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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기분유·침대..삼성에 청구 내역, 최씨 모녀 가계부 보는 듯

윤호진.윤정민.정진우 입력 2016. 12. 21. 03:00 수정 2016. 12. 21.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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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건엔 최순실을 '회장님'으로 지칭
측근 "최씨, 자기 돈 사용 용납 안해
나중에 돈 받으려 세세하게 기록"
작년 7월 17일 '말 보러감' 적혀 있어
삼성서 말 구입 전 직접 물색한 듯
특검이 입수한 입출금 내역서에 최순실씨는 ‘회장님’으로 기록돼 있다. 이 문건에는 정유라씨의 아이를 위해 구입한 것으로 보이는 아기 용품과 최씨 모녀가 독일에 정착할 때 필요했던 각종 생필품 구입 내역이 적혀 있다.
특검팀이 확보한 자료는 사실상 코어스포츠(현 비덱스포츠)의 입출금 내역서다. 이 자료를 근거로 삼성의 돈을 받은 공식 문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최순실(60)씨 가족의 가계부로 보일 정도로 사적이다. 입출금 기록은 최씨 모녀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정착한 지난해 5월 이후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박영수 특별검찰팀이 확보한 지출 내역서는 지난해 6월 23일부터 9월 중순까지의 기록이다. 최씨 측근에 따르면 최씨는 딸 정유라(20)씨가 전 남편 신주평씨 사이에서 아들을 출산하자 이주를 결심했다고 한다. 이들의 첫 정착지는 프랑크푸르트 인근의 빈터 목장이었다.
글 파일과 엑셀 파일로 작성된 지출 내역서에는 최씨와 그의 주변 인물들이 등장한다. 최씨를 뜻하는 ‘회장님’, 딸 정씨의 개명 후 이름 ‘유연’, 정씨의 전남편 신주평씨, 최씨 모녀의 독일 현지 집사 데이비드 윤(한국명 윤영식·48)의 호칭인 ‘윤 대표’ 등이다. 정씨의 말 관리를 맡은 마부 이모씨도 나온다. 데이비드 윤은 재독 교민 2세로 20여 년 전부터 최씨와 인연을 맺고 사업을 함께해 온 사이다. 현지에선 독어 통역을 맡고 커피 수입사업 등을 함께 구상했다.
지출 내역서에 적힌 항목은 최씨 모녀의 현지 정착 과정을 보여 준다. 6월 23일자 지출 내역 첫 줄에는 ‘회장님(최순실) 환전 1200만원, 환율 1277원’이라고 적혀 있다. 이때는 최씨 모녀가 소유한 현지 법인 코어스포츠가 설립되기 두 달 전으로 법인 설립 전까지 최씨 개인 돈을 우선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추후 삼성이 지급한 이 돈은 초기 정착에 필요한 기초 생필품 구입에 쓰였다. 한국슈퍼 생필품 구입(83.25유로), 다리미·전기포트(115.26유로), 전기장판(99.99유로) 등이 지출 항목에 등장한다.

정유라씨 출산 관련 물품도 지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정씨는 지난해 5월 제주도에서 출산했다. 100일이 안 된 아들을 위해 아기 침대(6월 29일), 아기 목욕통·아기 용품(7월 11일), 아기 분유(7월 13일) 등을 구입한 것으로 보인다.최씨 모녀는 현지에서 강아지 15마리, 고양이 5마리를 키웠는데 여기에 사용된 비용도 고스란히 적혀 있다. 강아지 패드, 강아지 펜스 등의 구입이 7월 초에 이뤄졌다. 최씨의 한 측근은 “최씨는 단 한 푼도 자기 돈이 허투루 쓰이는 걸 용납하지 않는 성격이다. 지출 내역이 용돈 입출장처럼 자세히 적힌 것도 나중에 자신의 돈을 정확히 챙겨 (삼성에) 청구하려 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정씨의 승마훈련과 관련된 내용도 있다. ‘말 보러 감, 차 연료’(7월 17일), ‘박 감독 저녁’(8월 3일) 등이다. 삼성이 정씨의 대회 출전용 명마 ‘비타나V’(10억여원) 등 말 세 필을 구입하기 전에 최씨 모녀가 직접 말 물색에 나섰다고 한다. 하지만 ‘박 감독(박재홍 전 승마대표팀 감독)’은 정씨를 지도하려고 현지에 합류했다가 사이가 틀어지면서 한 달 만에 귀국했다.

윤호진·윤정민·정진우 기자 yoongoon@joon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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