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촛불 vs 태극기, 탄핵심판 막바지 치열한 세대결

강구열 입력 2017.02.11.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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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이 막바지로 치닫는 가운데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가 11일 서울 도심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양측 집회는 참가자들이 지난주보다 늘어난데다, 주요 정치인들까지 가세하면서 한층 열띤 분위기를 연출했다.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2월 탄핵! 특검 연장! 박근혜 황교안 즉각 퇴진, 신속 탄핵을 위한 15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를 개최했다. 참가자들은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탄핵심판 지연을 시도하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특별검사팀을 음해한다고 주장했다. 김경자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박 대통령과 그를 비호하는 범죄집단은 이달 28일 특검 수사가 끝나고 내달 13일 이정미 헌법재판관 임기가 끝날 때까지만 버티면 탄핵이 물 건너간다는 기대감으로 버틴다”며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만큼 더 긴장하고 촛불을 더 높이 들자”고 촉구했다. 퇴진행동은 이달 중 동력을 재결집해 18일 대규모 집회를, 25일에는 서울 집중집회를 열겠다고 발표했다.

야권 인사들의 참여도 눈에 띄게 늘었다. 소속 의원 총동원령을 내린 더불어민주당은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 등이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국민의당 지도부는 광주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광화문의 본집회 후의 행진은 탄핵심판을 심리하는 헌재 방면에 집중됐다. 종전에는 청와대와 헌재, 대기업 사옥 3개 방면으로 대열을 나눴으나 이날은 청와대 방면으로 1차 행진하고서 전 대열이 헌재 쪽으로 이동했다. 행진 중 박 대통령 퇴진을 비는 소원지 태우기, 대동놀이 등도 선보였다. 블랙리스트에 명단이 오른 예술인들의 참여도 두드러졌다. 함만복 시인과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은 블랙리스트 오른 시인의 작품을 모아 출판한 시선집 ‘검은 시의 목록’ 출간 기념 시낭송회에 참석했다. 블랙리스트 문화예술인로 꾸려진 ‘광화문미술행동’ 소속의 여태명 서예가는 국회 앞에서 ‘박근혜 재벌 구속 비정규직 정리해고 노조탄압 없는 세상’이라는 문구를 쓰기도 했다.

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7시30분까지 광화문에 연인원(누적인원) 70만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했다.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집회를 개최해 탄핵 기각과 특검 해체를 요구했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특검 수사기간을 연장해달라고 하는데 연장하기는커녕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극기집회에는 여권 정치인뿐만 아니라 법조계와 사관학교 출신 예비역의 참석이 두드러졌다. 박 대통령 법률대리단의 서석구 변호사는 “헌재가 탄핵심판 선고 날짜를 못박자 지켜보던 법조인들이 드디어 발언을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집회에 참석한 한 예비역 대령은 “평생 군인으로 살아왔기에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면서 지냈지만 촛불집회의 도를 넘은 좌편향을 참지 못해 구국동지회 이름으로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탄기국은 이날 집회에 참석한 인원이 210만명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세대결 양상이 두드러지면서 ‘집단극단화’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집단극단화는 개인적으로는 중도적이고 온건한 의견일지라도 집단으로 논의를 진행하면 과격한 의견으로 수렴되는 현상을 말한다. 양측 집회가 이어지면서 구호가 점점 과격해지고 있는 것이 이와 무관치 않다는 설명이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