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싶다'는 박근혜·최순실로 향했다

정상근 기자 2016. 12. 18.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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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박근혜 대통령 5촌간 살인사건의 의혹…‘000가 시켰다’ 그 이름은 드러날 것이다

[미디어오늘 정상근 기자]

누군가는 영화 같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공포를 느꼈다고 말했다. 17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이하 그알)’의 대통령 5촌간 살인사건을 다룬 에피소드 ‘죽거나 혹은 죽이거나’를 본 시청자들의 반응이다. 그만큼 이번 그알의 주제와 취재 결과는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2011년 9월6일, 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 수유분소 앞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박용철과 거기서 3km가량 떨어진 야산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 된 박용수, 수사 당국은 이 죽음에 대해 박용수가 박용철을 살해하고 죄책감에 스스로 목을 맸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몇가지 사실들은 수사 결과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킨다.

박용철은 예기로 인해 목숨을 잃었음에도 가해자는 다시 둔기로 박용철을 가격한 흔적이 있었고(즉 전문가의 소행으로 보이고), 그의 몸속에 수면제 성분인 졸피뎀이 상당량 검출됐으며, 이 졸피뎀은 가해자로 지목된 박용수에게도 일부 검출됐다. 박용수는 박용철을 살해한 뒤 2시간이 넘게 산 속을 걸어 자살하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으며, 자살 직전 설사약을 먹기도 했다.

▲ 17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싶다 예고.
여기에 그알은 새로운 정황증거를 하나 발견했는데, 바로 박용수가 걸어갔을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산 입구의 센서다. 이 센서는 한 명이 지나갈 때마다 카운팅을 하는데, 박용수가 걸어갔을 무렵 이 기록은 박용수를 포함한 3명의 사람이 지나간 사실을 보여줬다. 또한 박용수 시신 옆에서 발견된 가방이 박용수가 평소에 들고 다니던 가방이 아니라는 의혹을 제기했으며, 경찰이 증거로 활용한 흉기 구입과 관련해서는 경찰의 부실수사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렇다면 핵심은 왜 수사 당국이 이런 의혹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고 서둘러 이 사건을 ‘5촌 간 살인사건’으로 규정했을까 라는 점이다. 주진우 시사IN 기자 등이 이미 의혹을 제기한 바 있지만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도 바로 그 점에서 배후가 있음을 가정하고 주목했다. 그리고 그 배후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자녀들이 개입되어 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한다.

박정희의 자녀들은 육영재단을 놓고 두 차례 다툼을 벌었는데, 조직폭력배를 동원할 만큼 그 정도가 심각했다. 박용철이 등장했을때는 2007년, 박근혜 대통령이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 출마했을 때인데, 이때는 박지만씨가 박근령·신동욱 부부를 육영재단에서 쫓아내는 상황이었고 박용철은 그때 박지만 밑에서 일을 했다.

그리고 신동욱이 박근혜 대통령 미니홈피에서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자 박용철이 신동욱을 중국에서 살해하려 했고 신동욱은 이때 간신히 도망쳐서 빠져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신동욱은 자신을 살해하려는 사람이 박지만 회장이라고 주장했고, 그동안 수사당국과는 별개로 많은 사람들이 신동욱 청부살해사건과 5촌간 살인사건에 박지만이 개입되어 왔을 것이라 봤다.

실제로 신동욱이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을 때 박용철이 증인으로 재판정에 섰는데, 박용철이 신동욱의 혐의를 벗겨줄 증거를 자신이 가지고 있다는 식으로 말했고, 이에 앞서 육영재단 전 관계자가 재판에서 “박지만이 박용철에게 신동욱을 제거하라고 지시한 육성 녹음이 있다”는 얘기를 박용철에게 들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하지만 그알의 취재는 박지만을 살짝 비껴간다. 이 사건에 개입된 새로운 사람을 두바이에서 찾아냈는데 그가 바로 정윤회다. 2011년 당시 정윤회가 박용철과 접촉했고 우리나라 돈으로 110억원 가량을 주기로 약속했다는 증언이 나온 것이다. 그리고 이 돈의 대가는 바로 신동욱 재판에서 증언하지 않는 것이다.

알려졌다시피 박근혜 대통령과 박지만의 사이는 썩 좋지 않다. 물론 대통령의 가족이고 2011년이면 대선을 치르기 1년 전으로 사실상 새누리당의 차기 대선주자로서 박근혜가 활동해왔기 때문에 가족과 관련된 구설이 오르내리는 것이 좋을리는 없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조직으로 활동해왔던, 그리고 그 핵심인 최순실의 남편인 정윤회가 무려 110억원이나 되는 돈을 제안했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다. 단순히 박지만 EG회장의 죄를 가리기 위해서라기엔 무척 큰돈이다. 오히려 그알에 나온 증언자는 박용철이 박지만 회장에게 요구한 돈이 20억원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박용철 가족의 증언으로 박용철의 핸드폰이 감쪽같이 사라진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됐고 어떤 증언자는 박용철이 박근혜 대통령과도 통화했다고 증언했다. 그 말을 100% 신뢰할 수는 없지만 자꾸 박용철과 박근혜 대통령의 관계가 드러나고 있다.

돌이켜보면 얼마 전 신동욱은 자신을 살해하려 했던 사람도 박지만인줄 알았는데 최순실이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그러고 보면 그알이 가린 마지막 증언, 박용철에 대한 살인청부를 받은 것으로 보이는 어떤 사람이 꺼낸 그 이름, ‘000가 시켰다’는 말. 그것은 바로 박근혜 대통령 혹은 그의 주변부를 가리키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영화 같기도 하고, 무섭기도 한 이 사건의 배후에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와 위임받지 않은 권력을 누린 비선 실세들이 얽혀 있다는 의혹,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우리는 지난 몇 달간 그 말도 안 되는 의혹들이 사실로 밝혀지는 것을 봤다. 불과 몇 년 전 이 진실을 추적했던 주진우 기자는 그야말로 감옥에 갈 뻔 했지만, 그를 수사했던 이건령 검사 등은 미국 연수도 다녀오고 승승장구 한다고 하지만, 그알의 보도는 진실로 한 걸음 더 들어갔다. 진실은 곧 밝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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