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123] 호텔에 등 달고, 변기 뜯고..'천상천하 유아독존'

김도균 기자 입력 2016.12.17.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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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천상천하 유아독존' 세상에서 자기 혼자만이 잘났다는 뜻이다. 지난달 이 말은 큰 화제가 됐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이렇게 표현하면서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 씨에게 온갖 조언을 받았다는데 정말 '유아독존'인가 싶으면서도, 유독 유별난 모습이 많았던 건 사실이다.

2.
지난 2013년 11월 영국 순방 중이었던 박근혜 대통령은 런던의 5성급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이 머물 방은 그 하룻밤을 위해 완전히 '변신'했다고 한다. 14일자 중앙일보의 '대통령의 하룻밤'을 보자.침대 매트리스가 바뀌고, '혼밥'을 위한 전자레인지가 설치되고, 욕실 샤워꼭지도 서울에서 온 것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심지어 조명등 두 개와 스크린 형의 장막까지 설치됐다고 한다. "대통령이 머리 손질과 화장을 하는 곳은 대낮처럼 밝아야 하며, 대통령이 거울 보는 곳의 뒤편에 흰 장막을 쳐 거울 속에 대통령의 모습이 비칠 때 다른 사물이 보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이유였다고 한다.

3.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천시장 재직 시설 겪은 일화도 화제다. 2013년 8월, 박 대통령이 국정간담회를 위해 인천시청을 방문하기로 했다. 청와대에서는 간담회 당일 대통령이 쉴 수 있도록 시장실을 빌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며칠 뒤 청와대 경호실에서 찾아와 변기를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변기 커버를 바꾸면 어떻겠느냐는 말도 청와대는 거부했다. 결국 변기 교체 공사가 이뤄졌고 이 공사로 송 시장은 일주일 넘게 시장실 내부 화장실을 쓰지 못했다.

4.
2014년 4월 한미정상 공동기자회견. 기자들의 주된 관심은 북한 제재에 대한 한미 공조에 대한 것이었다. 한 기자가 박 대통령에게 '북한은 제재 조치가 가장 많이 가해진 국가인데 만일 또 추가 핵실험을 할 경우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박 대통령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우물쭈물하는 박 대통령. 오바마는 이렇게 말했다. "가여운 대통령이 질문을 기억하지 못하는군요(The poor president Park doesn't even remember what the other question was)." 이에 박 대통령은 민망한 듯 웃으며 "아까 그, 아휴, 말씀을 오래 하셔가지고, 하하, 질문이 그러니깐, 그, 저”라고 얼버무리다 "중국이 리더십을 발휘하길 기다린다"며 엉뚱한 대답을 내놓았다.

5.
중국 얘기가 나왔으니 이번엔 중국으로 가보자. 지난해 9월 중국 전승절 70주년 기념행사장. 러시아 푸틴 대통령, 북한 최룡해 비서 등이 박 대통령에 앞서 시진핑 주석 내외와 자연스럽게 악수를 하고 사진을 찍었다. 드디어 박 대통령의 차례가 됐다. 서로 반갑게 악수를 하고, 펑리위안 여사는 시진핑 주석 옆으로 손짓을 하며 사진 촬영을 하자고 했다. 박 대통령은 이해하지 못한 듯 뒷걸음을 쳤다. 이후 시진핑 주석 오른편 뒤로 또 나가려고 하다가, 그제야 상황을 이해하고 시진핑 주석 옆으로 와 사진 촬영에 응했다. 이 장면은 전 세계 생중계로 나갔다. 박 대통령은 중국어를 포함해 5개 국어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6.
다시 한 번 중국이다. 지난 9월 4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박 대통령은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만났다. 메르켈 총리가 박 대통령의 팔을 잡으며 친근감을 표시했지만 박 대통령은 팔이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왼손에 든 가방 때문이었다. 더민주 손혜원 의원에 따르면, 결국 메르켈 총리 수행이 박 대통령의 가방을 빼앗으려 했고 박 대통령은 끝까지 안 내놓으려다가 결국 가방을 놓고 악수를 했다. 보통 정상외교에 임하는 국가 정상들은 의전 절차에 맞는 몸짓을 하기 위해 손에 아무것도 들지 않는다고 한다. 가방을 들고 회담에 임하는 것은 외교적 결례에 해당한다는 거다. 이런 모습은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이 가방은 바로 최순실 씨의 측근 고영태 씨의 '빌로밀로' 제품이었다.

7.
이번엔 청와대. 청와대에서도 박 대통령의 얼굴 보기가 참 어려웠던 듯하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지낸 김장수 주중 대사는 세월호 참사 당일에도 박 대통령이 어디 있는지 몰랐고, 이날 외에도 어디 있는지 몰라 보고서를 관서와 집무실에 동시에 보낸 적이 있다고 한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도 "(박 대통령을) 일주일에 한 번도 못뵙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고,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김규현 외교안보수석은 박 대통령과 독대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주로 관저에 머물며 밥도 혼자 먹고, 화장과 머리손질을 하지 않으면 외부와 전혀 접촉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8.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은 지난 2010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누나(박 대통령)가 다양한 사람을 만나야 하는데 저녁에 집에 틀어박혀 인터넷만 본다"고. 어쩌면 박 대통령의 이런 놀라운 행보는 예고된 것이었는지 모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누군가는 알고도 못 본 척, 보고도 안 본 척 했을 뿐이다.

(기획·구성 : 김도균, 정윤교 / 디자인 : 정혜연)   

김도균 기자getse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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