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 이때라도 잡아봐라" 돌잔치도 바꾼 수저계급론

홍상지 입력 2016. 12. 29. 01:52 수정 2016. 12. 29.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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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대표 아들 기내난동 이어
대기업 회장 아들 술집서 행패
'금수저 갑질'에 수저계급론 또 부각
돌 선물 '미니 금수저' 반지도 인기
전문가 "사회 갈등 세태 반영된 것"
‘신사임당이 율곡을 낳기 전 양육비부터 걱정했다면 위대한 두 모자는 역사상에서 사라졌을 것입니다’. 28일 인터넷에서는 4년 전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주최한 출산 장려 광고 공모전 수상작이 새삼 도마에 올랐다. 광고를 본 사람들은 비난을 쏟아냈다. 회사원 이지원(28)씨는 “율곡도 따지고 보면 조선시대 ‘금수저’였는데 광고가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돌잔치 선물로는 ‘미니 금수저’가 등장했다. ‘돌잔치 때만이라도 금수저 한 번 잡아보라’며 주고받는 선물이다. 금수저 모양을 한 돌반지도 인기다. 지난 2월 1g과 3.75g짜리 금수저를 판매하기 시작한 귀금속 제조·유통업체 H사는 27일까지 5774개의 금수저를 팔았다. 이 업체 관계자는 “‘금수저’라는 용어가 생기면서 마케팅 차원으로 만들었는데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부모의 재산 정도에 따라 신분을 금수저·은수저·흙수저 등으로 나누는 이른바 ‘수저계급론’에는 청년들의 분노와 자조가 반영돼 있다. 지난해 처음 퍼지기 시작했고, 최근에 다시 가열됐다.

지난 20일 기내에서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린 중소기업 대표 2세, 26일 술집에서 소란을 피운 대기업 회장 아들 등 소위 금수저들의 잇단 일탈이 불쏘시개가 됐다. ‘능력 없으면 너네 부모를 원망해’라는 말을 남긴 정유라(20)씨도 ‘분노유발자’ 중 하나다.

정치권에서도 수저계급론을 홍보에 활용하고 있다. 황교안(59) 대통령 권한대행은 27일 기자간담회에서 가족사를 소상히 밝히며 “나는 흙수저 중에서도 무(無)수저다”고 말했다. 12일에는 이정현(58) 당시 새누리당 대표가 제주대에서 ‘무수저도 할 수 있다’를 주제로 특강을 했다. 젊은 층의 ‘촛불 민심’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반응은 차갑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앞으로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과 자신을 구분 짓는 ‘정치 흙수저론’이 활발해질 것이다. 정치인들은 시민들이 ‘흙수저’ 자체보다 ‘개천에서 용이 나오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분노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지난 12일 발간한 ‘한국의 사회동향’ 보고서에도 이러한 민심이 드러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 중 절반 이상(56.9%)은 ‘노력해도 지위를 높이기 어렵다’는 데 동의를 표했다. 30대 10명 가운데 6명(57.1%)은 자녀 세대에서 계층 상승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애슐리·자연별곡 등 이랜드 그룹의 외식 프랜차이즈들이 지난 1년간 아르바이트생들의 각종 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 19일 고용노동부 발표로 알려지자 청년들은 수저계급론을 언급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 윤모(21)씨는 “누구는 술집·공항에서 행패 부릴 때 누구는 아르바이트비를 떼이면서까지 일을 하고 있다. 금수저·흙수저를 넘어 서로 맡는 공기, 밟는 땅조차 다른 기분이다”며 “이런 현실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수저계급론이 계속 거론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갈등지수가 좀처럼 낮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시민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천민적 행태를 보이는 한국 상류층들 때문에 화를 내며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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