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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금호-산업은행 커넥션' 감추려 박수환이 희생양 됐나

이석 기자 입력 2016.12.06. 09:26
"금호그룹에 대한 산업은행의 전폭적인 지원 배경으로 민유성 前 산은행장 거론"

‘최순실 게이트’가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고 있다. 그러는 사이 중요한 이슈들이 대중의 관심에서 사라지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언론의 큰 관심을 끌었던 ‘박수환 커넥션 의혹’이 대표적이다.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 대표는 고위층 인맥을 내세워 대우조선해양 등의 인사에 개입한 뒤, 수십억원 상당의 특혜성 일감을 받은 혐의로 8월말 검찰에 구속 기소됐다.

박 전 대표의 혐의는 변호사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두 가지다. 검찰 공소장 등에 따르면, 박 전 대표는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과 오랜 기간 친분을 쌓았다. 이런 친분을 바탕으로 박 전 대표는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구속기소)에게 접근했다. 그로부터 연임 청탁을 조건으로 26억원 상당의 특혜성 일감을 제공받은 것이 첫 번째 혐의다.

대우조선해양 경영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홍보대행사 뉴스커뮤니케이션 박수환 대표가 8월22일 조사를 받기 위에 서울 중앙지검 별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금호 10억 사기당했다면서 증빙 처리, 의문

박수환 전 대표는 2009년 경영난을 겪었던 금호아시아나그룹에도 접근했다. 금융감독원은 그해 4월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 대상 기업집단을 발표했다. 금호그룹 역시 주채권은행과 약정을 체결할 예정이었다. 박 전 대표는 “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상황을 막아주겠다”며 홍보컨설팅 명목으로 30억원을 요구했다. 금호그룹은 2009년 5월, 10억원의 선금을 뉴스커뮤니케이션 측에 전달했다. 하지만 그해 6월 금호그룹은 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했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금호산업은 2009년 말 워크아웃에 돌입했다. 검찰은 박 전 대표가 10억원만 챙기고 계약을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특경법상 사기 혐의를 적용했다. 금호그룹 측도 검찰에서 “사기를 당해 남은 잔금(20억원)은 지급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월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 심리로 2차 공판이 열렸다. 박 전 대표 측과 검찰은 치열한 법리 다툼을 벌였다. 박 전 대표의 변호인은 “청탁 및 기망(欺罔) 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재판장이 “정당한 용역의 대가로 받은 돈이냐”고 묻자 변호인은 “그렇다”고 답했다. 검찰은 “증인 신문을 통해 사실 관계를 입증하겠다”고 맞섰다. 구속된 남상태 전 대우조선 사장과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을 증인으로 신청하기도 했다.

그런데 한 가지 주목되는 점은 금호그룹의 이상한 행보다. 금호그룹이 2009년 6월 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한 탓에 그 전에 있었던 박 전 대표와의 계약은 자연스레 무효가 됐다. 이미 지급한 10억원 역시 돌려받는 게 정상이었다. 하지만 금호그룹은 두 달 후인 8월에 박 전 대표와 증빙 처리를 위한 계약서를 별도로 작성했다. 금호그룹 측은 “오래된 일이라 내부적으로 확인이 쉽지 않다”며 “검찰수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고 짧게 답했다. 피해 당사자인 금호그룹이 자발적으로 증빙 서류까지 써줬음에도 사기가 성립되는지 의문이 일고 있다. 박 전 대표 측 역시 억울함을 토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재판에서 이 부분이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에서는 금호그룹이 뒤늦게 박 전 대표와 계약서를 쓴 이유를 다른 곳에서 찾고 있다. 그동안 산업은행은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에게 유독 관대한 잣대를 들이댔다. 금호산업이 워크아웃에 돌입하고 두 달 후인 2010년 2월5일 산업은행은 박 회장과 ‘경영 정상화를 위한 합의서’를 작성한다. 채권단은 금호타이어의 경영권을 박 회장에게 맡겼다. 대신 박 회장은 계열사 주식과 부동산을 채권단에 담보로 내놓았다. 보유하고 있던 금호석유화학 주식(12%)도 팔아 우선적으로 금호타이어 정상화를 위해 투입하기로 했다. 금호타이어의 경영이 정상화되면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그룹을 되찾을 수 있도록 양측은 합의했다. 산업은행과 박 회장은 2월23일 추가 합의서를 작성했다. 박 회장이 지목하는 인사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대한통운의 대표를 맡게 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당시 금호산업의 주거래은행은 우리은행이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이 합의서를 작성한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금호그룹이 박수환 전 대표와 뒤늦게 계약서를 쓴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풀이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금호그룹은 당초 박 전 대표와 계약한 대로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을 피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후 산업은행과의 이면 합의를 통해 상당히 많은 것을 얻어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박 회장은 2010년 11월 그룹 회장에 공식 복귀했다. 2013년 8월과 2014년 3월에는 각각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의 등기이사에 선임됐다. 박 회장은 지난해 말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금호산업마저 되찾아왔다. 산업은행이 보유한 금호타이어의 지분까지 되찾아오면 그룹 재건의 퍼즐이 완성된다. 산업은행을 포함한 채권단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게 기자가 만난 재계 인사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2010년 2월 산업은행과 박삼구 회장이 체결한 합의서. 그러나 합의서 내용을 박 회장이 이행하지 않았음에도 산은은 아무런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박수환 전 대표만 기소한 것은 꼬리 자르기”

문제는 박삼구 회장이 산업은행과 체결한 합의서 내용을 충실히 이행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박 회장은 합의서에서 금호석유화학 지분(12%)을 처분해 금호타이어 주식을 취득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박 회장은 매각한 돈의 70%(2200억원)를 금호산업에 투입했다. 금호타이어 지분 매입을 위해 사용한 돈은 30%(1100억원)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채권단은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해 말 금호산업을 되찾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금호산업이 산업은행에 제출한 계획안에는 전략적 투자자들의 LOI(투자의향서)나 LOC(투자확약서)가 빠져 있었다. 그럼에도 산업은행은 지난해 11월6일 박삼구 회장이 제출한 자금조달 계획안을 승인했다. 그동안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 구조조정을 진행한 동부나 STX그룹 등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STX나 동부그룹의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오너 일가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지 않았다. STX그룹은 공중분해됐고, 동부그룹은 금융 계열사 위주로 재편됐다”며 “현행법상 우선매수권은 부실 책임이나 경영 정상화를 위한 노력 등을 사후 평가해 부여해야 한다.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이 이면 합의를 통해 박삼구 회장에게 우선매수권을 보장한 것은 배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꼬리 자르기’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룹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금호그룹에 대한 산업은행의 전폭적인 지원 배경으로 민유성 전 행장이 거론되고 있다. 2010년 금호그룹과 체결한 합의서에도 박삼구 회장과 장남인 박세창 사장 외에 민유성 전 행장의 서명이 있다”며 “특혜에 가까운 지원 배경을 조사하지 않고 박수환 전 대표만 기소한 것은 꼬리 자르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민 전 행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 회장과 어떤 이면 합의도 없었다. 금호와 뉴스컴 간의 홍보 계약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금호家 박삼구-박찬구 형제 갈등 새 국면

 

© 연합뉴스·시사저널 임준선

금호그룹 이슈와 관련해 또 한 가지 주목되는 사실이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4월말 100% 자회사 금호터미널을 2700억원에 매각했다. 매각 대상은 금호기업(現 금호홀딩스)이다. 이 회사는 금호산업 인수를 위해 만든 SPC(특수목적법인)다. 박삼구 회장(사진 오른쪽) 등이 67.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금호기업은 5일 후 금호터미널과 합병을 발표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유동성 확보’가 목적이고, 금호기업은 ‘합병을 통한 경쟁력 강화와 효율성 증대’를 이유로 내세웠다.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사진 왼쪽)은 당시 합병 결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7월 중순에는 박삼구 회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아시아나항공이 금호터미널을 박삼구 회장 개인회사에 매각한 금액은 2700억원이지만, 실제 가치는 8000억원에 상당하므로 배임에 해당한다는 취지였다. 박찬구 회장은 8월11일 박삼구 회장과 진행 중인 민·형사 소송과 형사 고소를 모두 취하했다. 박삼구 회장도 기자들과 만나 “(박찬구 회장과) 곧 만나 이야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언론에서는 10년여 동안 계속된 형제간 갈등 역시 일단락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금호그룹 사정에 정통한 인사들의 생각은 달랐다. 10년 가까이 쌓인 앙금이 단순히 소송 취하로 해소될 수 있겠느냐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이 개인회사를 통해 금호터미널을 헐값 매입한 정황이 나오면서 배임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며 “다급해진 박 회장이 유력 인사들을 동원해 동생인 박찬구 회장에게 압력을 가하면서 소송이 취하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 행보도 주목된다. 박찬구 회장은 현재 형에 대한 고소를 취하한 상태지만, 금호터미널 실사보고서 조작 논란과 관련한 고소 건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금호그룹이 금호터미널 실사를 맡겼다고 지목한 삼덕회계법인이 최근 자사 직인을 도용당했다며 소속 회계사를 사문서 위조 협의로 경찰과 검찰에 고소했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 종로경찰서와 서울남부지검에서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배임죄는 친고죄가 아니기 때문에 고소를 취하한다고 해도 종결되지 않는다”며 “삼덕회계법인의 고소 건을 조사하려면 어차피 박찬구 회장 측이 고소한 내용에 대한 조사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삼덕회계법인이 아닌 삼정KPMG가 실사를 진행하고, 아시아나 측이 삼덕회계법인의 이름을 도용한 것’이라는 업계 관계자의 증언을 경찰이 확보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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