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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박' 가사 비판이 검열이 아닌 이유

박은하 기자 입력 2016. 12. 03. 17:04 수정 2016. 12. 05.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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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권 퇴진을 위한 5차 촛불집회가 열린 11월 2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 가족이 촛불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 서성일 기자

2002년 미군 장갑차에 두 여중생이 압사당한 사건이 발단이 된 ‘주한미군 지위에 관한 한·미 행정협정(SOFA) 개정 요구 시위’에서는 때때로 “미국을 강간하자”는 구호가 터져나왔다. 집회에 사용된 윤민혁씨의 노래 ‘Fucking USA’의 어원을 따지자면 뜻이 그러했다. ‘SOFA 개정하여 우리 처녀 지켜내자’는 낙서도 볼 수 있었다. 여성계에서는 진보적 사회단체들이 반미(反美)라는 대의를 내세워 성폭력을 도구화하고 여성들을 배제시킨다고 비판했다. 2016년 11월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준비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은 DJ DOC를 공연 무대에 초청했다가 취소했다. 이들이 부를 예정이던 ‘수취인분명’에 여성혐오를 드러내는 표현이 담겨 있다는 지적을 받아들였다. 비판도 있다. DJ DOC의 표현의 자유가 침해당했다는 것이다. ‘미스 박’ 정도의 표현으로 문제를 못 느꼈다는 주장과 DJ DOC의 음악을 들을 권리를 배제하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DJ DOC 집회무대 공연 취소를 요구하는 것은 곧 검열일까. 더 나은 토론을 위해 사실관계와 쟁점을 짚어봤다.

1.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11월 25일 오후 3시 무렵 가수 DJ DOC의 신곡 ‘수취인분명’의 음원이 인터넷에 무료 공개됐다. “미스박 YOU/ 노답, 노다웃, 나잇값 못하는 어버이연합/ 아들뻘 우리들이 볼 땐 꼴값처럼 보인답니다. 노답/ 아 좀 꺼줘 촛불은 안 꺼져.” 부다레코드는 DJ DOC가 26일 열리는 4차 촛불집회 무대에 선다는 사실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알렸다. ‘DJ DOC 시국비판 가수 대열에 합류’, ‘DJ DOC 시국비판곡, 사이다 가사’ 등의 기사가 쏟아졌다. 팬들에게도 비교적 잘 만든 곡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박 대통령의 미용시술 의혹은 11월 16일 언론 보도를 통해 불거졌는데, 가사에 담긴 것을 보면 일주일여 만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비판도 쏟아졌다. ‘미스 박’이라는 표현과 “역대급 삥땅, 멘붕, 세뇨리땅/ 하도 찔러대서 얼굴이 빵빵/ 빽차 뽑았다 널 데리러 가 빵빵” 등의 구절이 문제가 됐다. 여성주의자 행동그룹을 표방하는 ‘페미당당’ 등은 온라인 페이스북 페이지 등을 통해 ‘수취인분명’이 박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주장을 담는 대표곡으로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박근혜 퇴진을 위한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26일 DJ DOC가 무대 공연자 명단에서 빠졌음을 알렸다. 이하늘씨(45) 등 DJ DOC 그룹 멤버는 이날 집회에 개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박진 퇴진행동 공동상황실장(다산인권센터 활동가)은 “집회 열흘 전에 공연을 부탁했고, 집회에서 부를 곡은 하루 전날인 25일 오후에 확인했다. 논란이 격렬하게 있었고, 내부에서도 많은 회의를 했다. 논쟁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지만 이렇게 논란이 많은 상황에서 해당 가수를 무대에 세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2. DJ DOC의 표현의 자유는 침해됐는가
논쟁 과정에서 DJ DOC가 과거 여성 그룹 베이비복스를 상대로 한 성적 비하 사실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검열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DJ DOC는 2000년 발표곡 ‘포조리’에서 경찰을 ‘짭새’라 부르는 등 강도 높은 비난 가사를 담았다 하여 해당 곡이 담긴 음반 전체가 영상물등급심의위원회로부터 청소년 판매 불가 판정을 받았다. 일종의 ‘검열’의 피해자다.

반면 논쟁은 철저히 시민사회 내에서 벌여졌다. 헌법재판소는 2001년 영등위의 활동을 규정한 영화진흥법 제21조 제4항 위헌제청 소송에서 ‘검열’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행정권이 주체가 되어 사상이나 의견 등이 발표되기 이전에 예방적 조치로서 그 내용을 심사·선별하여 발표를 사전에 억제하는, 즉 허가받지 아니한 것의 발표를 금지하는 제도.’ 행정권력이 개입해 예술·출판물의 내용을 ‘사전’에 심사해 세상에 나오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검열이다. 헌재는 “사전검열은 법률로써도 불가능한 것으로서 절대적으로 금지된다”며 영화진흥법 제21조 4항을 위헌 판결했다. 헌법학자인 남경국 박사(전 쾰른대 법정책연구소 연구원·연세대 강사)는 “검열은 국가권력이 시민의 활동에 직접 개입하는 것을 뜻한다. 이번 논란은 시민권적 차원에서의 ‘표현의 자유’ 문제가 아니라, 시민사회 내 표현의 자유 간 충돌한 사례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권김현영 성공회대 외래교수는 “‘표현의 자유는 무제한’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떠한 표현이건 간에 국가권력이 개입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무제한’이라는 의미다. 이 사례는 (국가의 개입 없이 세상에 나온) 표현의 비판과 해석을 둘러싸고 공론장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즉 페미니스트들의 요구는 검열이 아니다.

11월 26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요구 집회에서 두 여성이 촛불 가면을 쓰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이석우 기자
3. 공론장에서 표현의 내용을 두고 충돌한다면
DJ DOC의 래퍼 이하늘씨는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이던 2008년 한 공중파 방송 프로그램에서 ‘쥐를 잡자’는 문구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나와 논란이 됐다. 유사한 일이 1970년대 미국에서 있었다.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무렵 미국에서 폴 코언이라는 젊은이가 법원 복도에서 체포됐다. ‘“씨XX의 징병제(Fuck the Draft)’라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소란을 피운 혐의였다. 다른 사람에게 성적인 불쾌감을 줬다는 이유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1971년 미 연방대법원은 코언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다음과 같이 밝혔다. ”표현은 생각뿐 아니라 감정도 전달한다. 어떤 감정은 반드시 특정한 표현을 해야 전달된다. 그러므로 어떤 표현이 불쾌하다고 해서 쓰지 말라는 것은 그 감정을 표현하지 말라는 사상통제이다.“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감정도 표현할 권리가 있다는 의미다.

‘수취인분명’에서 드러난 ‘미스 박’이나 ‘볼이 빵빵’ 등의 구절이 여성혐오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여성혐오에 해당하더라도 DJ DOC는 음원을 출시할 권리가 있다. 남 박사는 ”DJ DOC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을 ‘미스 박’이라고 비판하고 싶어서 ‘미스 박’이라 비판하는 음원을 낼 권리와 마찬가지로, 페미니스들에게도 또한 비판할 권리가 있다. 또한 집회에서 듣고 싶지 않다면 ‘듣고 싶지 않다’고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공론장에서 표현의 자유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무대의 공연에 섭외됐다 취소된 것은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 문제가 아니라 공연의 주체인 퇴진행동과 DJ DOC 간의 계약 문제라는 것이 남 박사의 설명이다. DJ DOC는 1997년 음반사가 수록곡 ‘삐걱삐걱’의 사회비판적 가사를 파기하자 이 곡을 빼고 음반을 발매한 뒤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반대로 공연 취소 역시 주최 측의 권리다. 무대를 마련한 주최 측 역시 스스로가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위해 계약을 맺거나 파기할 수 있다. 계약을 파기하는 데서 오는 부담을 감당하면 된다. 박진 퇴진행동 상황실장은 ”배제되는 사람 없이 인권의 원칙을 지키는 집회를 해 나가자고 계속 강조해 온 상황에서 주최 측으로서의 책임 있는 결정이었다“며 ”논란의 책임은 모두 주최 측에 있다“고 말했다.

이하늘씨는 26일 <고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곡에 대한 관심은) 감사하다. 일단 저희가 전하고자 했던 뜻은 충분히 전달된 것 같다. 지금은 우리끼리 싸울 때가 아니다. 내 적의 원수는 나의 친구“라며 ”내가 할 수 있는 위치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했을 뿐이다. 우리가 무대를 서고 안 서고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부다레코드는 <주간경향>과의 통화에서 ”논란이 일 것이라고 생각해보지 않았다. 일방적 주장으로 인한 논란거리로 청와대와 국회로 향해 있는 시민들의 시선을 흐트러뜨리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4. 여성주의자들은 왜 ‘수취인분명’ 가사를 비판했나
여성주의자 활동그룹 ‘페미당당’의 심미섭씨(25)는 DJ DOC의 집회 공연 반대의사를 밝힌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DJ DOC가 무대에 오르기로 예정됐던 집회 일주일 전(11월 19일)에 열린 4차 집회에서 어떤 분이 발언대에 올라 ‘미스 박, 당신은 프레지던트(대통령)가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1차 집회 때부터 (아녀자 등) 박 대통령을 비판할 때 여성이라는 사실을 공격하는 이들이 계속 있어 여성주의자 그룹은 ‘혐오발언은 비판이 아닙니다. 발언을 멈추세요’라는 구호를 외쳤다.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문제도 제기했다. 사회자가 이어 무대에 올라 사과했다. 여성주의자 그룹의 문제제기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일주일 만에 무대에서 다시 ‘미스 박’이 울려퍼지는 상황이 됐다.“ DJ DOC의 집회 공연 무산 소식이 전해지자 ‘미스 박’ 구절을 빼고 가사를 바꿔 부르는 방법 등의 아이디어가 제시됐다. 여성주의자 그룹 입장에서는 ‘미스 박’이라는 표현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합의를 3주에 거쳐 쌓아놨는데, 도로 원점이 되는 상황에서 ‘미스 박’은 부적절하다는 의견 자체를 피력해야 했다는 의미다.

‘미스 박’만 문제 삼은 것은 아니었다. 심씨는 ”가수 측이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할 목적으로 ‘미스 박’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미스’가 미혼 여성에 대한 멸칭으로 여성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는 표현이고, ‘볼이 빵빵’, ‘빽차 뽑았다’ 등은 외모만 가꾸고 남자에게 기대는 여성이라는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보이는 모습의 전형에 의존한다“고 말했다. 페미당당 외 강남역 10번출구, 불꽃페미액션, 정의당 여성주의자 모임 저스트 페미니스트, 노동당 여성위원회, 우리는 서로의 용기당, 박하여행(박근혜 하야를 만드는 여성주의자 행동),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정의당 이화여대 학생위원회 등은 집회에서 ‘페미존’을 구성해 여성의 참여 권리와 여성혐오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등을 논의하고 있다.

‘페미당당’ 페이스북 페이지는 지난 일주일 동안 1500개가 넘는 악플에 시달렸다. 대부분 ‘메갈년’, ‘페미나치’ 등의 욕설이다. 심미섭씨는 ”많은 활동가들이 상처를 받았고 그것으로 활동 동력이 어느 정도 꺾인 것은 사실이다. 대신 많은 사람들이 옹호하는 것도 확인했다. 문제제기와 논쟁과 해결이 동시적으로 일어난 사례라 놀랍기도 하다“고 말했다. 권김현영 교수는 ”표현의 자유로서 발언이 보호돼야 한다는 것은 말을 통해 드러나는 사회 운영의 원리를 ‘국가가 독점하지 말라는 것’이다. 공론장에서는 활발한 비판이 가능해야 다양한 발언이 가능해지고,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지점에서 ‘여성혐오적 언어’는 손쉽게 여성을 향해 폭력을 휘두를 수 있는 무기로 돌변해 공론장에서 여성의 표현의 자유를 억제한다.

5. 검열과 비판을 혼동하는 까닭은
26일 광화문 집회에서 ‘수취인분명’의 공연을 반대하는 여성주의자 그룹에는 ‘DJ DOC 검열’의 혐의가 씌워졌다. 권김현영 교수는 ”국가로부터 독립된 개인을 상상하는 데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자연 성우의 메갈리아 티셔츠 논란과 관련해서 문제됐던 것은 예스 컷(cut·독자가 나서서 메갈리아를 이용하는 만화가들을 걸러내겠다) 운동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자신과 국가를 동일시하고 검열권력을 대행하려는 것이다. 한편으로 여성의 문제제기를 쉽게 검열이라 보는 것은 시민으로서의 여성을 상상하지 못하고, 여성과 여성가족부를 동일한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손쉽게 ‘정부에 의한 검열’이라는 상상력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상대방을 동등한 시민으로 인정하는 인식이 필요하고 이런 인식은 ”공론장에서의 경험을 계속 쌓는 것“으로만 해결할 수 있다고 권김현영 교수는 설명했다.

‘미국을 강간하자’던 광장이 ‘미스 박’에도 문제를 느끼는 광장으로 변모했다. DJ DOC를 옹호하는 주장을 포함해 각자의 주장의 정당하다는 근거로 ‘개인의 권리’를 앞세우는 흐름이 발견된다. 12년 동안 끊임없이 벌어진 의사 표현과 논쟁의 결과다. 공론장을 향한 검열은 막고, 공론장 안에서의 비판이 자유로워야 하는 이유다. 권명아 동아대 국문과 교수는 ”광장은 일종의 ‘성토 공간’으로, 시민사회 내에서 새로운 의사소통의 윤리를 만들어나가는 시험대“라며 ”이 관점에서 ‘수취인분명’에 대한 문제제기는 새로운 의사소통의 윤리를 만드는 매개체로서 ‘미스 박’ 등의 용어가 적절한가에 대한 물음“이라고 말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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