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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에 세금 물리고 기본소득 도입하자

음성원 입력 2017.02.06. 09:26 수정 2017.02.06.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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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노동 없는 미래' 팀 던롭 기고

인공지능이 '장밋빛 미래' 보장할까?
거대 기술기업이 지배하는 세상
다수 직업 사라지며 불행해질 수도

'노동'이 살아남기 위한 것이라면
'일'은 좀더 나은 삶을 위한 것
정부는 '일의 윤리' 재정립하고
로봇세·기본소득 도입해야 한다

[한겨레]

인공지능의 해, 2017년에 온 걸 환영합니다!

테크놀로지 산업은 이제 스스로 생각하고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소프트웨어와 기계장치(device)를 만들어내려 한다. 파장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이렇게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이유는 사실 단순하다.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이 ‘생각’할 수 있게끔 막대한 양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 환경에서는 (인공지능이) 이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점점 더 많아진다. 인공지능 관련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의 개발도 더 용이해진다.

똑똑한 기계들과 경쟁

흥미로운 점은 우리가 기술 그 자체뿐만 아니라 정치·사회적 파장에 대한 질문에도 답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자사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내놓는 인공지능의 장밋빛 미래만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인공지능은) 우리의 직업에서부터 사생활까지 우리 삶을 둘러싼 모든 것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기계를 발전시키는 과정에 우리 삶의 수많은 부분에 대한 제어권을 기업들에 넘기고 싶지 않다면, 우리는 테크놀로지가 선택하는 방식을 모니터링하고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해야 한다.

테크놀로지는 양날의 검이다. 예컨대, 인공지능은 의료 연구에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이미 인공지능을 이용해 더 나은 치료법을 찾거나, 암 치료까지 하는 의미심장한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엔리틱’이라는 스타트업 기업은 영상 인식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엑스레이와 자기공명영상(MRI) 등을 분석함으로써, 아주 잘 훈련된 인간 의사도 보지 못하는 종양을 ‘볼 수 있게’ 해준다.

인공지능은 일상생활도 잠식하고 있다. 애플의 ‘시리’와 구글 번역이 그 사례다. 아마존 ‘에코’나 ‘구글홈’ 같은 기기도 마찬가지다. 이런 기기들은 날씨나 비행 스케줄을 물으면 친절히 답하고, 불을 켜고 끄라는 명령도 수행한다. 지금은 그저 ‘허울 좋은 장치’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앞으로는 점점 더 똑똑해지면서 마치 스마트폰처럼 일상에 더욱 가까워질 것이다.

그럼에도 인공지능이 인간 삶에 가장 눈에 띄는 영향을 주게 될 분야는 바로 일자리다. 인공지능은 인간이 수행하는 일부 업무를 더 값싼 비용으로 더 빠르게 더 나은 결과를 내놓을 수 있다. 비록 직업이 살아남는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여전하다. 더 똑똑해진 기계들과의 경쟁이 더욱 확대될 것이다.

비즈니스가 작동하는 방식이 변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우리는 고려해야 한다. 과거에는 경제가 제조업에 기반해 있었고, 세계 경제는 제조업 분야의 거대 국제기업들이 지배하고 있었다. 하지만 제조업에서 지식·정보 경제로 전환하면서, (미래의 우리는) 네트워크로 연결된 테크놀로지 거대 기업들에 의해 지배받게 될 것이다.

이런 비즈니스는 더 이상 인간이 자동차 제조업과 같은 한 가지 일에만 헌신하도록 놔두지 않는다. 대신, 프로젝트 기반의 일이 더 많아질 것이다. 기업은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노동자를 계약 형태로 쓰게 될 것이다. 계속 진행되는 영구적인 일자리보다는 단기적이고 임시적인 형태의 일이 늘어날 것이다. 노동자들이 한 직업에서 다른 직업으로, 한 회사에서 다른 회사로 옮겨갈 수 있는 기술과 자원을 가져야만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정부의 구실 또한 바뀌어야 한다. 이전의 제조업 경제에서 정부의 주요 기능은 국내외 시장을 창출하고, 기업과 소비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행위를 규제하는 일이었다. 반면, 새로 등장한 지식 경제에서는 정부가 계속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노동자들을 교육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기술적인 훈련뿐만 아니라, 창조성과 문제 해결 능력, 인간 상호관계와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을 배양하도록 해줘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일이 계속해서 바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부를 더욱 고르게 분배하도록 해야 한다. 직업을 가진 뒤 얻게 될 봉급은 더는 적절한 수준이 아니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를 위해 로봇 등의 테크놀로지에 세금을 매기는 일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런 세입을 이용해 정부는 직업 유무에 무관하게 모두에게 보장된 ‘기본소득’의 도입을 이끌어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직업이 더 이상 재정적인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할 때 기본소득은 사람들을 지원하는 주요한 방법이 될 것이다.

정부의 기업가적 측면과 조정자로서의 측면 역시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프로젝트 기반 경제에서는, 오직 정부만이 협력적인 노력이 요구되는 분야를 관리할 수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에서 곧 있을 프로젝트에 대해 예를 들어보자. 자율주행차 운행을 위한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주 정부는 빅토리아도로공사, 빅토리아교통공사(PTV), 노키아의 내비게이션 지도 업체인 히어, 지멘스, 통신장비 업체인 에릭슨 등 사적인 조직 및 공공기관과 함께 일하고 있다. 정부만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거대한 협력을 이끌 수 있다.

고용의 본질이 변화함에 따라 우리는 일에 대한 태도를 바꿀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노동’(labour)과 ‘일’(work)을 구분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여기서 노동이란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 하는 것을 말한다. 먼 과거에는 노동이 음식과 은신처를 마련하고, 사냥을 하고, 먹을거리를 수집하고 집을 짓는 활동과 관련이 있었다. 그러다 최근에는 노동이 단순히 월급을 받는 것이 되었다. 반면 일은 우리 자신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것이다. 여기에는 가족과 늙은 부모를 부양하는 것이 포함되며, 예술 작품을 창조하고, 악기를 연주하는 것도 포함된다. 우리는 이런 일을 해서 봉급을 받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비공식적 경제에 속하는 일이 없다면 현대 경제는 붕괴할지도 모른다.

정부가 바뀌어야 한다

전통적으로 우리 사회는 노동에 높은 가치를 매겨왔다. 시민으로서의 가치는 이런 측면에서 얼마나 공헌했는지에 따라 측정됐다. 우리는 ‘일의 윤리’에 대해 언급하며, 우리 삶의 중요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직업을 가지려 한다. 하지만 바로 그 직업이 사라지고 있다. 우리는 다시금 일의 윤리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기술이 직업을 잃게 하고 불안정한 고용이 늘어난다. 이런 세상에서 사회에 참여하려면 반드시 직업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점점 가당찮은 일이 되어가고 있다. 지금 우리가 가진 일의 윤리를 계속 유지한다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일 뿐만 아니라 잔인한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일의 윤리란, 체면과 도덕적 청렴성을 획득하는 것을 직업을 갖는 것과 동일시하는 것을 뜻한다.) 기본소득 같은 제도는 우리가 ‘노동’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일’에 대해 가치를 매길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인간을 로봇으로 대체하는 능력이라든가, 인간 노동자를 인공지능과 통합시키는 능력은 기업 입장에서는 환상적인 뉴스일 수 있다. 운영비용을 상당히 낮추기 때문이다. 그런 기술은 기계가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우리에게도 굉장한 뉴스일 것이다. 왜냐하면 그런 상품과 서비스는 훨씬 더 가격이 쌀 테니 말이다. 하지만 생계를 위해 일하며 삶의 질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유지하려 하는 사람들에게는 나쁜 뉴스가 될 수 있다. 정치개혁이 없다면 말이다. 노동자들이 끊임없이 해고될 걱정을 하며 살아간다는 것, 기계가 봉급을 떨어뜨리는 기제로 작용하는 환경 속에서 일한다는 것은 우리 대부분에게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가 핵심적인 구실을 해야만 한다. 인공지능으로 구동되는 이 새롭고 똑똑한 기계가 우리 모두의 이익이 되도록 해야 한다. 단지 이 기계를 소유하고 사용하는 조직에만 이득이 되어서는 안 된다.

“기본소득 도입, 되도록 빨리… 광범위하게…”
팀 던롭은 누구?

“기본소득은 다른 복지제도보다 더 직접적이면서도 값싼 방식인 만큼 곧바로 도입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기계화에 따른 직업의 종말. 이 디스토피아적 미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지금, 미국·영국·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 활동하는 유명 칼럼니스트인 팀 던롭은 <한겨레>에 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방법으로 기본소득 도입을 제시하며 기고 글을 보내왔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 블로거로 꼽히는 던롭은 최근 인공지능 등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천착해왔다. 그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서 4차 산업혁명 관련 글을 연재하고 있으며, 영미권에서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그의 책 <노동 없는 미래>는 최근 한국에도 번역 출간됐다.

던롭은 인공지능이 만드는 기계화가 오히려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을 이끌어낼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필수 요소는 ‘기본소득’이다. 던롭은 이와 관련해 <한겨레>와 1~5일 진행한 이메일 인터뷰에서 “기본소득 제도 도입을 위해 많은 시도를 해야 하며 되도록 빨리, 광범위하게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자신을 위해서든 아니면 환경을 위해서든 일을 좀 줄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던롭은 기본소득이 근로의욕 감퇴를 불러온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그는 “인도에서 유니세프가 운영했던 것을 포함해 기본소득 실험은 꽤 많았다. 모든 사례에서 결과는 한결같았는데, 사람들이 근로의욕을 잃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근로의욕을 높였다”고 말했다. 인도의 자영업여성연합은 2011년 6월부터 2012년 8월까지 인도 마디아프라데시주에서 유니세프의 지원을 받아 기본소득 실험을 했고,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 던롭은 “재정적인 안전망을 제공받은 사람들은 기꺼이 리스크를 감수하려 했고 더욱 높은 근로의욕을 보였다”고 강조했다. 음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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