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단독] "보험사 파산땐 계약자도 손실 분담"..예보, 개선 검토

정해용 기자 입력 2017.01.25. 06:00 수정 2017.01.25.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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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보험공사가 보험회사의 파산에 대비한 시스템 정비에 나섰다. 은행 파산 때 예금 원금과 이자가 5000만원까지만 보장되듯이 보험사 파산 때 보험 계약도 고객이 일부 손실을 분담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과거에는 보험 계약을 다른 우량 보험사에 이전해 줘 고객이 종전 계약 그대로 보험 혜택을 받았다.

서울 다동 예금보험공사 본사 / 사진 = 정해용 기자

보험사 리스크를 관리하는 별도의 부서도 만들었다. 2021년부터 적용되는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 등 보험사들의 재무건전성을 촘촘하게 모니터링해야 할 필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 “파산보험사 손실 일부 고객이 부담해야”

현재 은행이나 저축은행 등이 부실화돼 파산하면 예보는 5000만원까지 고객의 손실을 보전해준다. 하지만 보험사가 파산했을 경우에는 모든 보험계약을 다른 보험회사들에게 계약이전해줘 왔다. 사실상 보험계약을 전액 보호해준다는 의미다.

예보는 이런 현재 시스템이 보험회사의 연쇄 부실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파산 보험사 고객이 손실의 일부를 분담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보가 보험계약의 경우 해약 환급금이 1억원이든 2억원이든 그대로 다른 회사로 넘어가는 시스템은 문제가 있다고 보고 은행과 같이 계약자가 일부 손실을 분담하고 정부가 파산 보험사에 돈을 덜 넣는 시스템으로 고치려는 작업을 검토하고 있다”고 24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험회사들의 파산에 이런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고 5000만원까지만 보호해주는 은행 등 다른 금융사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과거 6~7%이상 고금리를 약속하고 보험상품들은 판매한 보험사가 부실화돼 파산하면 이 계약들은 모두 다른 보험사가 계약을 넘겨받아야한다. 이렇게 되면 저금리 상황에서 자산운용수익률이 떨어진 보험사들로서는 부담이 더욱 커지게 된다. 계약을 이전받은 보험사들도 동반 부실화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특히 부채를 시장가격으로 평가하도록 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 저금리 상황을 반영해 보험사 수익이 줄어드는 부분을 회계에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보험사의 파산이 몰고 올 파장이 더욱 커질 수 있다.

IFRS17이 도입되면 확정금리 상품의 경우 보험사가 고객에게 줘야 할 금액은 그대로인데 보험사가 자산을 운용해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은 저금리 상황을 반영해 시장가격으로 평가해야한다. 이렇게 줄어든 수익을 부채에 반영하면 보험사의 부채규모는 크게 늘어날 수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IFRS 도입으로 40조원의 자본금이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보험계약 조건 변경해 금리 낮추는 등 계약이전 부담 낮출 듯

예보가 검토하고 있는 부분은 파산 보험사의 계약을 다른 보험사가 넘겨받을 때 기존 계약의 금리 등 조건을 변경하도록 하는 것이다. 7%의 금리를 보장했던 상품을 계약이전하면 3% 금리로 변경하는 식이다. 계약자는 그만큼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이 줄어든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보 차원에서 세부 내용을 완전히 검토한 후 정부와 법 개정을 위한 협의를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보험계약을 이전할 때 금리 등 조건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보험업법,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정부(금융위원회)도 보험사 파산시 계약이전을 100% 해주는 부분에 대한 문제점은 인식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예금자보호법(예보법)에 최소비용원칙에 따라 파산 금융사를 구조조정하도록 명시돼 있는데 부실 보험사의 계약을 100% 이전해주는 것은 이 원칙에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는 고객들이 손실 분담을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할 지에 대해서는 아직 가닥을 잡지 못했다. 정부 관계자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있어 (조건 변경을 통한 계약이전방식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아직 이렇다 할 대체 방안에 대한 합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있었던 1990년대 말 파산한 보험사들의 경우 보험계약 조건을 변경하지 않고 100% 계약을 이전해줬다.

한편 예보는 보험사의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별도의 조직인 보험리스크관리실을 만들었다. 예보가 이달 초 조직개편에서 신설한 보험리스크관리실은 저금리 기조에서 미국의 금리인상과 트럼프 대통령 취임에 따른 경제정책 변화, IFRS17 도입 영향 등으로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보험사에 대한 상시 리스크 감시를 강화하기 위한 조직이다.

보험리스크관리실은 생명보험팀과 손해보험팀으로 나눠 보험사들의 리스크를 집중 관리한다. 한동석 보험리스크관리실장은 “IFRS17이 도입되면 회계적으로 나타나는 보험사들의 부채금액이 늘어난다”며 “보험사에 대한 선제적 리스크 관리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고 취약 보험사들의 리스크를 집중 감시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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