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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원 식사'도 처벌대상인데.. '진경준 126억 주식' 뇌물 아니다?

전수용 기자 입력 2016. 12. 14. 03:06 수정 2016. 12. 14.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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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친구 사이.. 김정주 재산 많아 대가성 없어" 뇌물죄 무죄
처남에 147억 일감 알선은 유죄 인정, 징역 4년.. 김정주 무죄
- 김정주는 "검사라서 줬다"는데..
2014년 김광준 부장검사 사건 땐 "다른 검찰청 사건 영향 줄수있어" 포괄적 직무 관련성 인정

진경준(49) 전 검사장이 김정주 넥슨 대표로부터 공짜로 받아 126억원 대박을 터뜨린 넥슨 주식은 뇌물로 볼 수 없다는 법원의 1심 판결이 나왔다. 진씨는 2005년 당시 넥슨 주식 1만주(4억2500만원어치)를 김 대표로부터 공짜로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진동)는 13일 선고 공판에서 진씨가 구체적인 사건 해결 명목 등으로 '공짜 주식'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진씨가 김 대표로부터 제네시스 차량과 렌트비 약 5000만원과 여행 경비 5000여만원 등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라고 했다. 이에 따라 뇌물 공여 혐의로 기소된 김 대표에게도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진씨가 2010년 대한항공과 관련한 내사(內査) 사건을 무혐의 종결해주는 대가로 처남의 청소 용역 회사에 147억원어치 일감을 받은 혐의(제3자뇌물수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진씨가 처남의 청소 용역 회사 설립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고, (처남 회사가 받은) 이익 중 상당 부분을 향유했기 때문에 직접 뇌물을 받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어 "진씨는 범행을 은폐하는 등 반성하지 않았고 검사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시켰다"고도 했다.

재판부가 진씨에게 '징역 4년' 실형을 선고하기는 했지만 '주식 뇌물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을 두고 법조계에선 "뇌물의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한 판결"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 대표는 "검사라서 줬다"고 했는데…

김 대표는 검찰 수사와 재판에서 주식과 차량, 여행 경비 등을 공짜로 준 이유에 대해 "(진씨와) 친한 친구 사이이기는 하지만 (진씨가) 검사이기 때문에 준 점을 부인할 수는 없고, 나중에 형사사건에 대해 (진씨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줬다"고 진술했다. 사실상 각종 형사사건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처리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뇌물을 주었다고 한 것이다.

검찰은 진씨를 기소하면서 2002년부터 2015년까지 김 대표 및 넥슨 관련 사건 20여건이 검찰·금감원에 계류돼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20여건 가운데 '대한항공 사건'처럼 진씨가 직접 수사를 담당하거나 수사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건이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서울 지역 법원의 부장판사는 "대법원은 2014년 김광준 부장검사의 뇌물 사건 판결 당시 김 부장검사가 직접 수사하지 않았어도 다른 검찰청 사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뇌물죄를 인정했는데, 이번 판결과는 거리가 멀다"고 했다.

진씨는 법무부 검찰국에 근무하던 2005년 공짜 주식을 받았다. 한 검사장은 "법무부 검찰국은 검찰 사무 전반과 검사들 인사(人事)를 담당하기 때문에 직무 연관성이 일반 검사보다 더 넓다고 봐야 한다"며 "재판부 논리대로라면 법무부 검사는 검사들에게 돈을 받은 경우를 빼고는 뇌물죄로 처벌 못 한다는 모순이 생긴다"고 했다.

◇재판부 "진경준·김정주는 지음 관계"

재판부는 '지음(知音)'이라는 고사성어를 인용해 두 사람이 주고받은 금품을 뇌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지음은 서로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하는 벗을 일컫는 말이다. 재판부는 "두 사람은 일반적인 친한 친구 사이를 넘어 서로 지음의 관계에 있다고 보인다"며 "두 사람의 관계와 김 대표가 많은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형 로펌 변호사는 "재벌 오너가 검사 친구에게 수억원을 줬는데, 가진 재산에 비해서는 큰돈이 아니니까 뇌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냐. 황당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김 대표가 불법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사업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다"며 김 대표가 검사인 진씨에게 '보험'을 들었다는 검찰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보험성 뇌물에 면죄부를 주고, 스폰서 검사를 법적으로 정당화한 판결"이라고 했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이런 판결 때문에 '김영란법'이 생긴 것"이라고 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이 제 식구를 감싸기 위해 수사를 소극적으로 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수차례 "검찰이 제시한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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