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1만마리 이상 가족을 찾아 태평양 건넌다

이병욱 기자,천선휴 기자,이찬우 기자 입력 2017. 1. 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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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용개, 지옥을 벗어나다] ③출국수속후 비행기 오른 반려견들
출국 위한 검역 최근 4년 사이 1.5배 늘어..지난해 1만3842마리

[편집자 주] 강원 원주시 도심을 조금 벗어난 외곽의 한 야산엔 수백 마리의 식용개를 키우는 사육농장이 있다. 그 자리에서 11년간 개 사육장을 운영한 농장주는 하던 일을 접고 새 출발을 하겠다며 지난해 한 국제동물보호단체에 개들을 모두 구조해달라고 요청했다. <뉴스1>은 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HSI)과 동행취재를 통해서 개 사육장의 적나라한 현실과 함께 보신탕집 식탁에 오를 뻔한 개 200여 마리를 구조하는 과정, 그리고 그 개들이 태평양을 건너 새 가족을 만나기까지의 이야기를 총 4회에 걸쳐 소개한다.

국제동물보호단체인 HSI가 지난 9일 강원 원주시 사육농장에서 구조한 식용개 9마리가 출국을 위해 이동장에 실려 인천공항화물터미널로 옮겨졌다.© News1

(서울=뉴스1) 이병욱 기자,천선휴 기자,이찬우 기자 = 지옥 같던 원주 개농장을 떠난지 2시간 남짓. 5마리 도사견과 4마리 진도 믹스견 등 9마리의 개들이 이동해 도착한 곳은 인천 중구 운서동 국제업무단지 내 농림축산검역본부 인천공항지역본부. 이곳에서 해외로 나가기 전 검역을 받기 위해서다.

9마리의 광견병 예방접종 증명서를 비롯한 건강진단서 등 서류들이 제출되자 검역담당관이 나와 개들의 상태를 꼼꼼히 살핀 후 검역증명서가 발급됐다.

농장을 떠나기전 눈물을 흘렸던 '베어'(도사견), 피부상태가 좋지 않은 강아지 형제 '캣'(진도 믹스견)과 '페이스', 밥을 먹지 않던 '에코'(도사견), '줄리엣'과 '레오'(진도 믹스견) 모자, 그리고 '루'(도사견), '루터'(도사견), '크리스'(도사견)까지 모두 무사히 검역을 통과했다.

해외로 나가는 동물들은 모두 이런 과정을 거친다.

인천공항화물터미널에서 출국을 기다리고 있는 강아지 형제 '캣'(진도 믹스견)과 '페이스'.© News1
인천공항화물터미널에서 출국을 기다리고 있는 진도 믹스견 '줄리엣'.© News1
인천공항화물터미널에서 출국을 기다리고 있는 진도 믹스견 새끼 '레오'.© News1© News1

이번에 원주에서 구조된 9마리의 개들은 모두 미국행이 결정돼 비교적 수월하게 검역절차를 통과했다.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나라별로 통관을 위한 절차 및 필요 서류가 다르다. 대부분 해당 국가의 국립검역원에서 발급한 동물검역증명서를 요구하지만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은 마이크로칩 삽입을 비롯해 사전수입허가서 등 보다 자세한 별도의 서류를 제출해야만 한다.

또한 나라별로 현지에서의 검역기간도 차이가 난다. 미국·프랑스는 당일, 일본은 14일, 영국은 6개월이 소요된다.

때문에 한국에서 구조된 개농장 개들과 유기견들은 대부분 동물 검역조건이 까다롭지 않고 반려견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은 미국이나 캐나다로 보내진다.

인천공항화물터미널에 도착한 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HSI) 동물보호·재난구조팀 아담 파라스칸돌라 이사와 크리스 쉰들러 팀원이 또 다시 분주해졌다.

아담 파라스칸돌라 HSI 동물보호·재난구조팀 이사가 개들의 장거리 여행을 위해서 각 이동장마다 물그릇과 밥그릇을 설치하고 있다.© News1

이동장 안에 들어가 있는 개들의 안전한 장거리 여행을 위해서 각 이동장마다 물그릇과 밥그릇을 설치하고 배변 패드를 깐 뒤 잠금장치를 확인하고 다시한번 케이블 타이로 묶었다.

얼마전 이동장에서 탈출한 반려견이 공항 활주로를 뛰어다니다 사살된 사건을 들은 탓인지 더욱 꼼꼼한 손놀림으로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했다.

이로써 비행기 탑승을 위한 준비를 모두 마친 반려견들은 항공사 직원의 마지막 점검을 거치고 공항화물터미널 안으로 들어갔다.

항공사 관계자는 "비행기 탑승전까지 잠시 동안 터미널 안에서 대기하게 되며 장시간 비행 도중에는 개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서 화물칸 내부도 온도조절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출국 채비를 모두 마친 9마리의 반려견들이 항공사 직원의 마지막 점검을 거친 뒤 공항화물터미널 안으로 들어가기 전 모습.© News1

최근에는 HSI처럼 해외 동물보호단체들을 비롯해 개인들이 국내 사육농장의 개들이나 유기견을 구조해 해외로 입양보내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개와 고양이 등 동물이 국내에서 해외로 나간 숫자는 하루 평균 20~30마리, 한해 1만 마리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는 입양외 다른 목적으로 출국한 숫자까지 포함된 것이지만 해마다 늘어나는 수를 볼때 한국 개들의 해외입양 숫자를 가늠할 수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출국을 위해 검역을 거친 개와 고양이가 최근 4년 사이 1.5배 늘어 지난해에는 1만3842마리를 기록했다.

항공사 관계자는 "이렇게 구조돼 해외로 나가는 애들이 거의 매일 있다고 보면 된다"며 "특히 연초나 복날을 앞둔 여름에 숫자가 많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새로운 삶을 찾아 태평양을 건너는 9마리의 개들은 그렇게 샌프란시스코행 유나이티드항공 892편에 몸을 실었다.

9마리를 비롯해 이번에 원주 사육농장에서 구조된 진돗개, 도사, 비글, 리트리버, 말라뮤트, 코카스파니엘 등 204마리의 개들은 3주에 걸쳐 새로운 가족을 만나기 위해 미국과 영국, 캐나다로 향한다.

▶[식용개, 지옥을 벗어나다] ① 죽음의 그림자 드리운 개농장
▶[식용개, 지옥을 벗어나다] ② 작은 생명들에 비친 새 삶의 빛

wook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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