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한겨레

목소리까지 갖춘 귀상?..'황교안 대망론' 뜯어보니

성한용 입력 2017. 02. 01. 11:16 수정 2017. 02. 02. 16:36

기사 도구 모음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118

2013년 9월 관상가 인터뷰 "목소리까지 갖춘 귀상"
경기고 학도호국단 연대장 시절 우렁찬 목소리 뽐내
'공안검사' '기독교 신자' 기득권세력에 맞춤형 후보
군면제·고액수임료 노블리스 오블리제 치명적 하자

[한겨레]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 3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황교안 국무총리가 새누리당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2016년 4·13 총선 참패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파문,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로 여권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이 저조한 가운데 황교안 총리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입니다. 이른바 ‘황교안 대망론’입니다.

<세계일보>가 ‘리서치 앤 리서치’에 의뢰해 1월30일 조사한 대선주자 지지도를 보면 황교안 총리는 8.3%로, 문재인 32.8%, 반기문 13.1%, 이재명 10.5%, 안희정 9.1%에 이어 5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여권의 다른 후보들은 유승민 2.8%, 남경필 1.6%로 한참 차이가 납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최근 ‘황교안 대망론’을 공개적으로 띄우는 사람은 바로 새누리당의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입니다. 인명진 위원장은 1월30일 <티비조선>에 출연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우리 당 대선 후보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31일 아침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도 ‘황교안 띄우기’에 나섰습니다.

“이번 설을 전후해 설 민심을 통해 우리 당원도 아닌 황교안 권한대행이 많은 국민의 관심 속에 10% 남짓한 지지율을 받는다는 말을 들었다. 이는 결국 국민이 다시 한 번 보수와 우리 당을 향해 대선에 나서서 책임을 한 번 맡으라고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조심스런 민심의 변화를 느끼고, 우리 당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황교안 대망론’의 지적소유권은 인명진 위원장이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인명진 위원장은 ‘황교안 대망론’을 뒤늦게 따라가고 있을 뿐입니다. 최근 사회관계망(SNS)에는 <월간조선> 1월호에 실린 ‘고물상 아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누구인가’라는 글을 퍼 나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런 설명이 붙어 있습니다.

“황교안 권한대행의 인물됨을 판단하는 데 가장 적합한 기사 내용이 있어서 펌했습니다. 이 글을 읽어본다면 누구라도 황 대행이야말로 우리 애국보수의 아이콘으로서 딱 들어맞는 인물이라는 데 동의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이른바 ‘애국보수세력’에서 황교안 총리를 차기 대통령 후보로 띄우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사실 저는 정가의 ‘은밀한’ 정보에 밝은 지인으로부터 2014년께 ‘황교안 대망론’을 들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뒤를 이을 차기 대통령은 정치인이 아니라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좀 어이가 없기도 해서 근거를 물었습니다.

그는 <조선일보> 2013년 9월28일치 주말판에 실린 기사를 하나 소개해 주었습니다. 토일섹션 ‘WHY?’ ‘당대 대표 관상가로 꼽히는 신기원씨가 말하는 관상’이라는 제목의 인터뷰였습니다. 인터뷰 내용에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마의상법은 관상의 완성을 목소리라고 본다. 다른 모든 것이 좋아도 목소리가 나쁘면 완벽한 관상이 못 된다. 그런 예가 바로 김종필씨다. 그는 세상에 없는 귀상이다. 그런데도 그가 최고 권좌에 못 오른 것은 탁성 때문이다. 반면 최근 공직자 중에서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목소리까지 갖춘 귀상이다.”

‘세상에 없는 귀상’ 김종필씨가 목소리가 나빠 국무총리까지 했는데, 황교안 장관은 ‘목소리까지 갖춘 귀상’이니 국무총리보다 높은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예언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저는 그냥 웃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2015년 6월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국무총리가 됐습니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소추된 2016년 12월9일 ‘대통령 권한대행’ 자리에 올랐습니다. 저는 관상이나 예언, 운명론을 믿는 사람은 아니지만 아무튼 참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이제는 저도 ‘목소리까지 갖춘 귀상’의 종착지가 과연 대통령 권한대행인지, 진짜 대통령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황교안 총리의 경기고 동문들 중에서도 그가 정말 대통령이 될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이런 말을 전해 들었습니다.

황교안 총리는 서울 출신인데 그가 태어난 동네에는 ‘왕이 난다’는 전설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 동네가 어디인지 밝히지는 않겠습니다. 그는 만리동 고개에 있는 봉래초등학교를 다녔습니다. 그리고 경기고등학교 재학 시절 황교안 총리는 학도호국단 연대장을 했는데 목소리가 하도 우렁차서 그 넓은 학교 운동장을 쩌렁쩌렁 울렸다고 합니다. 전설과 실화를 뒤섞은 얘기라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황교안 총리는 경기고를 1976년에 졸업하고 재수를 해서 1977년 성균관대에 진학했습니다. 당시 성균관대는 2차였는데 서울대 시험에서 떨어진 학생들이 많이 들어갔습니다. 1981년 사법시험 23회에 합격해 검사가 됐고 주로 공안부에서 일을 했습니다. 검사장 승진 뒤에는 창원지검장, 대구고검장, 부산고검장을 거쳐 2011년 검찰을 떠났습니다.

황교안 총리는 대선후보가 될 수 있을까요? 그가 새누리당과 기득권 세력, 또 이른바 애국보수세력의 대선후보로 각광을 받고 있는 이유가 뭘까요?

그는 공안검사 출신입니다. 공안검사는 과거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기득권 세력의 이익을 수호하던 사람입니다. 그는 법무부 장관 시절 통합진보당 해산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해 관철시켰습니다. 보수 기득권 세력은 그를 ‘종북’과 맞서 싸워 승리한 용감한 전사라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그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입니다. 보수 성향의 대형 개신교회들은 우리나라 보수 기득권 세력의 확실한 정치적 기반입니다. 그가 바로 보수 기득권 세력의 일원인 것입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 3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그러나 그에게는 한계도 뚜렷합니다. 대선후보로 나서기에는 몇 가지 중대한 흠결이 있습니다. 그는 군에 가지 않았습니다. 만성 담마진(두드러기)으로 병역을 면제받았습니다. 군면제를 받을 정도로 아팠는데 사법시험은 어떻게 합격했는지 모를 일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처럼 병역면제자가 또다시 군통수권자가 되는 것을 국민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그는 검찰을 떠난 뒤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변호사로 활동하며 16개월 동안 월평균 1억원, 16억원 정도의 급여를 받았습니다. 전관예우 덕분일 것입니다. 그런데 그는 의미있는 사회봉사나 나눔을 실천하지 않았습니다.

쉽게 말해 상류층의 도덕적 의무인 ‘노블리스 오블리제’에서 치명적 하자가 있다는 얘깁니다.

더구나 그가 이번 대통령 선거에 나서려면 대통령 권한대행과 총리직을 내려 놓아야 합니다. 현직 대통령이 탄핵소추되는 바람에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사람은 국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할 정치적, 도적적 의무가 있습니다. 그런 황교안 총리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권한대행과 총리직을 내팽개치는 것을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조선일보>는 1일치 ‘황교안 대선 차출설’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황교안 총리의 대선 출마는 본인의 뜻에 달렸지만 국가적 살얼음판에서 탄핵 인용 때까지만이라도 정치적 논란과 떨어져서 권한대행 역할만 충실히 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습니다.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정진석 새누리당 의원은 “말도 안되고 실현 가능성도 없는 미친 짓”이라며 “그리되면 보수는 무리수를 내서라도 권력만 탐하는 족속이란 좋은(?) 교훈을 남길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정두언 전 의원도 “황 권한대행은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의 1차적인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 권한대행을 하는 것 자체가 문제지만, 다른 방법이 없어서 묵인하고 있는 것”이라며 “한마디로 양심불량”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황교안 총리와 매우 가깝게 지내는 야당 정치인은 그가 이번 대선에는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이번에는 안 나서고 다음 대통령 선거에 나가기 위해 자기 관리를 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무튼 저는 황교안 총리가 대선에 나설 생각이 있다면 앞에 소개해 드린 <조선일보> 관상가 인터뷰를 다시 읽어보라고 권고하고 싶습니다. 이런 문답이 나옵니다.

-옛사람 말고 현재의 인물 중 돋보이는 관상은 없나? “기업가 중에선 창업주만한 2세, 3세가 안 보인다. 부영그룹의 이중근 회장은 부자로서 귀상인 사람이다. 그는 격이 있다.” -정치가 중에선? “정치인은 기세다. 기세라면 현재로선 박근혜 대통령이다. 문재인은 기세가 부족했다. 기세를 나타내는 관골(광대뼈)이 약하다. 안철수씨는 그릇이 작고, 박원순은 기세가 약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무슨 관골이 있나? “여자는 관골을 안 본다. 그의 기는 눈에 있다.”

관상가가 얼굴에서 ‘기세’를 읽었다던 박근혜 대통령은 여권과 보수 세력을 통째로 말아먹고 지금 탄핵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황교안 총리가 관상가의 말을 너무 의식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얘깁니다. 물론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황교안 총리가 관상이나 전설, 운명에 관심이 있을 리는 없다고 저는 믿습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