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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그림 논란? 표현의 자유가 더 중요"

조태성 입력 2017. 01. 30. 16:09 수정 2017. 01. 30.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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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레오파기티카' 번역한 박상익 우석대 교수
보수단체 회원들이 부순 '더러운 잠'의 이구영 작가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로비에서 파손된 자신의 작품을 들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inliner@hankookilbo.com

“이구영 작가의 ‘더러운 잠’이요? 딱 욕 먹기 좋은 대답일지 몰라도, 주요한 공적 인물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가 무한대로 인정되어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여성 대통령이라는 이유로 지나치게 희화화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그 반대로 ‘그래도 여성혐오는 안 된다’는 젠더적 시각에 따라 지나치게 보호받고 있는 것인가.

30일 전화로 연결된 박상익 우석대 역사교육과 교수의 대답은 간단했다. “공인인 이상 허용돼야 한다”, “명예훼손? 공인에겐 명예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한가지 얘기는 곁들였다. “그 수준에 대한 평가는 보는 사람들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것. 그 작품이 잘됐네, 못됐네 하는 논의는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란 얘기다.

박 교수는 17세기 청교도혁명 시기 영국 지식인 존 밀턴이 쓴 ‘아레오파기티카’(인간사랑)를 1999년 첫 번역 이후 17년 만인 지난 연말 다시 번역해 내놓았다. ‘아레오파기티카’는 사상의 자유, 출판의 자유, 언론의 자유에 대한 경전이라 꼽히는 고전 중의 고전이다. 밀턴은 크롬웰 혁명정부에 참여해 공화정을 적극 옹호한 인물이다.

박 교수가 17년 만에 이 책 번역본을 다시 내놓은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우리나라의 척박한 번역 문화. 서양 고전에 대한 제대로 된 번역이란 ‘번역 + 주석 + 해설’ 삼위일체를 말한다. 그래야 그 번역이 그 사회에 잘 녹아들 수 있다. 서구는 이렇게 잘 만들어진 ‘번역 단행본’ 저자에게 학위와 교수직을 준다. 그러나 우리는 논문만 인정한다. 박 교수는 자신의 작업이 하나의 사례가 되길 바란다.

또 하나는 척박하기로 치자면 둘째 가라면 서러울 한국의 자유주의 문화다. “해방 이후 한국 지성사에서 자유주의는 사실상 존재한 적이 없다. ‘사상의 자유’를 부정하는 파시스트들이 자유주의의 수호자 노릇을 자임하는 희극적 상황의 연속이었다”는 게 머리말의 일갈이다.

걸핏하면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를 들먹이는 이들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그게 ‘통치행위의 일환’이라 주장하는 게 단적인 예다. 박 교수는 “‘자유’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북한식 전체주의와 똑 같은 행동을 하려다 보니 앞뒤도 안 맞고 논리도 없다”며 “그들이 생각하는 자유는 결국 자기네들끼리 국정을 농단할 자유”라고 혹평했다.

박 교수는 박 대통령 그림 논란에 대뜸 ‘사르코지 주술인형’ 사례를 들었다. 2008년 대선 당시 판매된 것으로 주술문이 붙어 있는 사르코지 몸통을 바늘로 찌를 수 있도록 한 인형이다. 사르코지 측이 소송을 걸자 프랑스 대법원은 ‘표현의 자유’라며 기각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은, 당시 적수였던 사회당 당수 마리 세골렌 루아얄을 형상화한 ‘루아얄 인형’도 있었다는 점이다. 루아얄은 소송을 걸지 않았을 뿐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물론, 조지 부시 전 대통령 등도 마찬가지다. 박 교수는 “널리 안 알려졌다 뿐이지 이들에 대한 성적 묘사나 비하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면서도 “그럼에도 그들을 벗겼다고, 성적으로 묘사했다고 공식적으로 논란이 되거나 문제가 된 경우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더러운 잠’에 대해서도 “물론 ‘표현 방식이 좀 더 세련됐으면 좋았겠다’라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자유주의가 확립된 사회 분위기였다면 애초부터 논란조차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표현의 자유가 모욕할 자유인가’라는 반론에 대해서는 “공인에 대해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며 “아직도 우리는 우리 스스로 ‘서구식 자유는 우리에게 너무 과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닌지 반문해볼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자유주의는 언제쯤 우리 사회에 안착될 수 있을까. 박 교수는 밀턴의 ‘만인 사제주의’를 내걸었다. 가톨릭은 사제를 통해서만 신의 은혜를 받을 수 있다는 사제의 기적적 권능을 중시했다. 이에 반발한 루터ㆍ칼뱅 등 종교개혁 진영은 우리 모두가 신과 1대1로 대면해야 한다는 만인 사제주의를 주장했다.

밀턴은 이 개혁이 여전히 충분하지 못하다고 보고 ‘제2의’, ‘제3의’ 종교개혁을 주장했다. 박 교수는 “신과의 1대1 만남을 통해 얻은 것이 바로 개인의 자각, 개성과 인격의 자각”이라며 “그 자각이 바로 자유주의의 토대가 됐다”고 말했다. 개인과 개성과 인격을 자각하기엔, 자각했다 해도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엔 문중, 향우회, 동창회에다 각종 국가ㆍ조직 논리와 갑을 관계가 한국사회에는 너무 많다. 다 달라 보여도 이들은 ‘우리가 남이가’를 떼창으로 불러 젖힌다. “시일이 오래 걸릴 수 밖에 없지요. 지금의 30~40대가 사회의 주류에 오르는, 세대교체가 이뤄진다면 그 때쯤 기대해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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