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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김기춘, 성완종 리스트 수사 때 관련 자료 모두 파기했다

김정우 입력 2016. 12. 31.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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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77)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해 ‘성완종 리스트’ 의혹에 휘말렸을 무렵, 검찰 수사에 대비해 민감한 내용들이 담긴 서류들을 모조리 파기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64) 특별검사팀이 최근 그의 자택을 압수수색했을 때에도 최근 자료들은 거의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이번에도 핵심 증거들을 사전에 없애거나 다른 장소에 은닉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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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2차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김기춘(77)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해 ‘성완종 리스트’ 의혹에 휘말렸을 무렵, 검찰 수사에 대비해 민감한 내용들이 담긴 서류들을 모조리 파기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64) 특별검사팀이 최근 그의 자택을 압수수색했을 때에도 최근 자료들은 거의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이번에도 핵심 증거들을 사전에 없애거나 다른 장소에 은닉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30일 김 전 실장 주변인사와 그의 서울 평창동 집 이웃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해 4~5월 김 전 실장은 측근들을 시켜 자신의 과거 업무나 행적이 담겨 있는 서류들을 모두 찢은 뒤 내다 버리도록 했다. 버려진 박스가 4, 5개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평창동 주민 A씨는 “김 전 실장 집에서 찢겨진 종이뭉치들이 박스에 가득 담겨서 나오는 모습을 지켜 봤던 사람들이 ‘이거 사진 찍어둬야 하는데…’라는 얘기를 하곤 했다”고 말했다. 그는 버리기 힘든 고가 물품들의 경우, 제3의 장소에 옮겨두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김 전 실장은 고 성완종(작년 4월 9일 사망) 전 경남기업 회장한테서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었다. 자원개발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성 전 회장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돌연 목숨을 끊으면서 여권 실세 정치인 8명과 금액을 적은 메모를 남겼다. ‘성완종 리스트’로 불린 해당 메모에는 ‘김기춘 10만달러, 2006년 9월 26일 독일 베를린’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게다가 성 전 회장은 사망 직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06년 9월경 김기춘씨가 박근혜 대통령을 모시고 벨기에와 독일에 갈 때 10만달러를 롯데호텔 헬스클럽에서 전달했다”고 구체적인 증언도 남겼다. 하지만 검찰은 김 전 실장에 대해 한 차례 서면조사만 한 뒤, 공소시효 완성을 이유로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렸다.

압수수색이 이뤄지지 않아 결과적으로 ‘서류 파기’는 괜한 일이 됐지만, 검찰총장ㆍ법무장관까지 지낸 김 전 실장이 철저한 사전 대비를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6일 특검팀의 압수수색에서도 이번 수사에 있어 유의미한 자료들은 거의 확보되지 못했다. 1970년대 자료들까지 김 전 실장은 보관하고 있었지만, 정작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2013년 8월(박근혜 대통령 비서실장 취임시기) 이후의 자료들은 거의 발견되지 않았던 것이다. 평소 김 전 실장의 치밀한 업무 스타일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최씨의 국정농단에 그가 연루된 증거가 있었다고 해도, 이미 다 치워 버렸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순실 게이트’ 수사선상에 오른 뒤 그가 측근들에게 관련 증거를 없애거나 은닉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확인되면, 증거인멸 교사죄(5년 이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 벌금)로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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