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고 혼자 먹고 혼자 쓸래"로 탈바꿈한 한국

김경민 기자 입력 2016. 12. 16. 15:32 수정 2016. 12. 16.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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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보고서 《한국의 사회동향 2016》로 보는 한국사회

서울시 종로구 가회동의 한 가정 식당. 성인 남성 10명이 들어서면 꽉 찰 것처럼 좁은 이 식당에는 6명이 한 번에 앉을 수 있는 큰 식탁 1개와 1인용 식탁 4개만 놓여있다. 구석 자리에선 30대 여성이 밥과 함께 맥주 한 잔을 시켜 홀로 식사 중이었다. 인근에 거주하는 ‘혼밥족(혼자 밥을 먹는 사람들)’을 위한 식당이다. 가게 주인은 “주변에 회사원과 예술가들이 많이 사는데 혼자 밥을 먹으러 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서로 다른 이유로 ‘혼자 술을 마시는’ 이들을 그린 tvN드라마 ‘혼술남녀’가 2030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며 호평 속에 최근 종영했다. 혼밥족, 혼술족, 혼캠족(홀로 캠핑을 하는 사람들) 등 신조어에는 변화하는 가구 구성 세태가 그대로 묻어나온다. 바로 1인가구의 증가다.

tvN 드라마 《혼술남녀》의 한 장면 ⓒ tvN 화면 캡쳐

1인가구는 1990년대 이래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1인가구수는 1990년 102만1481 가구였다가 1995년 164만6748명, 2000년 222만4433명, 2005년 317만675명, 2010년 414만2165명, 2015년 520만3440명으로, 매년 약 100만명씩 증가해왔다. 

자연스럽게 전체 가구수 대비 1인가구의 비율 역시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통계청이 발간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6’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 9.0%였던 1인가구 비율은 2015년 27.2%를 기록했다. 25년 새 3배 이상 늘었다.

ⓒ 시사저널

1인가구 비중 25년새 3배 껑충 뛰어

1인가구의 증가는 전체적으로 가구규모가 축소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한다. 1990년 평균 가구원수는 3.8명이었다. 2015년 이 수는 2.5명으로 1명 이상 줄었다. 확대가족의 비중 감소라는 이유와 더불어 1인가구가 증가한 탓이다. 지난 30여년 간 한국의 대표적인 가구 형태는 ‘핵가족가구’였다. 부부가구, 부부+자녀가구, 부+자녀가구, 모+자녀가구가 여기에 포함된다. 핵가족가구는 전체 가구형태의 68%에 육박했다. 하지만 1인가구가 급격히 늘어난 2015년, 핵가족가구의 비율은 58.6%까지 낮아졌다. 같은 시기 1인가구의 비율은 1990년 9.0%에서 2015년 27.2%로 대폭 뛰었다. 통계청은 이 같은 추세라면 20년 뒤인 2035년에는 1인가구가 전체 가구의 34.3%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1인가구가 증가하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 것은 두 가지다. 젊은 연령층의 미혼율 증가, 그리고 노년층의 독거가구 증가다. ‘한국의 사회동향 2016’은 이 가운데 20대 가구주의 1인가구 비율이 눈에 띄게 상승하는 점에 주목했다.

20대 가구주의 1인가구 비율 증가는 연령별 1인가구 비율의 변화를 살펴보면 두드러진다. 30년 전 20-24세 가구주와 25-29세 가구주 중 각각 29.7%, 10.4%가 1인가구주였다. 그러던 것이 2015년엔 각각 79.3%, 63.0%로 대폭 증가했다.

가구주 연령이 25-39세인 경우 ‘1인 청년가구’로 분류되는데 이 역시도 증가세를 보이다 지난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1인 청년가구는 2015년 현재 약 65만5000가구다. 통계청이 1인가구를 조사하기 시작한 2006년과 비교해 29.8% 증가했다. 이 기간 동안 2인 이상 가구원으로 구성된 청년가구는 약 21.1% 정도 감소했다. 특히 1인 청년가구의 증가는 주로 1인 여성 청년가구 증가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2006-2015년 기간 동안 1인 남성 청년 가구는 거의 변동이 없는 반면 1인 여성 청년가구는 75.9% 증가했다. 1인 청년가구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에는 51.1%로 과반을 넘어선 수준이다.

 

만혼과 비혼으로 증가하는 20대 1인가구주

출생인구의 감소로 청년인구는 오히려 감소하고 있는데도 1인 청년가구가 증가하는 이유는 뭘까. 이런 변화는 청년층의 만혼(晩婚)과 비혼(非婚)의 급속한 증가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결혼 적령기에 있는 청년들이 결혼을 해 2인 이상의 가구를 형성하는 대신 독신으로 남아서 1인 가구를 형성하는 것이다.

실제로 20대의 결혼에 대한 인식 변화는 이 같은 추세를 이끌었다. 지난 30년 동안 한국의 남성과 여성 모두 결혼을 당위적인 것으로 보는 인식이 크게 낮아졌다. ‘한국의 사회동향 2016’에 따르면 1998년 ‘사회조사’ 결과, 남성의 36.9%, 여성의 30.5%가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2014년 이 응답의 비율은 남성 16.6%, 여성 13.7%로 절반 가까이 낮아졌다. 반면 ‘결혼을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는 응답 비율은 높아졌다. 1998년 남성의 18.4%, 여성의 28.9%가 결혼을 선택사항으로 인식했지만, 2014년에는 그 비율이 남성 34.4%, 여성 43.0%로 높아졌다.

결혼을 선택사항으로 보는 태도 변화 추세는 기혼자들보다 미혼자들에게서 두드러졌다. 2014년을 기준으로 미혼 남성의 9.9%, 미혼 여성의 5.9%만이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한국의 사회동향 2016’의 ‘가족과 가구 영역의 주요 동향’의 집필을 맡은 한경혜 서울대학교 교수는 “미혼자들의 이러한 태도 변화가 실제 이들의 결혼행동에 반영되어 장기적 결혼율의 저하로 나타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20대에서 유독 1인가구주의 변화가 급격하게 상승한 배경은 뭘까. 한경혜 교수는 “학업 혹은 직업상의 이유로 부모와 함께 거주하지 않는 젊은 층의 비율이 높아졌기 때문일 것”이라고 봤다. 이밖에도 한 교수는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를 꼽았다. 결혼 전까지 부모와 함께 거주하려던 경향에서 결혼 전이라도 부모로부터 독립하려는 경향으로 변화했다는 설명이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도 취업을 못해 부모에 의지해 살거나, 취직을 했는데도 임금이 적어 독립하지 못하는 ‘캥거루족’이 대두되는 시대와 반대되는 또 다른 자화상인 셈이다. 

 

대도시, 연립 및 다세대주택으로 밀려나는 20대 혼족

경제적으로 독립한 1인 청년가구의 교육수준은 지난 10년간 높아졌다. 남녀가 비슷한 추세를 보인 가운데 1인 청년가구 가운데 고학력자의 비율은 여성이 더 높았다. 2015년 1인 여성 청년가구 중 80.4%가 전문대 이상의 학력을 가지고 있었다. 또 이들 중 대다수가 도시에 거주했다. 특히 1인여성 청년가구는 2015년 현재 95.3%가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학력수준이 높고 대부분 도시지역에 거주하는 1인 청년가구는 어떤 유형의 주거지를 선호할까. 이들의 선택은 단독주택과 아파트였다. 여기에서도 추세 변화는 있었다. 아파트나 단독주택에 거주했던 청년들이 연립주택이나 다세대주택 등으로 주거지를 바꾸는 경향이 지난 10년간 점진적으로 나타났다.

핵가족에서 ‘혼자족’으로의 가구 변화는 사는 방식뿐만 아니라 돈 버는 방식, 돈 쓰는 방식에서도 변화를 가져온다. 1인 청년가구의 소득 가운데 사업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는 것 역시 흥미로운 대목이다. 1인 남성 청년가구의 경상소득 대비 사업소득 비중은 2006년 6.8%에 불과했지만 2015년에는 18.9%로 높아졌다. 1인 여성 청년가구의 사업소득 비중도 2006년 10.5%에서 2015년 21.9%로 상승했다. 이런 추세는 기업들의 청년고용이 감소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소비 성향을 봤을 때 여성 1인 청년가구가 남성에 비해 일관되게 높은 지출을 보였다. 지난 10년간 소비지출 대비 식료품과 관련된 지출 비중은 여성이 남성보다 높은 반면, 소비지출 대비 식사 지출 비중은 남성이 여성보다 높았다. 집에서 식사를 마련해 먹는 여성에 비해 남성의 외식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김경민 기자 kkim@sisa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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