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박근혜 탄핵 이후]설익은 실험이었나..'온라인 시민의회' 이틀 만에 중단

허진무 기자 입력 2016.12.11. 22:32 수정 2016.12.12. 09:2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경향신문] ㆍ촛불 민의 직접 전달 계획…“또 다른 대의제” 반발에 무산

촛불집회가 국회와 정치권을 압박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 의결을 이끌어내면서 촛불 민심을 대변하는 온라인 국회를 구성해 직접민주주의를 구현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치열한 논쟁이 붙었으나 “직접민주주의를 가장한 여의도 정치혐오증” “촛불 민심을 독점하려는 비민주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잇따르며 이틀 만에 무산됐다.

정치스타트업 ‘와글’을 운영하는 이진순 대표(53)는 지난 9일 “촛불광장의 민의를 대변할 시민대표를 선출하자”며 ‘온라인 시민의회’ 사이트를 개설했다. 온라인 시민의회는 오는 16일까지 ‘시민대표’를 추천받아 19일 ‘시민의회 대표단’을 구성할 예정이었다. 지난 9일 시민대표 후보로 대구 촛불집회에서 자유발언으로 화제가 됐던 고등학생 조성혜양, 가수 이승환씨, 이석태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 등이 등록돼 있었다.

그러나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당장 시민대표 후보가 당사자 동의 없이 등록된 것으로 확인돼 비민주성이 도마에 올랐다. 가수 이승환씨는 10일 페이스북에 “시민대표 추천 후보에 제가 올라가 있던데 난감하네요. 저 빼주시면 좋겠어요”라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정치혐오증에 기댄 포퓰리즘이란 비판도 나왔다. 미디어연구가 김낙호씨는 페이스북에 “기존 의회보다 나은 것이 있는지 살펴보면 전문성 검증도, 당사자 의향 확인도 없는 그냥 유명인사 인기투표”라고 비판했다. 전우용 한양대 동아시아문화연구소 연구교수는 “‘의회’는 ‘위임’ 없이 쓸 수 있는 명칭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반면 “온라인의 대표성도 정치에 어느 정도 반영돼야 한다”, “제도 정치권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는 사회에서 대의 민주주의의 한계도 있다”며 옹호하는 일부 누리꾼도 있었다.

논란이 지속되자 이 대표는 지난 10일 “아이슬란드나 에스토니아 사례에서 보듯 ‘시한부 민회’는 비상시에 효과적으로 여론을 정치에 반영했다. 운영의 미숙함으로 많은 분들의 오해를 불러일으켜 송구스럽다”며 사이트 운영을 중단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