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면세점 3차대전 끝났지만..입찰 강행 '후폭풍' 가능성

입력 2016.12.17. 20:21 수정 2016.12.17.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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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서울에 새로 들어설 면세점 세 곳의 주인이 롯데, 현대, 신세계로 가려졌지만 입찰 과정과 결과를 놓고 적지 않은 공정성 논란과 법적 시비가 예상된다.

검찰 수사에서 '서울 면세점 추가 선정'이 '최순실 게이트'와 연루된 혐의가 있다고 지적됐음에도 관세청은 검찰·특검·국회 국정조사 결과를 기다리지 않은 채 예정대로 심사를 강행했다.

이 때문에 만의 하나 최순실 게이트 연루 혐의가 확인될 경우에는 이미 허가한 특허를 뒤늦게 취소해야 하는 전대미문의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 '최순실 게이트' 의혹에도 예정대로 입찰

앞서 야권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 시민단체는 성명과 항의서한 등을 통해 여러 차례 관세청과 정부에 이번 서울 면세점 특허 입찰 중단을 촉구했다.

'최순실 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서울면세점 추가 입찰' 자체가 지난해 11월 면세점 특허 심사 결과 탈락한 롯데와 SK의 로비 결과라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지난 9일 국회에서 통과된 대통령 탄핵소추안에도 대통령 뇌물죄 혐의의 근거로 이 의혹이 적시됐다.

특검도 같은 맥락에서 이미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출국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사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둔 16일까지도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한 군데라도 대통령의 뇌물죄와 관련된 기업이 밝혀진다면 허가를 취소하는 것도 어렵지 않느냐"면서 "(관세청에 대한) 감사가 끝나기 전에 허가발표를 한다면 이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고 경고했을 정도다.

하지만 관세청은 이런 요구를 무시하고 이날 심사와 발표를 강행하면서 "의혹을 받는 업체가 심사에서 사업자로 선정되더라도, 관세법상 특허취소 사유에 해당하는 거짓·부정한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판정된다면 당연히 특허가 취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합격자 명단에 롯데가 포함되면서 문제가 복잡해졌다.

일단 롯데나 SK 모두 총수-대통령 독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과 서울면세점 추가 선정이 무관하다는 입장이지만, 향후 특검 수사나 국회 국정조사를 통해 실제 면세점 특허와 관련된 비리 사실이 드러날 경우 롯데는 어렵게 되찾은 면세점 특허를 다시 반납할 수 밖에 없다.

수사와 재판의 최종 결과가 나오는데 앞으로 1년 이상 걸린다면, 최악의 경우 롯데는 큰 비용을 들여 고용·인테리어·상품 구매 등을 마치고 개장해 한창 영업을 하는 도중 다시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더구나 이런 의혹 속에서 롯데가 합격한 만큼, 떨어진 업체들은 "정경 유착에 희생됐다"며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관세청이 면세점 특허와 관련해 감사원의 감사까지 받게 되면 향후 논란은 더 커질 전망이다.

앞서 지난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면세점 선정 과정에서 불거진 특혜 의혹 등과 관련, 감사원에 관세청 감사를 요구하기로 의결했다.

기재위는 지난해 7월, 11월 치러진 두 차례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심사위원의 명단·심사기준·배점표 등이 공개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따라서 향후 조사 결과에 따라 지난해 새로 면세점 특허를 받은 두산·한화·신세계·HDC신라 등의 특혜 사실까지 실제로 드러나면 면세점 업계는 '원천무효' 논란 속에 패닉 상태에 빠질 것으로 우려된다.

◇ 서울 시내에만 13개 면세점 '무한경쟁'

작년과 올해 세 차례에 걸친 '면세점 특허 대전'의 결과,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 수는 13개로 불었다.

이에 따라 이미 업계에서는 면세점 시장은 더 이상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라 치열한 출혈 경쟁이 불가피한 '레드 오션'이라는 지적과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시장에 진입한 신규면세점 사업자들의 3분기(2016년 1~9월)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중구 신세계, 여의도갤러리아63, 용산 HDC신라, SM면세점(하나투어) 등이 모두 수 백억 원의 누적 적자를 냈다. 동대문 두타면세점도 상반기에만 16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관광객 유치 경쟁으로 중국 여행사에 지급하는 '송객 수수료' 수준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수익성은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특히 신세계면세점과 SM면세점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30%에 불과할 정도다.

'설상가상'으로 유일하게 비빌 언덕인 유커(중국인관광객)의 동향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등의 영향으로 심상치 않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7월 91만7천900명이었던 방한 유커 수는 4개월 연속 내리막을 달려 10월에는 68만900명까지 떨어졌다.

더구나 정부가 면세점 사업자로부터 거둬들이는 특허수수료율이 최대 20배까지 뛰면서 향후 면세점 수익성은 더 나빠질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 9일 기획재정부는 면세점 특허수수료율을 현행 '매출액 대비 0.05%'에서 '매출액 규모별 0.1∼1.0%'로 높이는 관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운영 노하우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면세점의 경우 이제는 도태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면세점 관계자는 "특허 선정에 의혹이 난무하고 서울 시내 면세점 다수가 적자를 낼 만큼 관광객 수요에 비해 면세점 공급이 많은 상황인데도 정부가 서둘러 심사를 강행하며 네 곳이나 더 서울 면세점을 허가하는 이유가 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shk9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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