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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부인 김정숙씨 "모성은 본능, 페미니스트들은"

차현아 기자 입력 2017. 01. 19.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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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김정숙씨 “아이를 기르고 싶어하는 건 당연한 모성, 국가가 아이 기르면 불안해져” 발언 유감… 공무원 워킹맘 비극 이해못하면 저출산문제 해결 못한다

[미디어오늘 차현아 기자]

세 아이의 엄마였던 공무원 김 모씨(35)는 지난 15일 오전 8시40분 정부 세종청사 10동 6층 계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육아휴직을 마치고 업무에 복귀한 그의 일주일 일과는 지옥같았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평일에도 저녁 9시 전에는 퇴근한 적이 없고, 주말조차도 오후에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새벽 5시에 밀린 업무를 봤다. 세 아이의 엄마로서 그리고 공무원으로서 슈퍼우먼이 돼야 했다. 그리고 일터에서 그는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사인은 심장마비였다.

지난 16일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의 아내 김정숙씨와 인터넷 언론사 소속 여자기자들 간 저녁 식사자리가 있었다. 김정숙씨는 최근 광주에 자주 내려가 호남 민심을 파악하기 위해 스킨십을 늘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특히 김정숙씨는 저출산 문제에 관심이 많다면서 “인류가 번성하게 되는 기반”이라며 여성성과 모성이라는 말을 꺼냈다. 김정숙씨는 “애를 낳는 순간 정말 힘들다. 신체가 다 바뀌고, 애 젖물리는게 더 힘들고 죽을 것 같지만 애랑 나랑 육체적으로 젖물리면서 교류하고 하면서 책임감과 사랑도 느끼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애와 사랑을 느끼고 그래야 내가 애를 낳아서 책임감을 느끼지 그렇게 키우면 키운 정이 없어진다”는 발언도 했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가 아이를 돌보는 것보다 여성의 모성을 보호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김정숙씨는 “여자 페미니스트들은 우리(여성들)가 이렇게 많은 걸 했는데 왜 육아의 고통과 책임을 우리만 져야 되느냐. 애는 국가가 보육하고 나는 그걸 떠나서 돈 벌어오면 된다는 식으로 중무장하면서 간다”고 말했다. 누리과정을 통해 국가가 맡아 기른 아이들이 얼마나 정서적으로 불안한 상태에 놓이는지까지 설명했다.  

▲ 2013년 2월24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산 사상구 삼락생태공원에서 열린 제14회 사상전통 달집놀이에 참석해 달집에 불을 붙이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왼쪽은 부인 김정숙씨. ⓒ 연합뉴스
공무원 워킹맘 사건에 대한 문재인 전 대표의 발언도 김정숙씨의 발언과 비슷한 맥락을 담고 있어 우려스럽다.  탄핵 정국 이후 꾸준히 대권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는 16일 공무원 워킹맘 사건에 대한 짤막한 생각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겼다.

“(…)뿐만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엄마에게는 근무시간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로 근로시간을 임금 감소 없이 단축시켜주는 등의 방안도 검토해봐야 합니다. 마음 놓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나라, 그 길을 찾겠습니다.”

많은 젊은 여성들이 아이를 낳지 않고 심지어 결혼도 하지 않겠다고 외치는 이유는 김정숙 여사의 인식과 많이 다르다. 여성의 삶의 전부가 아이를 키우는데 있다고 말한 젊은 여성들의 ‘엄마’들이, 젊은 여성들은 결혼 전 꿈꿔왔던 꿈을 버리고 아이와 가정만을 위해 ‘아이를 키우는 게 행복’이라며 애써 위로하며 어떻게 고달프게 살아왔는지를 지켜봐왔다. 가정 내에서 온갖 가사일에 육아까지 모두 떠안고도 사회에서 일하는 엄마들은 유리천장에 이리저리 부딪히며 차별로 점철된 사회까지 버텨내는 슈퍼맨이 된다. 

▲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성장 정책포럼’에 참석해 ‘일자리 국민성장의 맥박’이란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만약 문재인 전 대표의 주장처럼 임금 삭감 없이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근무시간을 단축시키는 법을 시행하면 어떻게 될까. 지금도 임신과 육아를 감당해야 하는 여성들이 ‘비효율’적이라며 많은 회사들이 여성인력 채용을 꺼리는 마당인데, 임금은 동등하게 지급해야 하는데 근무시간은 짧은 ‘더 비효율적인’ 노동자를 기업이 적극 채용하려 들 리가 없다.

여성에게 쏠린 육아의 짐을 나눠들지 않은 채, 그저 양육할 시간만 더 주겠다는 것이 어떻게 여성을 위한 정책일 수 있을까. 문재인 전 대표의 생각이 인터넷에서 비판을 받은 이유는 육아의 짐을 부모가 나눠질 수 있도록 하는 정책 제안을 내놓은 것이 아니라 결국 엄마 혼자 육아를 끌어안고 있는 구조를 고착화하되, 육아 시간만 더 보장해주겠다는 정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요즘 비혼을 선택하는 건 그저 편하게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고 싶어서’다. 그저 결혼해서 아이를 낳는 것이 당연한 본능이자 사회적 의무라고 외치며 모든 육아의 짐을 여성에게 쏟아붓고는 아이를 키울 시간을 더 주는 정도로는 ‘사람답게 살고 싶어하는’ 적령기 여성들의 마음을 절대 돌리지 못할 것이다. 공무원 워킹맘의 비극은 결혼적령기 여성들이 왜 그렇게 결혼을 피하고 싶어하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임을 이해해야 한다. 

문재인 전 대표는 이러한 비판이 이어지자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은 부모 모두와 사회의 책임”이라며 “아빠의 출산, 육아휴직도 엄마와 같이 보장돼야 한다. 과로를 성실로 포장하지 않고 출산 육아를 핑계로 여성들을 차별하지 않도록, 직장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 방안을 함께 토론해 보자”며 비판을 받아들였다. 젊은 여성들을 위한 좀 더 나아간 공약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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