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용진 "이재용, 승계 불안에 최순실에 달려가"

한광범 기자 2016. 12. 24.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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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혁명적 시기 도래..경제민주화에 야당 의지 보여줘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사진=한광범 기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국회가 혁명적 시기를 맞이했다며 경제민주화 입법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 의원은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상황에서 경제민주화 법안의 국회 통과는 매우 합리적 선택"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그럼에도 당 지도부가 경제민주화에 미온적이라며 "이런 당이 집권하면 재벌에게 다른 태도를 보일 수 있을지 국민들은 의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또 재벌그룹 중 가장 적극적으로 최순실씨 측에 돈을 건넨 삼성에 대해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승계문제가 불안하니까 가장 먼저 뛰어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 사태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이 부회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자사주를 이용해 이 부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 자사주 분할신주 배정금지 법안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경제민주화 요구가 커지는 있음에도 재벌들이 정경유착 행태를 반복했다.

경제계 최고 권력과 정치·사회계 최고 권력이라는 두 독점권력의 숙명적인 관계다. 아주 정상적·합리적 자본시장이 가동되고 있는 선진국에서 기업이 새로운 분야를 열어가거나 이익 창출을 하려 해도 규제가 따를 수밖에 없다. 일례로 드론 시장을 보자. 드론 시장은 규모가 연간 몇십조원까지 바라볼 만큼 확장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규제로 인해 드론이 눈에 보이는 곳에서만 날아다니게 돼 있다. 높이랑 장소에 대한 규제도 있다. 이처럼 새로운 영역을 창조하려면 거기에 맞는  규제가 생기고  이 규제로 인해 기업 입장에선 이익을 창출하기가 어려워지는 면이 있다. 이 때문에 기업은 정치권력이나 관료사회와의 협력과 논의를 통해 규제를 완화하려는 노력을 한다. 선진국에서도 이건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를 보자. 대한민국 재벌이 합리적인 존재인가? 그렇지 않다. 이미 자기 존재를 유지하기 위해 불법·탈법·편법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현재 위치에 서 있다. 자신들의 위치를 강화·유지하고 세습·전수하기 위해선 더 많은 불법·탈법·편법을 저지르면서까지 이익을 지키려 한다. 그것을 위해 재벌들은 정치권력과의 거래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재벌의 존재와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하는 정치권력의 존재가 숙명적으로 서로의 존재를 부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선 이전 세대 재벌들과 다른 리더십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이것을 도덕적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가령 '이 부회장이 나이스 한 줄 알았는데 왜 저 모양이야' 이렇게 얘기할 수가 없는 것이다. 지금 이 부회장 입장에선 아버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돌아가시면 본인 입장에선 황당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경영승계하다가 본인입장에선 곤혹스러운 상황이 전개되기 때문에 다그쳐서라도 가야 하는 것이다. 이 부회장이 여전히 불안해하는 것이다. 3대 세습의 숙명적 이유 때문에 불안한 것이다. 

북한에서는 숙청이라는 방법을 통해 세습을 한다. 한국에서 재벌 세습은 모든 편법을 다 동원해서라도 경영권을 유지하고 승계 작업을 완료하려고 하는 것이다. 승계 문제에 자유로웠던 그룹들은 '우리한테까지 왜 돈 내라고 하는 것이냐'며 매우 싫어했다고 한다. 삼성이 누구보다 앞장서 이런 일을 하고 심지어 대한 승마협회를 통한 정유라 지원은 본인들만 하면서 다른 기업들은 손도 못 대게 했다. 삼성이 왜 말똥을 전담으로 치워주겠다고 했겠나. 가장 불안하니까 가장 먼저 뛰어간 것이다.

  

이 부회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요청한 바 있다. 청문회에서 이재용 태도 어떻게 봤나.

정말 환장하는 줄 알았다. 30년 만에 재벌 총수 다 불러다 놓고 한 청문회치고는 정말 답답했다. 의원들이 이 부회장에게 '삼성물산 합병 통해서 경영권 승계 강화하려고 했던 것 아닙니까'라고 물었다. 여기에 '아니다'고 이 부회장이 답하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는 식이었다. 그렇게 하면 안 됐다. 이 부회장은 합병으로 구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전자 지분 4.06%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했다. 삼성전자 지분 1% 가치가 2조 5000억원이 넘는다. 4.06%면 10조원 이상이다. 이런 지적이 나왔어야 했는데 의원들이 넘어갔다.

특검 결과와 무관하게 삼성은 변화를 맞이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답은 단순하다. 이미 나와 있다. 이 부회장 본인 스스로 말한 바 있다. '본인보다 뛰어난 사람이 있으면 모시겠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뛰어난지 아무도 모른다. 검증되거나 선출된 사람이 아니다. 삼성이 제공하기로 했거나 제공한 금액이 얼마인가. 뜯겼다고 보더라도 왜 뜯기나. 삼성이 최순실 쪽에 제공한 돈이 이 부회장 개인 돈이나 미래전략실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쌈짓돈이 아니다. 삼성 전체 주주들 재산이고 주주가치를 심대하게 침해한 것이다. 뇌물로 썼으면 구속돼야 한다. 삥을 뜯긴 것이어도 주주가치 심대하게 침해한 것이다.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든 빠져나가려는 것 같다. 

이 부회장 재산형성 과정이 다시 불거지며 범죄수익 몰수법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입법 가능할까.

장담컨대 제가 내놓은 법안 대부분은 일상적 국회 상황이라면 통과가 어렵다. 삼성은 어마어마한 로비의 거미줄을 쳐놨다.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일상적 시기가 아닌 혁명적 시기다. 아침 신문에 나온 뉴스가 오전 안에 구닥다리 뉴스가 되는 상황이다. 천지개벽에 가까운 뉴스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민주화 입법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범죄수익 몰수법 외에도 자사주 분할신주 배정금지 법안까지도 충분히 통과될 수 있다. 지금 상황에서 이 같은 법안의 국회 통과는 매우 합리적이다. 이전엔 한쪽에서 귀를 닫아버려 논의 자체가 안 됐다. 공정한 시장경제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법안들이다. 

경제민주화 법안이 흐지부지 되고 있다. 야당이 집권을 해야 입법이 가능한 상황인가.

야당이 집권해도 되지 않을 가능성이 많아 걱정이다. 실제로 이번에 법인세를 인상하지 못한 이유를 보자. 누구 책임인지 정확히 안 나온다. 야당이 이 부분을 피해 가고 있다. 잘못된 박근혜 정권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것만으로는 새로운 세상을 열 수 없다.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지와 다른 세상을 열 수 있다는 명확한 증거와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 법인세 인상은 이명박정부 초기부터 지금까지 주구장창 목이 터져라 외친 것이다. 기회가 왔는데 아무것도 안 하고 지나간 것이다. 이중적 행태이다. 야당이 엄청나게 비판받아야 한다. 이런 당이 집권하면 재벌에게 다른 태도를 보일 수 있을지 국민들은 의심하고 있다. 경제민주화가 중요하다. 경제민주화는 단순히 우리가 먹고살만하니까 해볼 만한 웰빙 투쟁이 아니다. 사생 투장이 돼야 한다.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서라도 경제민주화가 돼야 한다. 경제민주화는 본질적으로 제2의 민주화 투쟁인 것이다.  

법인세의 경우 누리과정 예산안과 맞바꾼 것 아닌가.

그렇게 맞바꿨다고 하는 것이 말이 되나. 협상과정에서 그럴 수 있다고 하지만 그 과정에서 법인세 얘기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 엿 바꿔 먹으려고 그동안 법인세를 계속 얘기했던 것은 아닐 거 아닌가.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공약 중 경제민주화가 최우선이었지만 지금은 뒤로 밀린 느낌이다.

우리 지도부가 경제민주화 법안에 목숨을 걸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반드시 통과돼야 할 집중 협상 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탄핵, 세월호, 언론개혁은 있지만 경제민주화는 없다. 다음 임시 국회에선 집중 협상 법안에 경제민주화 법안이 올라가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을 했다가 배신했다고 욕만 하면 안 되는 상황이다. 여야의 견해가 다른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정말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지도부가 입으로만 하고 있는지 실제로 하고 있는지에 따라서 매우 다르다. 자기의 색깔을 드러내기 위해 떠드는 수준으로 가면 법안 통과는 어렵다. 각 상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철저히 준비하고 투쟁을 각오해야 한다. 딜의 우선순위로 올라가게 해야 한다. 우리당 지도부 우선순위에 경제민주화 법안들이 올라가 있는지가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앞으로 대선 국면을 잘 활용하면 경제 분야에서의 선명성 경쟁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 국면과 여소야대, 게다가 여당이 분화된 상황에서 관련 법안들을 통과시켜야 한다.

박 의원이 발의한 재벌 관련 법안 중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 없다.

현재 각 상임위별로 막혀 있다. 뚫어야 되는 것이 많다. 특히 자사주 분할신주 배정금지 법안이 빨리 본회의를 통과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얼마 전에 지주회사 전환 계획을 내놓았다. 속도전으로 진행될 것 같다. 그 작업 자체가 6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법안을 빨리 해서 삼성전자가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의 분할을 통해 자사주를 이용해 이 부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주주의 이익 창출이나 회사 가치를 높이는 것과는 무관하다. 이것을 막아야 한다.

 

한광범 기자 totoro@sisapress.com
정지원 기자 yuan@sisa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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