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더친기] 셋째 아들 폭행으로 본 한화 '주먹의 역사'

입력 2017.01.10. 15:46 수정 2017.11.21.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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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청계산 보복 폭행'으로 구속된 김승연 회장
둘째 아들은 뺑소니·대마초로 수차례 구설수
승마 금메달리스트 셋째 아들도 '황제 폭행'으로 구속

[한겨레]

왼쪽부터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셋째아들 김동선씨, 둘째아들 김동원씨

2017년 ‘갑질’의 포문을 연 재벌은 한화입니다. 새해 벽두부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 김동선(28·한화건설 차장)씨가 술집 종업원을 폭행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김씨는 지난 5일 새벽 서울 강남의 한 술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다 종업원 얼굴을 향해 술병을 휘두르고, 종업원 2명의 뺨과 머리를 손으로 때렸다고 합니다. 법원은 “구속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지요. (▶관련기사 : ‘취중난동’ 한화 김승연 회장 3남 김동선 구속)

구속 이후 잠시 조용하던 사건에 대한 반응은 10일 공개된 폭행 당시 동영상으로 다시 활활 타올랐습니다. 술집 종업원이 촬영한 영상을 보면, 술에 취한 김씨는 테이블 위로 올라가 종업원을 향해 “야야 봐봐. 야, 똑바로 안해?”라며 뺨을 때립니다. 머리를 밀치고 욕을 하기도 하지요. 종업원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지만, 김씨의 폭행은 계속됩니다. 김씨는 사건 직후 2시간 만에 피해자 2명과 1000만원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누리꾼들은 “1시간에 500만원… 맷값이냐. 돈이면 다 되는 줄 안다”며 분노했습니다.

김씨의 난동이 더욱 분노를 자아내는 이유는 한화 집안의 ‘황제 폭행’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재벌가의 사법처리 횟수를 종합해보면, 한화가 단연 으뜸일 겁니다. 그 내용을 조곤조곤 뜯어보면, 횡령·배임과 같은 전형적인 경제 범죄가 아니라 폭행·뺑소니와 같은 ‘개인 범죄’가 주를 이룹니다.

고 김종희 한화그룹 창업주는 생전에 “남자는 술도 좀 마시고, 담배도 피워보며 단맛 쓴맛 다 맛봐야 한다. 무엇을 하든 간에 나중에 훌륭한 인물이 되려면 쓸데없는 것은 하나도 없다”며 호연지기를 키울 것을 권했다고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한화 총수일가의 행보는 늘 거침없습니다. 한화가의 ‘비뚤어진 호연지기’ 역사를 정리했습니다.

■ 아들을 ‘너무’ 사랑한 아버지 김승연의 보복폭행

누가 뭐래도 한화가에서 가장 유명한 사건은 한화가의 중심인 김승연 회장의 ‘청계산 보복 폭행’ 사건입니다. 이 사건은 김 회장의 둘째 아들 김동원(현 한화생명 상무·당시 21살)씨로부터 시작됩니다. 2007년 동원씨는 서울 청담동 가라오케에서 술을 먹다 북창동 클럽 종원업 일행과 시비가 붙어 크게 다쳤습니다. 이에 격노한 김 회장은 자신의 경호원과 용역업체 직원 등을 동원해 사건 현장으로 갔고, 아들 동원씨와 다툰 종업원 4명을 청계산으로 끌고가 쇠파이프 등으로 폭행했지요. 아래는 <한겨레>가 보도한 폭행 당시 상황입니다.

“김회장이 ‘내아들 눈 맞았으니 너도 눈 맞으라’ 계속 때렸다”

■ 1차 보복=가자마자 우리들은 경호원들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붙잡혀 한 산으로 끌려갔다. 어두운 산이었다. 누군가 작은 손전등을 하나 켠 뒤 얼굴을 비췄다. 미국 공포영화가 떠올랐다. “아들을 때린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다. 우리가 “이 사람”이라며 대신 지목한 사람의 양팔을 경호원들이 붙잡았다. 김 회장이 “내 아들이 눈을 맞았으니 너도 눈을 맞으라”며 눈을 계속 때렸다. 그 사람이 김 회장인 줄은 나중에 알았다. 눈이 만신창이가 됐다. 경호원들은 쇠파이프와 전기충격기도 들고 있었다. 이들은 우리 일행에게 쇠파이프를 휘둘렀고 총처럼 보이는 것으로 위협도 했다. 김 회장 아들을 때린 사람이라며 대신 나섰던 사람이 “나는 때린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하자, 김 회장 일행은 진짜 때린 사람을 찾아야겠다며 북창동으로 향했다.

■ 2차 보복=경호원 10여명이 주변에 쫙 깔렸다. 경호원이 아니라 ‘거물급’으로 보이는 ‘건달’ 같았다. 회칼도 차고 있었다. (중략) 사장이 김씨를 때린 사람에게 “네가 나가야 상황이 끝날 것 같다”며 김 회장 일행이 있던 방으로 들여보냈다. 김 회장이 때리려 하자 아들이 말렸다. 대신 김 회장 아들은 자기가 맞은 만큼 때렸다. 나머지 종업원들도 경호원들로부터 마구잡이로 맞았다. 룸 밖으로 ‘퍽퍽’ 소리가 날 정도였다. 3시간 넘게 공포가 이어졌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2007년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밤샘조사를 받고 나와 차에 오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김승연 회장은 당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면서도 자신이 직접 폭력을 휘두른 혐의는 모두 부인했습니다. 피해자들과 목격자들이 폭행 가해자로 김 회장을 지목했음에도 말이죠. 경찰 조사에도 비협조적이었습니다. 경찰 소환에 두 번이나 불응했고, 체포당할 위험에 처하자 마지못해 나왔습니다. 결국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영장실질심사에서야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다고 합니다.

김 회장은 1심에서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항소심 법정에 출석할 때는 “왼쪽 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하고, 우울증과 불면증을 앓아왔는데,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이후 휠체어 없이는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상태가 악화되었다”는 이유로 ‘휠체어’를 타고 나오기도 했죠. 둘째 아들 동원씨는 ‘아버지 대신 처벌받고 싶다’는 탄원서를 법원에 내기도 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김득환 부장판사)는 2007년 9월11일 `보복 폭행'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김승연 한화그룹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사회봉사명령 200시간을 선고했다. 강창광 기자

결국 김 회장은 2007년 9월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명령 200시간으로 감형됐습니다. 당시 법원이 “자신의 아들이 폭행을 당한 데 대해 아버지로서 부정이 앞선 나머지 사건을 저지르게 됐다”는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해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습니다.

■ 뺑소니부터 대마초까지…문제 끊이지 않는 둘째 아들

둘째 아들 동원씨의 구설수는 보복폭행 사건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한동안 잠잠했던 동원씨는 2011년 다시 언론에 오르내리는데, 이번에는 뺑소니 사건이었습니다. 동원씨는 2011년 2월 27일 새벽 5시께 ‘역시’ 서울 청담동의 도로에서 자신의 재규어 승용차를 몰고 달리다 유턴 대기 중인 SM5 승용차를 받고 달아났습니다. 사고 뒤 이틀만에 자수한 그는 약식기소돼 벌금형을 선고 받았지요.

끝이 아니었습니다. 2014년에는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입건돼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그해 동원씨는 한화L&C(현 한화첨단소재)에 입사해 2015년부터 한화그룹의 핀테크 사업을 중심으로 경영활동에 참여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는 한화생명 상무로 근무하고 있지요.

■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의 추락?

2017년 새해에 문제를 일으킨 김승연 회장의 셋째 아들 동선씨는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입니다. 그는 2006년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승마 마장마술로 금메달을 딴 국가대표입니다. 2014년 아시안게임 때는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당시 정유연)와 함께 국가대표로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하지만 김승연 회장의 ‘자랑’이었던 금메달리스트 동선씨 역시 사법부와의 악연을 끊지는 못했습니다. 2010년의 끝자락인 12월 서울 시내의 호텔에서 난동을 부린 혐의(재물손괴 등)로 불구속 입건됐습니다. 당시 동선씨는 술을 마시다 종업원과 시비가 붙자 유리창을 파손한 데 이어 음식을 나르던 여종업원의 가슴을 만졌다고 합니다. 경찰 지구대에서도 소란은 멈추지 않았는데요. 조사를 받다 방범창을 뜯어내기도 했습니다. 당시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추행당한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치 않고, 지구대 방범창 역시 다시 붙여 사용할 수 있는 정도의 피해였으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점을 고려해 기소유예했다”고 밝혔습니다. (▶관련기사 : ‘만취 추행’ 한화 셋째아들 기소유예)

2014년 동선씨 역시 한화건설에 입사했고, 신성장전략팀장으로 승승장구했습니다. 하지만 제버릇 남주지 못했던 동선씨는 올해 또 사고를 치고 말았습니다. 이번에도 술을 먹고 술집에서 종업원을 폭행하다 경찰에 붙잡힌 겁니다. 2010년 때는 지구대 방범창을 뜯어내더니, 올해는 경찰차 유리창과 카시트 등을 수십차례 걷어차 파손했다고 합니다. 상습범이 된 동선씨. 아시안게임 3관왕의 금메달도 이번에는 그의 잘못을 덮어주지 못했습니다. 경찰은 “과거에도 비슷한 전력이 있고, 파출소·경찰서에서 욕설 등 죄질이 불량하다”며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결국 구속됐습니다.

■ 술이 문제인가 사람이 문제인가

2007년 보복폭행 사건부터 2017년 동선씨의 황제폭행까지 사건을 살펴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대부분 술을 먹고 문제가 발생했다는 겁니다. 이쯤되면 금주령이라도 내려야 하는 거 아닐까요? 김승연 회장은 동선씨의 폭행 소식을 듣고 “잘못을 저지른 만큼 벌을 받고 깊은 반성과 자숙을 하라”며 죗값을 치르도록 지시했다고 합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지만, 이젠 아들들의 뒤치다꺼리에 신물이 날 만도 하지요. 김 회장은 2007년 보복폭행 사건을 경험하며 꼼수가 얼마나 큰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지 배웠을 겁니다.

“무엇을 하든 간에 나중에 훌륭한 인물이 되려면 쓸데없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 했던 고 김종희 창업주의 말처럼, 동선 씨를 비롯한 한화 총수일가도 이번에는 꼭 큰 가르침을 얻길 바랍니다. 덧붙여 정정당당하게 법의 심판도 받길 바랍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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