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치권 뒤흔드는 '가짜 뉴스'의 모든 것

황금비 2016. 12. 8.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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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대안 우파’ 득세하면서 덩달아 가짜 뉴스도
교황 “가짜 뉴스 좇는 건 똥 먹는 병 걸린 것”

“가짜 뉴스를 좇는 사람들은 똥 먹는 병에 걸린 것이나 다름없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계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가짜 뉴스’에 일침을 날렸다. 교황은 7일 발간된 벨기에 가톨릭 주간지 <테르티오>와의 인터뷰에서 “가짜 뉴스는 스캔들과 가십거리를 좇는 언론의 배설물에 불과하다”며, 가짜 뉴스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짜 뉴스의 가장 큰 피해자 중 한 명이다. 미국 온라인매체 <버즈피드>가 지난달 공개한 자료를 보면, 대선 직전 석달간 페이스북을 통해 가장 많이 공유된 가짜 뉴스는 ‘프란치스코 교황, 트럼프 지지해 전세계 놀라게 하다’는 제목의 기사였다. 교황은 도널드 트럼프도, 힐러리 클린턴도 공개적으로 지지한 적이 없다. 이 뉴스는 전체 공유수가 96만건에 이르렀는데, 이는 기존 언론이 생산하는 ‘진짜 뉴스’의 평균적인 공유 건수를 압도하는 수치다.

‘프란치스코 교황, 트럼프를 지지하며 전 세계를 놀라게 하다’라는 제목의 가짜 뉴스. <엔딩 더 페드> 누리집 갈무리

가짜 뉴스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올해 초 독일에서도 “베를린에서 러시아 국적 미성년자가 난민들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살해당했다”는 가짜 뉴스가 퍼졌는데, 이를 두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 사이에 설전이 벌어졌다. 지난 4일 미국에선 ‘피자게이트’(힐러리 클린턴이 피자 가게에서 아동 성매매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는 가짜 뉴스)를 실제로 믿은 한 남성이 직접 피자 가게를 찾아 총격을 가하는 사건이 벌어졌고, 같은 날 오스트리아 대통령으로 당선된 판데어벨렌 무소속 후보는 선거 기간 내내 치매를 앓고 있다는 가짜 뉴스에 시달렸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아돌프 히틀러의 딸이라거나, ‘슈타지’(동독 비밀경찰) 출신이라는 기사 역시 전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가짜 뉴스다.

온라인을 넘어 현실세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가짜 뉴스의 확산은 전세계적인 ‘대안 우파’의 조직적 움직임과 궤를 같이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안 우파란 주로 인터넷에서 활동하며, 기존 정치체제를 비판하고 소수자를 겨냥한 차별적 여론을 주도하는 새로운 우파의 한 조류다.

대안 우파는 이번 미국 대선에서 악의적으로 왜곡된 가짜 뉴스로 트럼프를 지지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트럼프 당선자가 백악관 수석전략가로 임명한 스티브 배넌 역시 대안 우파를 자처한 인물이며, 극우 온라인 매체 <브라이바트>를 운영하며 성·인종 차별적 기사를 퍼뜨려 유명세를 탔다. <워싱턴 포스트>는 지난달 20일 가짜 뉴스 누리집 운영자들의 말을 인용해, “온라인 극우 매체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새로운 가짜 뉴스 누리집을 만들며 확장하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가짜 뉴스로 유명한 온라인 매체 <엔딩 더 페드>의 누리집. <엔딩 더 페드> 누리집 갈무리

여기에 온라인 광고 수익을 노리는 10대들의 ‘철없는 행동’이 더해졌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미 대선과 관련된 가짜 뉴스를 퍼뜨린 누리집 도메인을 역추적해 분석한 결과, 인구 5만여명의 마케도니아 시골마을 벨레스에서 100개가 넘는 미 대선 누리집이 운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운영자들은 대부분 10대였다. 기존 언론에서 대선 관련 정보를 ‘복사해 붙여넣기’한 다음, 기사 내용과 상관없이 ‘힐러리 클린턴이 이슬람국가(IS)에 무기를 팔아넘겼다!’와 같은 자극적 제목을 붙이는 식이다. 제목이 더 자극적일수록 조회수는 높아지고, 조회수가 높아질수록 광고 수익도 올라간다. 자신을 고란이라고 밝힌 벨레스의 19살 소년은 <비비시> 인터뷰에서 “광고 수익으로 한달에만 1800유로(약 224만원)를 벌었다. 그 뉴스가 사실인지 아닌지 누가 신경이나 쓰나?”라고 말했다. 벨레스 노동자의 한달 평균 임금은 350유로다. 이들은 힐러리 클린턴에게 유리한 가짜 뉴스를 만들어 배포해 본 적도 있으나, 트럼프에게 유리한 가짜 뉴스만큼 조회수가 높지 않아 가짜 뉴스가 트럼프 위주로 흘렀다고 전했다.

거짓 정보를 담은 가짜 뉴스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급속히 퍼지면서, 미 대선에서처럼 세계 각국 정치 지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짜 뉴스가 난민·여성 등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정서를 자극하면서 극우 세력의 무기가 되고 있고, 이를 통해 유권자들의 민심을 왜곡한다는 것이다. 지난 5월 퓨리서치 센터가 미국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62%가 페이스북을 통해 뉴스를 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트머스 대학의 브랜던 나이핸 교수(정치학)는 “가짜 뉴스가 미 대선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은 명백하다”고 말했다.

내년에 총선과 대선을 각각 앞둔 독일과 프랑스도 가짜 뉴스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4선을 노리는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달 23일 하원 연설에서 “오늘날 스스로 내용을 재생산하고, 특정 알고리즘에 따라 움직이는 가짜 뉴스들이 문제가 되고 있다. 대책을 세워야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일간 <르 몽드>에서 팩트 체크를 담당하는 사뮈엘 로랑 국장은 “프랑스에서도 대선을 앞두고 가짜 뉴스를 생산하는 곳들이 급격하게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가짜 뉴스의 주요 유통 경로로 지목된 구글과 페이스북도 유통을 막기 위한 조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구글의 앤드리아 파빌 대변인은 지난달 성명을 내 “구글의 광고 플랫폼인 ‘애드센스’에서 가짜 뉴스 생산 누리집을 차단할 예정이며, 정확한 뉴스가 검색될 수 있도록 검색 알고리즘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역시 대선 이후 광고 차단 콘텐츠 목록에 ‘가짜 뉴스’도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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