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수술이 '비도덕' 의료라고.. 의료계·여성단체 거센 반발

박예슬 기자 2016. 12. 4.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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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여성단체 거센 반발
한 여성단체 회원이 “낙태수술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여성의 인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라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인공임신중절수술은 임신 시기에 인공적으로 임신을 중단시키는 수술로, 보통 다른 말로 ‘인공 유산’ 또는 ‘낙태수술’이라고 한다. 예전부터 임신중절수술을 둘러싼 논란은 지속돼 왔지만, 지난 9월 보건복지부가 의료인의 진료행위 처벌 강화와 관련한 의료법 개정안을 발표해 의료계가 강력 반발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복지부가 임신중절수술에 대한 처분은 기존과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지만, 의료계의 반발은 여전하다.

복지부는 의료기기 재사용 등 의사의 진료행위에 대한 문제가 잇따라 발생함에 따라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한 의사에 대한 자격정지 기간을 기존 1개월에서 12개월로 상향했다. 논란은 비도덕적 진료행위 대상 중 임신중절수술이 포함되면서 시작됐다. 정부 발표 후 의료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이미 모자보건법에서도 불법 임신중절수술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처벌을 또 만든다는 것은 양벌규정”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이어 의사들이 임신중절수술 전면 중단을 예고하자, 지난달 복지부는 임신중절수술은 자격정지 ‘1개월 정지’ 제재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각계의 반발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임신중절수술 자체를 반대하는 여성단체 ‘BWAVE(black wave)’ 소속 회원인 김현지(26·가명)씨는 임신중절수술 자체를 합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낙태수술 의사에 대한 행정처분을 강화하는 것은 임신중절을 강력하게 억압해 여성들을 더욱 위험한 수술환경으로 몰아넣는 것”이라며 “개정안이 무산으로 돌아가기는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개악을 막은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낙태수술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보다 선진적인 임신중절 방법이 도입되는 것을 저해하고, 동일한 수술을 보다 좋은 조건에서 받을 수 있는 기회도 제한해 여성의 신체를 필요 이상의 위험에 노출시킬 우려가 있다”며 여성의 인생과 생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김씨는 “임신중절을 쉽게 선택하는 여성은 없다. 불법 낙태 문제를 해결하려면 여성을 임신중절로 몰아가는 사회적 환경 개선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한편에서는 임신중절수술 관련 모자보건법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김동석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외국의 경우 사회경제적 사유를 보고 판단한다. 독일은 진찰한 의사와 수술한 의사를 다르게 하고, 숙려기간을 두는 등 여러 절차가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회장은 “우리나라의 기존 모자보건법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 즉 입법미비 상태이므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하며, 이에 따른 규정이 정확히 만들어지면 준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 회장은 “우리나라는 수술 가능한 주수가 24주로 규정돼 있지만, 외국의 경우 나라마다 12주, 18주 등 다르다. 중요한 건 태아가 클수록 부작용이 크다는 점”이라며, 국가가 가능 주수도 낮춰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이 문제를 의사와 환자한테만 미루지 말고 직접 나서서 여론도 듣고, 토론회도 하고, 외국 사례도 검토하는 등 현실에 맞게 법을 만들어야 한다. 1973년 법을 계속 주장하고 제도화시키고 규제시킨다는 건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지난달 28일부터 일주일 간 임신중절수술 관련한 대책 마련을 위해 대회원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김동석 회장은 “정부가 인공임신중절수술 책임을 산부인과 의사에게 묻고 비도덕적 의사로 규정한 것에 대해 특단의 대책을 세워 투쟁할 필요성을 회원투표로 결정하기로 했다. 강경 투쟁방법에는 임공임신중절수술의 전면 중단도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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