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다이어리] "그런 지도 만들자고 애 낳은 거 아닙니다"
그날 검디검은 겨울 새벽을 달려 병원에 도착했다. 24시간 진통과 수술 끝에 만난 아이는 입술이 붉었다. 왠지 모를 서러움과 반가움, 신기함이 뒤섞인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해 아이를 낳은 여성이 전국에 44만여 명이다. 그들도 나처럼 “국부를 창출했다”는 말을 들었을 터다.
이후 끙끙대며 일과 육아를 견뎌낸 지 4년 만에 둘째가 태어났다. 이번엔 이런 말이 들려왔다. “대단하다” “용감하다”고.
그 격려 끝엔 ‘(겁도 없구나)’ ‘(정말 괜찮으냐)’는 말이 괄호 속에 있다는 걸 우린, 서로 알았다.
‘그러게, 왜 둘이나 낳았을까’. 곰곰이 따져 본 적은 없다. 목적이 있어 낳은 게 아니었다. 나라의 미래를 위해, 국부 창출에 기여하겠다고 결심한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결국 행자부는 이날 오후 “홈페이지 수정 중”이라며 출산지도를 비공개로 돌렸다. 그래도 분노와 씁쓸함은 여전하다.
이런 헛발질은 정부가 납세자의 선택과 행복추구권을 존중하고 지원하는 역할로 탈바꿈하지 않는 한 무한 반복될 것이다. ‘저출산이 걱정스럽다’는 그들의 우려에 2030세대나 워킹맘들의 고통에 대한 공감은 없다. 국민국가의 유지를 위해 필요한 노동력(혹은 소비력) 부족을 걱정하는 목소리만 공허하게 울릴 뿐이다.
가임기 여성들의 마음을 읽기는커녕 그 머릿수를 따져 지자체를 경쟁시키고, 지원금을 뿌리고는 ‘제 할 일을 다했다’고 여기는 행정 관료주의가 정말 지겹다. 이런 저출산대책을 짜낸 공무원들에 대해 이참에라도 책임을 제대로 물었으면 좋겠다. 그게 ‘이런 나라를 위해 내 자궁을 쓸 생각은 없다’는 시민들의 냉소에 대한 최소한의 염치다.
박수련 이노베이션 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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