 대리의 관점으로 재구성한 우리 모두의 직장 생활 이야기입니다. 공유하고 싶은 에피소드가 있으시면 언제든 메일로 제보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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