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헬기에서 총을 쐈고 북한 개입은 없었다' 밝혀진 5·18진실

배동민 입력 2017.01.22.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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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배동민 기자 = 새롭게 확인된 객관적 증거들로 미완으로 남아 있는 5·18민주화운동의 퍼즐이 마침내 맞춰지고 있다.

【광주=뉴시스】배동민 기자 = 김양래 5·18기념재단 상임이사가 19일 전날 광주를 찾은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 측으로부터 전달 받은 5·18 관련 문서 89건의 목록과 미 CIA가 기밀 해제한 일부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2017.01.19. guggy@newsis.com

37년 만에 "계엄군의 헬기 사격은 없었다"던 국방부의 입장을 뒤집는 총탄 흔적이 발견되고, 일부 보수단체의 5·18 북한 개입설은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비밀 정보 문건을 통해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는 게 밝혀졌다.

속속 공개된 미국의 기밀 문건이 발포 명령자 등 5·18 진실 규명의 열쇠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2일 5·18기념재단에 따르면 CIA가 지난 18일(한국 시간) 기밀을 해제하고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일급비밀 문서(TOP SECRET) 중에는 1980년 5~6월 북한군의 동향을 알 수 있는 자료가 포함됐다.

1980년 5월과 6월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와 미국 국가정보위원회가 생산한 비밀문서(SECRET)와 일급비밀(TOP SECRET)이 세상에 처음 공개된 것.

두 문서는 적어도 1980년 5월9일부터 6월2일까지 남한의 상황과 관련해 북한이 어떠한 개입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1980년 5월9일 국가안전보장회가 작성한 비밀문서에는 전두환의 정권 탈취를 반대하는 시위 증가, 노동자와 야당이 참여한 반정부 학생운동과 관련한 당시 한국의 정치·사회 상황, 5월 6~7일 공수특수여단의 서울수비대 합류 등 한국군 동향이 담겼다.

북한과 관련해서는 '북한은 한국의 정치 불안 상황을 빌미로 한 어떤 군사행동도 취하는 기미가 없다'고 밝혔다.

최소한 5·18이 일어나기 10여일전까지 북한군이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는 의미다.

같은 해 6월2일 작성한 극비문서를 통해 미국 국가정보위원회는 '현재까지 북한은 남한의 사태에 합리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며 5·18 전후 북한군의 개입이 없었다는 사실을 못 박고 있다.

【광주=뉴시스】배동민 기자 =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공학부 법안전과 김동환 총기연구실장이 17일 광주 동구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 옛 광주은행 본점 건물 유리창 3장의 탄흔 감식을 벌이고 있다. 2017.01.17. guggy@newsis.com

그 이유에 대해서는 '김일성은 남한에 위협이 되는 북한의 행동이, 전두환을 돕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북한은 남한의 사태에 결코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어 '북한은 지속적으로 무력에 의한 남북통일을 주장해 왔지만 북한의 전쟁도발 억지력을 가진 것은 미 육군이 아니라 미 공군과 해군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사건 때 미국이 보여준 미 공군과 해군의 파워에 겁을 먹었고 이는 1980년 사태에도 북한의 태도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보고돼 있다.

현재까지 우리나라를 포함해 5·18 당시 북한의 동향을 담고 있는 공식 보고서나 기밀 문건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이에 대해 김양래 기념재단 상임이사는 "북한군이 광주에 투입됐다는 지만원과 보수단체의 역사 왜곡을 일축하는 자료"라며 "미국 최상층 기관의 회의에서 공유된 정보와 극비문서의 신뢰성을 감안, 현재까지 이를 넘어선 자료나 내용은 없었다"고 말했다.

기념재단은 이 문건을 "5·18민주화운동을 북한군의 소행"이라고 주장해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기소된 지만원(75)씨와의 재판에 증거 자료로 제출할 계획이다.

재단 측은 결정적 증거로 채택돼 지씨의 유죄를 이끌어낸다면, 끊이지 않았던 5·18 역사 왜곡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방부가 부인해왔던 계엄군의 헬기 사격도 37년 만에 사실로 확인됐다.

광주 동구 금남로 전일빌딩 10층에서 발견된 총탄 흔적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공식 보고서를 통해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증명했다.

국과수는 5·18 사료인 옛 광주은행 본점 건물의 유리창을 감식, 이달 안에 결과 보고서를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 전달할 예정이다.

【광주=뉴시스】류형근 기자 =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37년만에 공식화 한 가운데 5·18기념재단이 12일 오후 광주 서구 기념재단 시민사랑방에서 1980년 5월21일 오전 11시 금남로 상공을 날고 있는 헬기 사진을 공개했다. 2017.01.14. (사진=5·18기념재단 제공) photo@newsis.com

50㎜와 25㎜ 크기의 탄흔(추정)이 공식 확인되면 헬기 사격을 넘어 계엄군이 헬기를 동원해 광주 시민을 향해 기관총을 쐈다는 게 입증된다.

무장 헬기가 광주에 투입됐고 발칸포 등 사격 명령이 있었다는 당시 계엄군의 진술과 군 보고서, 헬기 기관총 난사를 목격했던 시민들의 증언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37년 만에 세상에 나온 객관적인 자료와 증거가 '계엄군이 헬기에서 시민들을 향해 총을 쐈고 북한군은 5·18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5·18 진실 규명은 앞으로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미국 CIA가 기밀을 해제하고 공개한 기밀 문건의 분량은 1200만 쪽에 달한다. 재단이 '광주(Kwang ju)'로 검색해 찾은 비밀 문건만 해도 상당한 분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 미국대사관이 기밀문서로 보관하다 기념재단에 전달한 문서, 팀 셔록 기자가 기증한 5·18 관련 미국 정부 비밀문서(체로키 파일)와 미 국방부 및 중앙정보부 기밀문서도 본격적인 분석을 앞두고 있다.

김양래 기념재단 상임이사는 "5·18의 진실을 밝힐 수 있는 새로운 자료들이 잇따라 공개되고 있다"며 "발표 명령자가 누구인지 등 미완으로 남은 5·18의 진실 규명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guggy@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