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이해인 기자] [키덜트·예술작품 등 상품군 다양화 전략 성공…네이버 차세대 성장동력 '주목']
#‘건프라’ 마니아인 30대 중반 회사원 박지수씨. 그에게 네이버 플레이윈도는 일종의 놀이터다. 틈이 날 때마다 플레이윈도에 접속, 새로 들어온 프라모델을 살핀다. 이번 달에는 용돈을 모아 ‘유니콘 건담 티타늄 피니시 트윈프레임 에디션’을 구매할 계획이다. 박씨는 “단골가게가 1시간 거리에 있어 주말에 따로 시간을 내 방문해야 했다”며 “쇼핑윈도를 통하면 다양한 가게의 상품을 비교하고 구매할 수 있어 애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의 쇼핑플랫폼 쇼핑윈도가 남성들 사이 새로운 ‘쇼핑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 프라모델, RC(무선조종)카, 드론, 피규어 등 남성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키덜트부터 야구 유니폼 등 레저용품에 특화된 ‘플레이윈도’가 생기면서다. 남성들의 쇼핑은 플레이윈도에서 백화점윈도, 아트윈도 등으로 확대되며 네이버 쇼핑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송재훈 네이버 리더는 “윈도시리즈의 상품군을 다양화하고 멘즈판, 차테크판 등 주제판을 강화한 전략이 통했다”며 “캠핑, 프라모델 등 소수 마니아를 위한 카테고리를 적극적으로 늘려 판매자는 성장하고 구매자는 만족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男心 ‘취향저격’…지갑 여는 남성들=네이버에 따르면 지난 1년 새 남성들의 쇼핑윈도 구매액이 5배 규모로 급증했다. 남성들의 소비 욕구를 자극하는 키덜트나 백화점, 아울렛 상품 등 쇼핑윈도의 상품 구성을 다각화한 게 결정적이었다. 실시간 채팅으로 묻고 답할 수 있는 ‘톡톡’, 네이버 간편 결제 연계 등 편의성을 높인 것도 번거로운 것을 싫어하는 남성 사용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비결로 꼽힌다.
쇼핑윈도는 온라인에서 접하기 힘든 다양한 상품을 사용자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네이버가 2014년 12월 시작한 프로젝트다. 로드샵 매장들을 만날 수 있는 스타일윈도, 전국에서 자라는 농산물을 판매하는 푸드윈도와 가구, 인테리어 소품을 판매하는 리빙윈도 등 3개 카테고리로 시작해 현재 12개 카테고리로 확대됐다.
지난해 새롭게 선보인 플레이윈도에서는 캠핑, 낚시, 야구와 같은 레저 상품과 드론, 피규어 등 키덜트 상품을 내놓고 있다. 이곳의 남성 구매자 비중은 84%. 지난해 여름에는 KBO(한국야구위원회) 구단과 함께 판매한 야구 유니폼과 다스베이더 한정판 피규어 등이 화제가 된 바 있다.
플레이윈도에서의 쇼핑 경험은 다른 쇼핑윈도 이용 증가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지난해 백화점윈도와 디자이너윈도 등 패션 분야의 남성 비중도 크게 증가했다. 순수 미술 창작자들의 작품을 판매하는 아트윈도는 30대 초반과 40대 후반 남성 사용자들의 구매 비중이 큰 폭으로 늘었다. 아트윈도 전체 구매액 중 30대 초반과 40대 후반 남성 사용자 비중은 20%에 육박한다.
◇‘X세대’ 아재들 쇼핑업계 큰 손으로=네이버 뿐 아니다. 최근 유통가에서도 ‘아재’(40~50대 남성)들을 쇼핑분야 ‘큰 손’으로 주목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이 발간한 2017년 소비전망 ‘아재들의 솔로 이코노미’에 따르면 40~50대 싱글 남성들의 소비 증가가 최근 두드러지고 있다. 미혼, 이혼 등으로 40~50대 싱글 남성이 급격히 증가하는 가운데 경제 활동의 정점에 서 있는 만큼 자신의 만족을 위한 소비에 아낌 없이 지출한다는 것. 아재들의 파급력이 큰 분야로는 키덜트 시장과 편의점, 온라인 쇼핑몰 등이 꼽혔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40~50대 남성 1인가구는 소비여력이 전 성별과 연령을 통틀어 가장 높다”며 “남성형 유통채널이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면서 백화점들도 남성고객을 통한 신 성장동력을 모색하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이해인 기자 hil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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