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식당은 '창업의 무덤'?.."출구가 없다"

김영인 2016. 12. 17.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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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퇴직하면 식당이나 하지',

이렇게 만만하게 얘기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요즘 식당업은 '창업의 무덤'이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합니다.

폐업한 자영업자 4명 중 1명은 식당 주인이라고 하는데요.

김영인 기자가 그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기계 공구 골목 계단을 따라 내려간 지하 횟집.

문이 굳게 잠겨 있습니다.

경영난을 겪던 주인이 어느 날 잠적했기 때문입니다.

<녹취> 이웃 주민 : "여기 있는 사람들은 라면 먹고 그래. 돈 있어서 식당에서 밥 먹을 사람들 별로 없어."

폐업으로 주인을 잃은 간판, 지난 두 달새 영등포구에서 철거된 업소 간판만 3백 개가 넘습니다.

<인터뷰> 이상만(서울시옥외광고협회 영등포구 지부) : "그냥 놓고 몸만 빠져나가시는 편이죠, 거의. 장사 안 되는 데가 골목이니까 그런 (간판 방치된) 데가 많이 있습니다."

폐업한 자영업자 중 4분의 1은 식당 주인, 그래도 또 여기저기서 식당을 새로 개업합니다.

이곳은 60미터 정도 거리의 골목에 식당이 8개나 있습니다.

지하 포함 4층짜리 이 건물엔 3개 층이 식당입니다.

<녹취> 부동산 중개인 : "(월 임대료가) 200만 원 정도 해요.임대료는 사람 바뀔 때마다 오르지."

이 동네 인구는 2만여 명인데, 한식당만 5백 개입니다.

인건비라도 아껴보자고 종업원없이 일하지만, 한 달 수입이 100만 원에 불과합니다.

사장님이라고 하지만 소득으론 하위계층입니다.

<녹취> 식당 주인(음성변조) : "한 해 한 해 못 해서 처음에는 저도 접고 싶었어요. 욕심을 포기하고 해야지 열 받아서 못 해요."

낮 12시에 손님 한 명 없는 상황에 개업 1년된 또 다른 밥집 사장님의 속은 타들어갑니다.

이웃 식당들 계속 바뀌는 게 남일 같지 않습니다.

<녹취> 식당 주인 : "저집 보면 샤브샤브 칼국수집이었어.그런데 낙지집 들어왔다가 나가고 또 칼국수집 들어왔잖아."

벼랑끝에 선 사람들, 우동집,부대찌개 식당에 이어, 석달 전 시작한 가맹점도 접기로 한 40대 가장의 어깨는 축 쳐져 있었습니다.

<녹취> 식당 주인(음성변조) : "빨리 빨리 벌어야 되다 보니까 뭐가 됐든 급하게 자영업자로 몰리는 거죠. 패자부활을 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식당업은 특별한 자격증이나 기술이 없어도 누구나 뛰어들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생계형 업종이죠.

서민들끼리 치열하게 경쟁할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그러다보니 1년을 버티는 가게는 55%에 불과했고 해가 갈 수록 생존율이 뚝뚝 떨어져서 5년 후에도 살아남는 가게는 17% 정도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먹는 장사 형편이 좋지 않다보니 쌀, 달걀 등 식자재 공급하는 사장님도,

<인터뷰> 오재필(식자재 가게 주인) : "지금 다 다니는 데마다 일단 수금이 잘 안 돼요."

가게의 얼굴인 간판을 만들어주는 사장님도,

<인터뷰> 정일옥(간판제작업체 대표) : "공생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일감이) 빠지죠, 저희도."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는 서민 업종들이 함께 악순환에 빠진 모습입니다.

임대료에 식자재까지 다 오르는데 가게 매상만 오르지 않는다는 하소연이 더 무겁게 들리는 세밑입니다.

KBS 뉴스 김영인입니다.

김영인기자 (heema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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