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포항에 1500억짜리 '에펠탑'.. 누구를 위하여 세우나

포항/권광순 기자 입력 2016.12.07. 03:11 수정 2016.12.07.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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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m 타워 추진에 찬반 엇갈려 "관광객 유치" "불황에 血稅 낭비"
- 지자체, 전시성 조형물에 4000억 써
태안 4억 벽화, 색 바랜채 방치.. 괴산군 5억 가마솥은 무용지물

경북 포항시가 1500억원을 들여 300m 높이의 이른바 '포항 에펠탑' 철강타워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 최고 철강 도시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는 찬성 의견과 '장기적으로는 시민 혈세(血稅)만 축내는 사업 아니냐'는 반대 여론에 부딪히고 있다. 포항시는 2011년에도 시 승격 60주년 기념사업으로 500억원을 들여 200m 높이의 타워를 세우는 계획을 세웠다가 예산 문제 탓에 포기한 적이 있다.

◇'관광객 유치' 대 '현실성 없다'

포항시는 지난 10월 말 창조도시추진위원회 관광산업육성분과위원회에서 프랑스 에펠탑(324m), 일본 도쿄타워(333m), 중국 마카오타워(338m)와 비슷한 높이의 철강타워를 짓겠다고 밝혔다. 예정 부지로는 송도·영일대 해수욕장이나 포항운하 등 바다와 포항 시가지를 조망할 수 있는 시 소유 땅을 꼽았다. 타워 건립에 필요한 철강은 포스코에서 공급받고, 사업비는 민자를 유치해 포항시 승격 70년인 2019년까지 완공하겠다는 것이었다. 포항시의회의 한 의원은 "철강타워가 완공되면 관광객 유치와 지역 경기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파리나 도쿄 같은 국제도시가 아닌 인구 53만 남짓한 중소도시에 거대한 타워를 만드는 방안은 비현실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시민 임모(52)씨는 "경기가 불황인 데다 시민 공감대도 없다. 민자로 완공하더라도 운영·관리하는 데 드는 돈은 결국 세금"이라고 말했다. 철강 타워 사업비 1500억원은 현대식 야구장 하나를 지을 수 있는 돈이다. 광주 기아챔피언스 필드(2014년 개장) 사업비가 994억원,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2016년 개장)는 1666억원이었다.

◇전시성 공공조형물 효용성 논란

지역 특산품이나 도시 이미지를 형상화한 조형물을 만드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독창성과 미(美)를 갖춘 조형물이 아닐 경우 홍보라는 본래의 목적을 잃고, 도시 미관까지 해치기 십상이다.

현재 전국 공공조형물 2500여 개에 들어간 예산은 4000억원이 넘는다. 부산 동래구는 지난 1월 부산도시철도 동래역 2번 출구 인도에 6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명륜 1번가'라고 적은 아치형 조형물(길이 13.84m·높이 3.99m)을 설치했다. 그런데 농림축산식품부의 공모 사업에 당선돼 세운 이 조형물이 폭 1.5m쯤인 좁은 인도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어 오가는 사람들이 머리를 부딪히는 일이 자주 벌어졌다. 그러자 구는 이 조형물을 인적이 드문 50m쯤 옆으로 옮기기로 했다. 이전 비용만 1000만원대라고 한다.

2007년 충남 태안 기름 유출 사고를 복구한 기념으로 2009년 조성된 길이 2.7km의 대형 벽화(예산 4억원)는 색이 바래고 곳곳이 갈라진 채 방치되고 있다. 충북 괴산군이 2005년에 5억원을 투입해 만든 가마솥(지름 5.68m·무게 43.5t)은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경북 예천군도 도청 유치 기념으로 2009년 10억원을 들여 예천읍 흑응산 정상에 3층 규모의 청하루 누각을 세웠다가 예산 낭비 논쟁에 휩싸였다. 경북대 시각정보디자인학과 조철희 교수는 "민선 이후 자치단체장들이 치적을 전시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조형물을 만들고 있다"면서 "지역민들의 합의를 우선시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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