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한겨레> 기자에 "사탄 물러가라"..맞불집회 참가자들 '말말말'

박수지 고한솔 입력 2016.12.17. 17:46 수정 2016.12.18.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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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보수집회 나온 이들, 왜 나왔나

[한겨레]

17일 열린 보수단체의 탄핵 반대 집회에는 다양한 이유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무턱대고 ‘빨갱이 척결’을 외치기도 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불쌍하다’거나 ‘좌파 집권을 막아야 한다’는 등의 명확한 이유를 가진 이들도 있었다.

■ “미용시술 아니고 치료 받은 건데 왜…”

‘박사모’가 아니라는 60대 여성은 ‘박근혜 동정론’을 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은 따로 주머니 찬 것도 없다. 얼굴에 칼 맞아 아파서 치료받은 것을 물고 늘어지나. 미용시술 받은 것도 아니고 치료받은 것을 트집 잡아서 사람을 끌어내리는가. (집회 참가비가)5만원이니 2만원이니 하는 건 저쪽 촛불 이야기고, 나는 자발적으로 나온 사람이다. 이런 의견을 가진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서울 목동 거주하는 이재영(71)씨도 “대통령이 불쌍해서 나왔다”고 했다. 이씨는 “최태민이라는 사람에게 40년 전에 사기당했다. 아버지 어머니 국가에 바치고, 시집도 안 간 채로 최태민, 최순실 꼬임에 빠진 불쌍한 대통령이다. 헌법 절차에 따라 5년 임기 끝나면 백성이 대통령을 뽑아야지. 대통령 끌어내리는 것이 어떻게 국민 뜻이냐. 왜 임기도 안 끝난 대통령을 끌어내리냐. 세월호 7시간도 다 거짓말이다. 박지원 비서실장 때 김정일 만난 뒤 다 종북으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잘못을 인정하지만, 좌파 집권을 막아야 해서 집회에 나왔다는 이도 있었다. 충남에서 올라왔다는 김아무개(80)씨는 “박근혜도 물론 단점이 있다. 고집이 세고 인사도 잘못했다. 그러나 문재인, 박원순 등 그보다 더 자격없는 사람들이 대통령되면 나라가 망할까봐 나왔다. 나라 전체가 촛불로 뒤덮이면 나라가 망한다”고 말했다. 이아무개(59)씨는 ‘잘못된 선례’를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광장에 왔다. 이씨는 “나는 박사모도 아니다. 이 집회에서 박사모는 극히 일부일 것이다. 누가 대통령 되더라도 집회만 하면 전부 다 물러나야 하냐. 잘못된 선례가 될 수 있다. 좌파 정권 대통령 시키고 보수 쪽 사람들이 반대하면 그 대통령도 집회하고 끌어내릴건가. 누가 대통령되든 비슷하다. 차라리 개헌을 해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권한을 축소시켜야 한다. 김대중은 연평해전 때 뭐했고, 노무현은 태풍 매미 때 뭐했나”라고 말했다.

밑도 끝도 없는 ‘빨갱이론’을 설파하는 이도 종종 만날 수 있었다. 한 70대 남성은 “헌법재판소에서 판결하면 안된다. 저쪽 아이들은 다 좌파들이다. 죄다 빨갱이들판이다. 김정은이 시기만 되면 남남갈등을 일으키려고 하는데 이것도 그 일환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 “손석희를 구속하라”

이들은 오후 2시부터 종로구 안국역에서 청와대방면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국가를 위해 헌재의 양심적인 판결이 중요하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앞세웠다. 손에는 태극기와 붉은 장미꽃이 들려 있었다. 청와대 인근 삼청동 팔판로 경찰 저지선에 도착해 준비해온 장미꽃을 내려놓고 다시 안국역 헌법재판소로 향했다. 주요 타깃 중 하나는 언론이었다. 이들은 “제이티비시 물러가라, 채널에이 물러가라, 동아일보 물러가라, 중앙일보, 티비조선 물러가라”고 외쳤다. “손석희를 구속하라”는 구호도 있었다. 한 참가자는 “공영방송도 다 촛불만 보도하지, 이쪽은 취재도 안온다. 동료기자들에게 꼭 전해라. 이쪽도 취재하라고. 저쪽만 민심이냐, 숨어있는 4900만도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 기자 신분을 밝히자 “사탄이다, 물러나라”고 소리치거나 “<한겨레>랑 말하지 마라. 어차피 왜곡 보도할 거 아니냐”며 인터뷰를 피하는 이도 있었다.

참석자들은 ‘탄핵무효', ‘계엄령 선포하라' 등의 손팻말을 앞세우고 박 대통령이 ‘억지 탄핵'을 당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병대전우회 회원들은 군복을 입고 참석했다. 일부는 새누리당 의원이면서 박 대통령 탄핵을 주장한 김무성 의원과 유승민 의원을 ‘배신자'·‘패륜아'라고 비난하는 손팻말을 들기도 했다. 집회 현장 일대에는 주최 쪽이 박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 탄원서 서명대를 설치하고 태극기를 나눠줬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 세종로소공원에서 ‘엄마부대봉사단’ 회원들이 개최한 탄핵무효 국민총궐기 대회에 참여해 “지난주 국회가 의결한 탄핵은 잘못된 것이고 헌재가 반드시 기각할 것”이라며 “좌파들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박 대통령을 버렸다고 선동했지만 아직도 대통령을 버리지 않은 시민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보여줘야 재판관들이 흔들리지 않고 정확한 판결을 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날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친박계 정우택 의원이 당선된 것을 언급하며 “우리 원내대표 선거가 그나마 무사히 잘 끝났다”며 “어제 선거결과가 바뀌었다면 대한민국 건국과 산업화를 이루고 민주화까지 이룬 보수정당 명목이 완전히 끊길 뻔했다”고 말했다. 세종문화회관 옆에선 ‘새누리당 바로세우기 100만 당원 가입 신청과 탄핵반대’ 서명을 받는 부스가 설치됐다. 고한솔 박수지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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