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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편법 안쓰면 손해" 가짜 서류 내고 너도나도 '직장맘'

이가현 기자 입력 2017. 01. 10.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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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보육 6개월째.. 갈수록 혼란 가중

맞춤형 보육제도가 시행 6개월째에 접어들었지만 현장에서는 아직도 잡음이 그치지 않는다.

맞춤형 보육은 맞벌이 가정이 눈치 보지 않고 어린이집을 마음 편히 이용할 수 있도록 지난해 7월 1일부터 시행됐다. 보건복지부는 맞벌이 가정에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고 부모와의 애착관계 형성이 중요한 영아기(0∼2세) 아이들이 종일 아닌 적정 시간 동안 어린이집을 사용하게끔 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제도 시행으로 직장여성은 12시간 동안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종일반에, 전업여성은 6시간 동안만 맞춤반에 맡길 수 있도록 했다.

시행 초부터 전업여성과 직장여성의 갈등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뿐만 아니라 전업여성의 위장취업, 어린이집의 긴급보육바우처 사용 종용 등 부정 사례가 속출했다. 복지부는 시행 열흘 만에 보완 조치를 발표하고 7월, 8월 두 차례 현장점검을 실시했다. 그 결과 559건의 부적정 사례를 적발했다. 현재는 구청, 동주민센터 단위로 비정기적인 점검을 실시한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맞춤형 보육 시행 이후 위장취업 때문에 전업여성들 사이에서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현주(가명·31·여)씨는 얼마 전 황당한 일을 겪었다. 같은 맞춤반에 아이를 맡기고 있는 어머니가 가짜 재직증명서를 제출해 종일반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그는 김씨에게 “주변에 사업하는 사람이 있으면 재직증명서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해 종일반으로 등록하라”고 귀띔했다. 김씨는 아이에게 부끄러운 행동을 하고 싶지 않아 계속 맞춤반에 맡기고는 있지만 억울한 마음에 구청에 문의를 했다. 그러나 구청으로부터 어린이집이 종일반 등록에 필요한 서류를 제대로 구비하고 있는지 재검토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보건복지부는 재직증명서, 급여명세서, 근로확인서 등을 제출하면 학부모에게 종일반 자격을 주도록 했다. 재직증명서 제출이 어려우면 지자체별로 현장 확인을 거치도록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신뢰도가 낮은 재직증명서 등의 경우 4대 보험 서류, 직장건강보험 전산정보 등을 연계해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필요에 따라 직접 사업장을 방문해 실제 근무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복지부의 설명과 달리 현장은 다소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아이를 종일반에 맡기고 있는 박민영(가명·33·여)씨도 김씨와 비슷한 일을 겪었다. 박씨는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 절반 이상이 종일반인데 5시에 아이를 데리러 가면 아이가 1명도 없는 경우도 있다”며 “그만큼 ‘가짜 직장맘’이 많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어린이집의 경우 맞춤반 편성으로 줄어든 보육료를 충당하기 위해 종일반 등록을 유도하기도 한다. 박씨도 어린이집 원장으로부터 “종일반 자격 요건이 까다롭지 않으니 서류 몇 개만 제출해 종일반에 등록하라”는 말을 들었다.

긴급보육바우처 사용을 종용하는 사례도 여전하다. 정모(30·여)씨는 매월 긴급보육바우처를 전부 쓰고 있다. 긴급보육바우처는 맞춤반 학부모들이 급한 일이 생겼을 때 아이를 어린이집에 더 맡길 수 있게 하는 추가 시간 사용권 같은 것이다. 한 달에 15시간을 쓸 수 있다. 정씨는 어린이집 원장의 권유에 따라 시행 초부터 하루 30분씩 15시간을 임의로 쪼개 쓰고 있다. 급히 필요할 때만 쓰고 싶지만 대다수 학부모들이 이에 따르고 있어 목소리 내기가 쉽지 않다.

이처럼 맞춤형 보육제도 안에서 발생하는 부정행위를 일일이 단속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 지자체는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어 현장 점검을 나가지만 한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맞춤형 보육으로 어린이집, 학부모, 지자체 공무원들의 불편만 늘었다고 지적했다. 민간어린이집연합회 조성례 회장은 “등·하원 시간 전산 입력, 종일반 자격 서류 확인, 지자체 현장 점검을 하느라 어린이집과 학부모, 정부 간 불신만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민간어린이집 연합회 장진환 회장은 “정부는 어린이집의 보육료 수입이 늘었다고 홍보했지만 보육단체 계산 결과 오히려 수입은 줄었다”며 “맞춤형-종일형 요건을 맞추기 위해 어린이집과 학부모 모두 불필요한 서류 작업에 시달리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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