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고영태 "국민들이 응원해주셔서 더 창피하다"

주진우 기자 입력 2017. 2. 10.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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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9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2차 변론이 열렸다. 이날 헌법재판소는 국민연금공단을 매개로 한 삼성의 박근혜 대통령 뇌물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하지만 최대 관심사는 고영태씨의 출석이었다.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은 고씨와 최순실씨의 내연관계가 이 사건의 발단이라고 주장하면서 고씨의 출석을 요구했다. 고씨는 이날 헌재에 출석하지 않았고 헌재는 직권으로 증인채택을 취소했다. 2월8일~9일 고영태씨를 만나 헌재에 출석하지 않은 이유를 물었다.

헌재에 출석하지 않는 이유는?

어머님이 그만하라고 하더라. 내가 나올 때마다 가족들이 힘들어한다. 이제 내 일은 다 했다. 내가 나설 때가 아니라 사법기관에서 정리할 때다.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은 고영태씨를 계속 보자고 하는데.

단순히 시간 끌기 아닌가. 최순실씨 형사재판에서 검찰이 헌재 심판의 박 대통령 대리인단이 불륜설을 제기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봤다. 역겹다고 이야기했다. 대꾸할 값어치도 없다고 했다. 나는 모두 답변했다. 최순실 측에서는 아무런 반박을 못했다.

불륜설, 마약 전과 등 사생활 이야기가 나오면 상처받지 않나?

상처? 이미 너무 많이 받아서 더 이상 받지 않는다(웃음). 재판에 나와서 다 얘기하지 않았나. 도대체 얼마나 더 반박해야 하나? 처음에는 최순실씨 관련 자료를 던져주면 언론과 검찰이 알아서 정리할 줄 알았다. 이렇게 큰 사건인 줄 몰랐던 거다.

ⓒ연합뉴스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가 6일 최순실 씨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하기 위해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도착,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7.2.6

그렇게 판단한 게 언제였나?

지난해 9~10월이다. 검찰 조사를 받아야 되는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힘들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순수한 뜻이었다. 애초부터 최순실이 힘이 있으니 최순실과 박근혜 대통령까지 가지 못한다고 보았다. 차은택, 김종, 삼성 사장 정도만 검찰 조사 등을 받고 정리될 줄 알았다. ‘차은택 게이트’로 정리되는 정도로 생각했다. 나는 최순실씨가 더스포츠엠(SPM)을 일반 회사, 미국에서 소개받은 회사로 알고 있었다. 제 주머니 찬 줄도 몰랐다. 내가 이렇게 큰 사건인지 계산할 머리가 있었다면, 이 사건을 조작할 머리가 있었다면 이번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박근혜 게이트가 본격적으로 터지자 고영태씨에 대한 인신공격이 시작됐다.

더블루케이가 나오니까 내 인신공격이 시작되었다. 미르재단 의혹이 불거지자 이성한 전 사무총장을 공격했다. 그때 심정은 말로 다 못한다. ‘와! 이 모든 사건을 또 한 놈 죽여서 무마시키려고 하는구나.’ 이렇게 생각했다. 그전에 이석수 감찰관 사건, 정윤회 문건 사건 때 자살한 경찰관처럼 똑같은 방식으로 나에게 오는구나. 나만 죽이는 구나…. 그래서 처음엔 외국에 좀 가있으려고 했다. 괴로웠다. 그걸 다 어떻게 표현하겠나.

박근혜 대통령 측에서는 ‘고영태가 최순실을 이용해서 정부 돈 타내자’고 했다고 주장한다. 녹취도 있다고 한다.

그거에 대해선 검찰과 특검에서 설명을 다 했다. 내가 먹으려고 했다는데, 정황이 없어서 끝났다. 한 탕 해먹으려고 했다면 김종 차관이나 차은택 감독처럼 거기서 버텼겠지. 정현식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을 잘라야 한다는 최순실의 이야기를 듣고 사적으로 통화한 내용이다.

박근혜 대통령 측에서는 고영태 관련 녹취 파일이 많다고 주장한다.

녹취 파일이 2000개다. 대부분이 김○○(고영태씨 지인)이 영어공부하고 자기 친구들이랑 통화했던 거다. 검찰에서 나와 관련된 것 같은 녹취 파일을 뽑은 게 3개다. 그중 하나가 MBC 보도에 나온 대화다(MBC는 고영태씨의 측근인 김○○씨가 대화를 녹음해왔는데, 이들이 고씨와 최순실씨와의 특별한 관계를 이용해 이득을 취하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녹취에 나왔던 일을 추진한 적도 없다. 검찰과 특검에서도 다 끝난 일이다. 내가 돈이나 회사를 빼앗으려고 했다면 최순실과 함께 수갑을 차고 있겠지….

‘고영태 잠적설’ 어떻게 생각하나?

잠적한 게 아니라 집에 가만히 있는 것이다. 수사를 계속 돕고 있다. 본질을 흐리게 자꾸 몰아가는 것 아닌가. 내가 뭐 그리 중요한 사람인가? 박근혜 대통령과 주변 사람들에게는 내가 그리 중요한가? 나는 최순실씨의 구성원으로 일했기 때문에 창피해서 고개를 들지 못한다. 국민들이 응원해주셔서 더 창피하게 느껴진다. 헌재라든지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나는 국가대표 선수였다. 나라를 위해 나가서 싸웠다. 그런데 지금 대리인단들은 개인을 위해 일한다. 지금 그들의 하는 일이 국가를 위한 것도 결코 아니다. 나는 운동만 해서 잘 모른다. 그런데 하다 보니 잘못된 것을 알았고, 잘못했다고 얘기한 것이다. 태극기를 단 가슴과 몸이 기억하는 대로 ‘이건 잘못이다’라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상황이 나온 거다.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이랑 잘못된 것을 알고 난 후에는 포장마차나 해서 먹고살자고 했다.

재판받을 때 어떤 방청객 할머니가 최순실 변호사들에게 ‘양심 있냐고 돈이 그렇게 좋으냐’고 소리 질렀다.

찡하고 눈물 날 뻔했다. 고향 분들이 응원하는 편지를 읽었다. 막 고맙다가 또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 든다.

ⓒ연합뉴스 4일 오후 전남 담양군 대덕면사무소 앞에서 박근혜 퇴진 담양군민운동본부 주최로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담양 대덕면은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측근이었다가 갈라선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의 고향이다. 참가자들은 '최순실 재판'과 헌재 탄핵심판 사건 증인으로 채택된 고씨를 응원하며 현수막을 걸었다. 2017.2.4 [박근혜 퇴진 담양군민운동본부 제공=연합뉴스]

탄핵이 인용되고 나면 다른 궤적의 삶을 살게 될 것 같다.

난 검찰도 경찰도 아니고 수사권도 없다. 이제 헌재와 법원이 풀어야 할 일이다. 난 더 이상 할 게 없다. 끝나면 최대한 빨리 자리로 돌아가야지. 최대한 평범하게. 그냥 조용히 속죄하면서 살고 싶다.

얼굴이 너무 알려졌고, 곰 캐릭터(카카오톡 라이언) 닮아서 쉽지 않을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잊힐 것이다. 그냥 평범한 한 구성원으로 살도록 국민들이 도와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 한때는 나쁜 놈이었지만 그래도 용기를 낸 사람이었다고….

*보다 자세한 인터뷰 내용은 2월13일 발행되는 시사IN 492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주진우 기자 ac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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