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위안부'반쪽'합의 1년]"소녀상 해코지 세력 여전"..두번째 겨울 맞는 대학생 지킴이

2016. 12. 27.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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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日대사관 앞서 1년여 노숙시위
비닐천막·전기장판 등으로 버텨
“심신 힘들지만 시민들과의 약속
한·일 합의 무효화 때까지 계속”

“곁에서 지키겠다고 해놓고 힘들다고 그만둔다면 나 자신은 물론 국민들께 한 약속을 깨버리는 것입니다. 소녀상의 안전이 보장될 때까지 이곳을 떠나지 않겠습니다.”

장마철처럼 겨울비가 세차게 내리던 지난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평화로 옛 일본대사과 앞 평화의 소녀상 옆. 그곳에는 어김없이 대학생 지킴이들이 소녀상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대학생 소녀상 지킴이의 싸움은 오는 30일이면 정확이 1년이 된다. 지난 1년동안 대학생들은 한일 정부가 이면으로 철거 및 이전을 합의했다는 의혹에 맞서 소녀상을 지켜왔다. 박현구 기자/pkho@heraldcorp.com

지킴이 중 한 명으로 활동 중인 대학생 최혜련(22) 씨는 “휴학을 해가며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막기 위해 무기한 노숙 농성을 벌여왔던 것이 벌써 1년”이라며 “긴 시간이 지났고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는 상황까지 벌어졌지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관련된 문제만은 아무것도 해결될 것이 없다보니 이렇게 계속 소녀상 곁을 지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8일 한ㆍ일 정부간의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합의 후 이틀이 지난 30일부터 무기한 농성에 들어간 지킴이들은 오는 30일이면 1년을 맞이하게 된다. 합의 당시 일본 언론등을 통해 한국 정부가 소녀상 이전을 요구하는 일본 정부의 의견을 수용했다는 보도가 연일 이어졌고, 양국 정부가 애매한 답변을 이어가자 대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이전에 반대하는 노숙농성을 벌이기 시작했다.

사상 최악의 추위가 엄습했던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혹한의 날씨가 절정에 달하는 두 번째 겨울이 찾아왔지만, 지킴이들은 비닐텐트와 난로, 전기장판, 두꺼운 겨울 외투만에 의지한 채 길거리에서 싸움을 계속하는 중이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세간의 관심도 차츰 줄어들었고, 함께 지키던 친구들도 하나둘씩 떠나갔다. 최 씨는 “농성 초기엔 정말 많은 대학생 단체들이 농성에 참여하고, 시민들도 자발적으로 침낭을 챙겨들고 찾아와 농성을 하기도 했었다”며 “지금은 일반 시민들의 발걸음도 끊어졌고, 함께 싸우던 대학생 친구들도 다른 사회적 문제 해결에 나서기 위해 이 곳을 떠났다”고 설명했다.

대학생 소녀상 지킴이의 싸움은 오는 30일이면 정확이 1년이 된다. 지난 1년동안 대학생들은 한일 정부가 이면으로 철거 및 이전을 합의했다는 의혹에 맞서 소녀상을 지켜왔다. 박현구 기자/pkho@heraldcorp.com

현재 평화로 소녀상 앞에는 총 5명의 대학생들이 2명씩 한 팀을 이뤄 번갈아가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몸과 마음이 지치고 힘들지만 이들이 소녀상을 떠날 수 없는 것은 바로 시민들과의 약속 때문이다.

최 씨와 함께 농성장을 지키던 직장인 이성철(24) 씨는 “(한일 합의에 대한) 국민적인 지탄의 목소리가 더 큰 상황에서 소녀상을 이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잠깐이라도 자리를 비운 사이 문제가 발생할 지도 모르는 일”이라며 “지금 지킴이들은 국민 대표로 믿을 수 없는 정부나 소녀상에 해코지를 하려는 세력으로부터 소녀상을 지키고 있는 것이란 사명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몸과 마음이 힘든 상황에서 직접 지은 집밥을 차려주거나 따뜻한 음료수나 죽을 선물해주고, 더 나아가 밥차까지도 제공해주는 시민들의 손길은 이들에게는 큰 힘이 된다고 한다.

지난 합의에 근거해 일본 정부로부터 10억엔(약 102억원)을 출연받아 설립한 ‘화해ㆍ치유재단’의 활동에 대해 지킴이들은 강하게 비판했다.

화해ㆍ치유재단은 지난해 12월 28일 기준 생존 피해자 46명 중 피해자 29명에게 거출금 지급을 완료하고, 수령 의사를 밝힌 생존 피해자 5명 중 2명에게 연내 1억원씩 지급하기로 하는 등 반대에도 불구하고 활동 중이다.

이 씨는 “합의 자체가 피해자 할머니들이 반대한 내용이고, 배상금과 같이 법적으로 책임이 없는 위로금으로 만들어진 재단인 만큼 당위성이 없다”며 “일본 정부 차원의 공식 사과와 법적 배상금 지급, 위안부 역사 교육 등을 주장했던 할머니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킴이들의 목표는 분명하다. 1년이 된 한ㆍ일 위안부 합의가 무효화 될 때까지 소녀상 곁을 떠날 수 없다는 것.

최 씨는 “한ㆍ일 합의에 나섰던 박근혜 정부는 탄핵당했지만, 여전히 소녀상 이전에 대한 이면합의가 있었다 의심되는 합의는 그대로”라며 “합의 폐기로 소녀상이 안전해지는 그날 이 자리에서 떠나겠다”고 덧붙였다.

신동윤 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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