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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민화(民畵)' 혹은 '가짜 뉴스'..'짤방'의 예술론

박정환 기자 입력 2017.02.06. 08:45 수정 2017.02.06.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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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게시물 기준 '짤방', 사회 이슈 풍자 수단으로 발전
단순 재미서 출발해 '가짜 뉴스' 등 사회적 부작용도 낳아
인터넷에 떠도는 다양한 짤방 이미지 (자료제공=이기원)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시대의 민심을 감각적으로 드러내는 민화(民畵)'.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른바 '짤방'(짤림방지)의 미술적 가치를 한 마디로 요약한 말이다.

이는 전시 '비평실천'의 세부 행사로 지난 3일 관악구 신림동 산수문화에서 열린 좌담회 '우리를 둘러싼 이미지, 짤방에 관하여'에서 젊은 비평가들이 내린 결론이다. 짤방이 사회적 이슈를 인터넷 상에서 풍자하는 주요한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는 점에 주안점을 두고 평가한 것이다.

젊은 미술 평론가들은 인터넷 시대의 새로운 미술 표현 수단인 짤방의 '르네상스'가 도래했다고 진단하면서도 사실을 왜곡하는 '가짜 뉴스'가 무분별하게 유통되는 등 사회적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도 함께 내놨다.

2016년 10월 화제가 된 짤방 '과연 몇명이 모였을까요' (자료제공=이기원)

◇'짤방 르네상스'…창작자 의도따라 다양한 형식

짤방은 2000년대 초 인터넷 디지털카메라 전문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DCinside)에서 시작됐다. 동기는 단순했다. 디시인사이드는 이미지 전문이라는 특성상 게시물을 올릴 때 반드시 이미지를 첨부해야 했다. 이미지가 없는 게시물은 관리자가 삭제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윈도우 바탕화면 등 아무 의미 없는 이미지가 짤방 초기에 주로 쓰였다

이기원 미술평론가는 짤방의 변천 과정을 Δ단순히 웃긴 이미지를 썼던 초기 짤방(2000년대 초) Δ이미지와 단순한 감정을 드러낸 자막을 결합한 짤방(2000년대 후반) Δ'정치짤방' '제목학원' 등 이미지를 재치 있게 해석한 문장과 결합하거나 이미지 자체를 목적에 맞게 다양하게 변형하는 짤방(현재) 등 크게 3과정으로 나눴다.

초기 짤방의 사례로는 강아지가 대나무에 매달린 '개죽이', 개가 벽에 뚫린 구멍으로 얼굴을 내민 '개벽이' TV드라마 야인시대 64화에서 공산당 간부 심영이 급소에 총알을 맞아 성 기능을 상실했다는 판정을 듣고 절규하는 '내가 **라니' 등이 대표적이다.

짤방은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새로운 시기를 맞는다. 젊은 세대의 전유물에서 벗어나 모든 세대가 짤방을 다양하게 쓰기 시작했다. SNS의 등장으로 마케팅·홍보 영역에서도 광범위하게 사용됐다.

이 평론가는 "짤방을 만들기 쉬워지면서 짤방의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모호해졌다"며 "무선통신 속도가 빨라지면서 '움짤'(움직이는 짤방) 등도 유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 상황을 '짤방의 르네상스'라고 규정할 수 있다"며 "재미를 추구하는 짤방이 창작자의 의도에 따라 다양한 형식으로 제작된다고도 했다.

"특히 '정치 짤방'은 사회적 이슈를 재가공해 정치적인 의사를 표현하거나 권력층을 풍자한다"며 "예를 들어, 최순실씨가 검찰에 출두하는 사진은 TV 오락 프로그램에서 안대로 눈을 가렸다가 바뀐 상황을 깜짝 공개해 당황하는 형식과 결합해 실소를 만들어낸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짤방'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공통으로 사용된다. 영어권에서는 짤방을 '밈'(Meme)이라 부른다. 이 평론가는 "이미지의 위 아래에 글씨를 추가하는 형태의 밈이 주로 쓰이고"며 우울한 표정의 개구리나 새침한 시바견 등 오랫동안 즐겨 쓰이는 캐릭터들도 있다"고 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지난 14일 오전 고향인 충북 음성군 원남면 행치마을을 방문해 선친의 묘에 성묘한 뒤 음복하고 있다. 2017.1.14/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짤방, 디자인·미술작품의 소재로…'가짜 뉴스' 부작용도

짤방은 국내외에서 디자인이나 미술 작품의 소재로도 널리 쓰이고 있다. 김나래 디자이너는 "초록, 빨강, 파랑 등 원색을 즐겨쓰는 짤방의 시각적 특징을 분석해 그래픽 디자인의 표현 방식을 확장하려고 시도가 다양하게 나왔다"며 "네덜란드 등 해외에선 이미 메타헤이번(Metahaven) 등 디자인그룹이 짤방을 사용해 상업적 그래픽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국내에선 서희선 노재형 윤향로 등이 작품의 소재로 짤방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해외에선 매트 메이틀랜드 같은 작가가 짤방을 활용한 콜라주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윤향로가 2014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젊은 모색'전에 출품한 '첫인상'은 짤방을 엮어 자막이 있는 58분 길이의 움짤 영화이다. 이 작품에 사용된 자막은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 '오만과 편견'에서 가져왔으며, 이 작품은 자막 속 단어에 맞춰 이에 어울리는 짤방이 이어진다.

이처럼 짤방이 다양하게 활용되는 상황에서 사회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정치 성향이 다르다는 이유에서 특정 정치인과 세월호 사고 희생자를 조롱하는 짤방이 그 일례다. 특히, 방송 영상을 악의적으로 편집해 만든 움짤을 통해 사실을 왜곡하는 '가짜뉴스'가 유통되기도 한다.

대표적 사례로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1월14일 충북 음성군 원남면 상당리 행치마을의 선친 묘소를 찾아 참배한 뒤 퇴주잔으로 보이는 잔에 술을 받아 자신이 마시는 움짤을 꼽을 수 있다.

반 전 총장이 고사례의 절차를 지키는 부분을 의도적으로 누락 편집한 이 움짤은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빠르게 퍼지면서 반 전 총장의 이미지를 훼손시켰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짤방의 사회적 의미가 커진만큼 좀 더 정교한 미술 비평 방법이 논의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혁빈 미술평론가는 "아직 미술 비평이 순수 미술에 머물러 있는데, 앞으로 다양한 연구방법론을 동원해 짤방을 둘러싼 논의를 좀 더 끌어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진국 미술평론가는 또 "짜깁기를 기초로 한 짤방의 제작 원리를 최근 국회 전시에서 마네의 누드화에 박근혜 대통령의 얼굴을 붙여 '여성 혐오' 논란이 일어난 '더러운 잠' 같은 작품으로 확장해 살펴볼 필요도 있다"고 했다.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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