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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반기문 불출마 선언'이 주는 교훈

입력 2017. 02. 0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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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대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1월12일 귀국하면서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치교체가 필요하다"며 당차게 대선 출마 선언을 한 지 3주 만의 조기 퇴장이다.

분명한 비전과 소명의식 없이 권력만 탐하는 ‘제2, 제3의 반기문’들에게 경종이 되기를 바란다.

반 전 총장을 한 축으로 ‘개헌 빅텐트’를 치겠다며 이리저리 합종연횡을 모색했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일부 인사들 역시 국민의 뜻과 무관한 인위적 개편이 얼마나 허망한지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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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대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1월12일 귀국하면서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치교체가 필요하다”며 당차게 대선 출마 선언을 한 지 3주 만의 조기 퇴장이다.

인기가 좀 있다고 대통령 자리를 노리다 지지율이 떨어지자 금세 주저앉는 그를 보면서,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대선 출마가 무슨 어린애 놀이도 아니고, 이런 사람이 어떻게 유엔 사무총장을 10년이나 지냈을까 하는 의심마저 든다. 분명한 비전과 소명의식 없이 권력만 탐하는 ‘제2, 제3의 반기문’들에게 경종이 되기를 바란다.

반 전 총장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불출마 이유를 보면, 그의 현실 인식과 의지가 얼마나 박약했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반 전 총장은 “각종 가짜 뉴스로 인해 정치교체 명분은 실종됐고 오히려 제 개인과 가족, 유엔의 명예에 큰 상처만 남겼다”고 밝혔다. 또 “일부 정치인들의 구태의연하고 편협한 이기주의적 태도에 지극히 실망했다. 결국 이들과 같이 가는 게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불출마의 책임을 스스로 지기보다 외부에 돌리고 있다. 비겁한 변명에 불과하다.

흔히 정치를 진흙탕 속에서 연꽃을 피워내는 과정에 비유한다. ‘공공의 이익’이란 대의를 추구하는 과정은 결코 아름답지 않고, 숱한 어려움과 비난 공세를 견뎌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고난을 헤쳐나갈 의지가 없다면, 또 그 무게를 감당할 능력이 없다면, 아예 대통령직에 도전하지 않는 게 옳다. 누가 나가라고 등 떠민 것도 아닌데 이제 와서 실패를 남의 탓으로만 돌리니, 이렇게 무책임한 사람이 또 어디 있을까 싶다.

이런 사람을 대통령 후보로 삼겠다고 나선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그리고 야당의 일부 인사들은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 반 전 총장을 모셔오려 구애 경쟁을 벌였던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은 오히려 ‘이기주의적 정치인들’로 낙인찍혔으니 어찌할 것인가. 반 전 총장을 한 축으로 ‘개헌 빅텐트’를 치겠다며 이리저리 합종연횡을 모색했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일부 인사들 역시 국민의 뜻과 무관한 인위적 개편이 얼마나 허망한지 깨달아야 한다. 중요한 건 자기 정당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대통령 후보를 내서 정정당당하게 심판을 받는 일이다.

반 전 총장의 실패는 불분명한 노선과 비전이 불러온 자가당착의 결과다. 반 전 총장은 자신의 정체를 ‘진보적 보수주의자’라는 형용모순으로 감추려 했다. 진정성 없이 궤변만으로 국민 다수의 지지를 얻어보겠다는 생각이 통할 리가 없다. 다가오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정치인은 우선 정치 노선과 정책 방향을 분명히 제시하고 그에 대한 평가를 받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요즘 지지율이 오른다고 대선 출마를 저울질하는 황교안 국무총리 같은 이들은 반기문씨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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