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상원 '20년 긴축' 승인..우파 정권 '노동자당 업적 지우기'

박효재 기자 2016. 12. 14.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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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복지 대폭 축소…분노한 시민들 12개주서 시위

브라질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사진)의 우파 정부가 본격적으로 ‘노동자당(PT) 업적 지우기’에 나섰다. 상원은 앞으로 20년 동안 정부의 공공부문 지출에 상한선을 두는 헌법개정안을 13일(현지시간) 통과시켰다. PEC55로 불리는 이 개정안은 물가상승률 이상의 추가 지출을 못하도록 해, 복지정책의 대폭 축소를 예고했다. 15일 발효되는 이 개정안에 분노한 시민 수만명이 12개 주에서 거리로 쏟아져나왔다.

브라질은 한때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나라 중 하나로 꼽혔다. 하지만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와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PT 집권 13년 동안 의료·교육 투자를 늘리고 소득재분배 조치를 실시해 극빈층 비율이 크게 줄었다. 그러나 호세프를 의회의 ‘탄핵 쿠데타’로 몰아내고 집권한 테메르 정부는 정책 우선순위를 바꿨다. 공공부문 돈줄을 묶어 정부 재정지출을 줄이고 해외 투자자들을 유치하는 신자유주의식 성장모델로 선회한 것이다.

테메르 정부는 재정적자를 줄이려면 꼭 필요한 조치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개헌안으로 정부 지출이 줄어들겠지만, 늘어난 세수와 예산은 대부분 채권자들에게 흘러들어갈 것으로 본다. PT를 중심으로 한 반대 진영에서는 의료, 교육,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빈곤층의 삶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비난했다.

필립 알스톤 유엔 인권조사위원도 상원 표결에 앞서 지난 9일 성명을 내고 “빈곤층에 대한 공격”이라며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발언들을 쏟아냈다.

기업소유주들에게는 소득세와 배당세도 물리지 않으면서 서민들 허리띠만 졸라매도록 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캄피나스대 경제학 교수 페드로 파울로 잘루스 바스토스는 “정부 지출 제한을 헌법으로 규정한 나라는 싱가포르와 조지아뿐이지만 이 두 나라도 브라질만큼 오랜 기간 강도 높게 규제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물가상승률까지 고려한다면 실질적으로 교육부문 지출은 3분의 1, 의료부문 지출은 10%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엄청난 파급력에도 사회적 논의는 부족했다. 반대 여론이 60%가 넘었는데도 무시한 것은 물론이고, 법안 자체에 대해 제대로 알리지도 않았다.

테메르는 상원 동의를 이끌어냄으로써 의회를 장악하고 있음을 보여줬지만, 국민적인 반발을 사게 됐다. 테메르의 지지율은 10%대이고 온갖 비리 스캔들에 연루돼 있다. 최대 노동단체인 중앙단일노조(CUT)와 농민단체인 토지없는농민운동(MST) 등은 테메르 탄핵 요구서를 8일 하원에 제출했다. PT와 브라질공산당(PCdoB) 등 좌파 정당들은 이를 지지하며 테메르 퇴진과 조기 대선을 요구하고 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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